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철 대한적십자 인천지사 회장

밀접하게 인연맺은 건설업체·단체들 재원마련에 큰 힘

대기업 연계 다양한 나눔사업 계획… 일상 복지도 지원

“웃으면 복이와요라는 말이 있죠, 이웃과 함께 하면 복을 주시는 것 같아요.”

황 회장은 자신의 삶이 남들보다 굴곡이나 풍파를 덜 겪은 것 같다며 이는 아마도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을 누군가가 헤아려 준 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안해 했다. 기부라는 단어로 물질을 보태기는 했어도 몸과 마음을 다하는 봉사는 아직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에게 적십자 인천지사 회장이라는 직분이 아직은 이른 시기죠. 몸과 마음을 다해 활동하라는 의미로 받아 들이고 과분한 직책을 수행하겠습니다.”

황 회장은 지금부터가 자신의 봉사활동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다해 진짜 봉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취임한 지 딱 한달이다. 한 달 간 회장직을 수행한 소감은?

▲적십자 회장직은 고귀하고 무게 있는 자리다. 그간 인천의 큰 어른들이 회장직을 하셨고….

근자에는 안 좋은 일이 있었기에 조심스러웠다. 어른들께 누가 되는 일도 없어야 하고 너무 나선다는 말도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부터 단속한다.

하지만 해야 할일을 해야겠다 싶어 오자마자 구청부터 열심히 다녔다. 적십자 회비를 구청에서 걷어준다니 제일 먼저 가야하지 않겠나(웃음). 통·반장님들도 많이 만나뵈었다.

기업이나 그간 몸담았던 건설협회. 적십자의 조직이 서로 많이 다른가.

▲기업은 생산활동을 통해 경제가치를 벌어들이는 조직이고, 건설협회는 회원들이 회비를 내니 징수율 100%다.

적십자는 일반 조직과는 다른 구조다. 인천적십자 운영비 32억원 중 26억원이 시민들이 내는 적십자 회비로 충당된다. 나머지는 특별사업비다. 회비를 안 내면 큰일 난다. 활동을 제대로 해야 회비가 제대로 걷히니 우리가 잘해야 하지 않겠나.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소리로 들리고, 변화와 발전이 필요하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아직 뭐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조직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활동들을 모색하는 시기다.

나는 건설협회 인천시회 회장으로 6년째 일하고 있다. 건설협회 존재가 회원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또 역할을 잘 하면서도 의미있는 활동을 하게끔 돕는 것도 부수적인 역할이다. 건설협회가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일을 시작한 것은 그러한 의미에서다. 

적십자의 역할은 봉사와 재난 구호 활동이다. 적십자 역사는 106년 인천지사는 경기에서 분리된후 내년 30주년이 된다. 강산이 몇 번 변했는가. 시대에 맞게 봉사활동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다리기 보다 준비해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급하다.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 예를들면 활동 방향을 바꾼다던가 하는.

▲봉사가 시대와 지역에 맞게 변해야 생각한다. 말하자면 융합과 확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랑의 김치’가 쉬었다고 하더라. 많은 사람들이 김치만 담가다 주니까 그런 일이 생기는 거다. 받는 분들도 ‘우리더러 김치만 먹고 살라는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더라.

인천 적십자가 빵공장을 생각하고 있다. 곧 벤치마킹도 갈거다. 홀몸노인 결식아동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빵은 보관하기도 편하고 요기로도 훌륭하다. 공장을 지어서 봉사자들과 빵을 구울 계획이다.

돈 부터 걱정된다. 설비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건물이 필요하다. 비용 조달할 방법이 있나.

▲섣불리 돈을 나누자 하기에는 힘들지 않은가.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렇고….

방법은 있다. 내가 밀접하게 인연을 맺고 있는 곳이 있지 않은가. 건설업체와 단체에 당부했다. 재원이 거기밖에 없으니까(웃음). 달리 방법이 없다. 건설협회 회장하면서 ‘나눔’에 특별한 마음을 두고 활동을 전개 했으니 그들도 협조해 줄꺼다.

기부 얘기가 나왔으니 물어보자. 2009년 12월 사랑의 열매,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 약정)회원이다. 대단한 결심인데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아너소사이어티가 전국에 60여명이다. 인천모금회 모금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는데 그때 인천은 진성토건(주) 정석태 회장과 인천폐차사업소 박순용 회장 단 두 명밖에 없더라. 나와 대양종합건설 유수복대표가 함께 가입했다. 이말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사실은 오늘도 좀 부치고 왔다.

기부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우문일지는 모르지만 왜 하는가. 쉽지 않은 일인데.

▲1994년이다. 선친이 화물차 사업을 하셔서 만석동 부자로 살았다. 물려 받아 운영하다 크게 실패했다. 그 후 우연한 기회에 건설사업을 하게 됐다. 당시 인천에는 건설업체가 30여곳에 불과했다. 기업이 100% 현찰로 거래하고, 하도급업체와 소송 같은 것도 없었다. 운이 좋은 거고 복 받은 거지. 회사가 돌아갈 만큼 수주가 있고 봉급도 주고있다. 그러면 복받은 거 아닌가. 그것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복은 함께 나눠야지.

그래서 모친 칠순잔치때도 그렇고 상을 당했을때 들어온 것도 기부했다. 고마운 거니까 나눠야지.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작년에 받은 은탑산업훈장도 사업실적도 있지만 나눔 때문에 받았다. 그것도 고맙다.

엊그제 건강검진 받았는데 내 나이대의 1%에 해당하는 건강상태라고 하더라. 그것도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적십자 회장 맡을때 만류하는 사람은 없었나. 회사측에서 업무공백을 우려해서 말리거나, 가족이 돈을 더쓰고 싶어서 직함을 맡느냐며 말릴 수도 있는데….

▲좀 있긴 있었다. 그런데 나를 아는 사람들은 말리지 않았다. 나는 나를 위해서는 돈을 안쓴다. 카드나 화투도 칠 줄 모른다. 술도 1차가 끝이고….

집사람은 좋아하더라.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봐 왔으니까 휴대폰에 ‘우리아빠 최고’라고 문자 남겼더라.

회사는 뭐 깊게 관여안하고 경영진들이 알아서 하니까. 그리고 건설협회 회장직 내놓고 사회활동 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중책이고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다.

인천 적십자가 풀어야할 과제가 무엇인가. 임기동안 해보고 싶은 일은.

▲적십자는 그간 안주했다. 진화해야한다. 이미지를 바꿀꺼다. CI까지도…. 그런 차원에서 내년에는 김치보다 빵공장을 생각중이다. 대기업과 연계해 다양한 나눔 사업을 해보려고 한다. 재난 구호도 하지만 일상의 복지 지원도 할꺼다. 적십자 봉사자 4-5천명 되는데 그들이 바쁘도록 홀몸노인 북한이탈주민 소년소녀 가장 등을 위해 상시 활동을 펼치려고 한다.

또 인천만의 사업을 특화해 보고 싶다.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또 적십자병원과 인천재활병원간의 갈등이 있다. 대강 알고 있지 않은가?. 역할이 있다면 중간에서 서로 협조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농담인데 정치 안하나.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정치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릇도 아니고 자질도 없다. 내게는 맞지 않는 옷이다. 진짜 봉사를 하고 싶다. 기부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하는 봉사. 그게 내가 할 일이다.

회비 많이 내달라고 절이라도 하고 싶다. 한사람 한사람의 회비를 소중하게 쓰겠다고 약속하고 싶다.

대담·사진=이원구사회문화체육부장

정리=유승희기자 ysh8772@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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