26일 정년 퇴임한 인천시 남동구 도로환경미화원 이철희(59)씨의 작은, 그러나 큰 바람은 ‘튼튼한 빗자루’다.

1979년 이후 지금까지 28년간 남동구 일대 도로를 청소해 온 그는 “요즘 도로환경미화원들이 쓰는 빗자루는 잘 망가져 자주 빠꾼다.

예전에 대나무로 만든게 튼튼하고 좋은데, 청소도구를 입찰 방식으로 구매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며 “꼭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 소박한 바람을 가장 먼저 밝힌 그는 막상 정년이 돼 일을 그만두게 되자, “시원 섭섭하다”고 했다.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그는 ‘환경미화원’이 아니었다. 세살짜리 꼬마애들도 ‘청소부 아저씨’로 불렀다.

어딘지 낮춰 부르는듯 했던 시절이다. 세월이 흘러 수십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빗자루를 쥘 수 있는 세상이 왔으니 변하긴 많이 변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게 있어 환경미화원들을 힘들게 한단다.

그 첫째가 자신의 양심과 함께 검정색 비닐봉투에 몰래 버리는 쓰레기. 쓰레기 수거업체가 검은 비닐 봉지에 담긴 쓰레기는 수거해 가지 않는데, 이게 사람들에 치여 터지면 길이 지저분해진다.

환경미화원들이 가장 힘들 때는 낙엽이 도로에 쌓이는 가을철이다. 그나마 격주 쉬는 날도 가을이 되면 없어진단다.

치우고 또 치워도 떨어지는 낙엽을 막을 수는 없는 도리. 도로를 노랗게 물들이는 낙엽을 운치있다 하지만, 비 오고 다른 쓰레기와 섞이면 그것만큼 지저분한 것도 없다.

공해로 불릴만큼 유흥가 도로를 뒤덮는 전단지도 아들에겐 골칫거리다. “구월동 로데오 거리를 맡은 동료는 다른 사람들보다 1시간 일찍 일을 시작한다. 그래도 더러워진 도로를 깨끗이 치울 순 없다.”

운전자들의 난폭 운전도 이들을 힘들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몇년 전 시청 후문에서 차에 받혀 크게 다친 적이 있는 이씨는 새벽녘 운전자들의 안전 운전을 당부했다.

“시골로 내려가 살까하는 생각도 있지만 아직 앞으로 할 일을 정하진 못했다. 당분간 새벽 운동을 하며 생활리듬을 맞춰갈 생각이다.”

이씨의 기상 시간은 새벽 3시. 한시간 남짓 걸어서 일터로 향한다. 오전 5시부터 정식 근무인데 대다수는 한시간 일찍 일을 시작한다.

오후 1시 휴식을 마치고나면 오후 5시까지 다시 도로로 나선다. 1년 365일, 명절 당일과 격주로 쉬는 날을 빼고 꼬박 지켜온 생활리듬이 갑자기 깨지면 몸이 상할까 하는 생각에 운동을 결심하게 된 것.

이씨를 비롯해 남동구 도로환경미화원 12명이 이날 정년퇴임했다. 구는 이날 오전 구청 지하 식당에서 조촐한 퇴임식을 갖고, 공로패를 수여하는 등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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