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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끊으니 새 세상이 보여요"
“술을 끊으니 이렇게 새 세상이 열리는 것을…. 30년이 넘게 술에 중독돼 오직 그 세상만이 전부인듯 알고 살아왔습니다. 아내를 잃고, 가정이 깨지는 벼랑끝에 서서야 가까스로 나는 새 삶을 찾았습니다. …”

이창순씨(47·인천시 계양구 효성2동).

평온하고 밝은 표정의 그가 알코올중독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그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가족은 물론 이웃까지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어 외면해버리는 지독스런 알코올중독자였다.



남편의 폭언과 거친 행동을 18년간 참아오다 결국 집을 떠난 아내는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 새 세상에 눈뜨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이런 천국이 있는 걸 나는 몰랐어요. 양조장을 하는 작은집을 도와드리다가 자연스럽게 술을 배웠어요. 그때가 열여섯. 채 철이 들기도 전부터 술을 알았고, 술을 마시는 양도, 마신 뒤의 실수도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정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일들이 모두 술로 인해 벌어졌지만, 나는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그런 나를 바꿔줄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어요. ”

‘스텐연마’기술을 가진 그는 여러 직장을 옮겨다녔다. 입사초기 1~2년 자제하다 결국 그는 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고 그것으로 그 직장은 그만이었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 인천D산업을 그를 포함한 직원 6명이 출자해 인수한 것이 더욱 더 그와 가정을 나락으로 내모는 단초가 되고 말았다.

월급 줄 돈으로 술을 사 마시고, 카드돌려막기로 위기를 넘기던 회사는 결국 문을 닫았다.

술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술에 취해 사는 생활이 반복됐고, 삶의 좌절과 알코올중독 증세로 오는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두 아이를 포함한 가족에게 고스란히 안겼다.

형제들 마저 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를 보고 모든 지원을 끊어버렸다.

복수가 차 움직일 수 조차 없고 흑달증세로 죽음을 눈앞에 둔 자신을 힘겹게 살려낸 아내를 뒤로 한 채 또다시 술에 손을 댔다.

술은 가족을 해할 마음마저 쉽게 갖게 할 만큼 그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지난해 하순, 결국 두 아이마저 떼어둔 채 집을 나간 아내. 살 길이 막막해 찾아간 동사무소에서는 매월 작은 지원금을 약속하며 인천알코올상담센터를 소개했다.

‘3개월간 단주를 한 뒤 아내가 돌아오면 다시 술을 마셔서 복수를 하리라.’ 이를 악물고 3개월 단주를 했지만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화가 나 다시 술을 마셨지만, 몸이 이상했어요. 아주 조금 마셔도 반응이 심상치 않았죠. 전형적인 진행형 알코올중독증세란 걸 이 센터에 다시 들어와 공부하며 알게 됐죠.”

올 초 자의반 타의반 다시 찾은 인천알코올상담센터에서 다양하고 알찬 단주교육(화~금요일 오전 9~오후 4시30분)을 받으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변해갔다.

센터 교육 후에는 단주모임인 A.A.A.를 찾아가 재차 단주의지를 다졌다.

그 아까운 세월 어떻게 술로 허송세월 했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앞날에 대한 설계로 가슴이 벅찼다.

“이 아버지 때문에 온갖 고통을 다 겪었는데도 큰 딸아이가 학교서 전교 1, 2등을 다투고, 둘째 아들녀석도 몇 손가락안에 들어요.

허허. 아침에 밥상 차려주고, 저녁에도 애들 앞서 들어가 반찬준비해놓으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어요.

아이들 웃음이 돌아왔어요. 제 친구들을 집에도 데려오고….” 내 명의 집 한 칸 없어 무일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삶이지만, 술 없는 세상에서 살다보면 아내도 돌아오고 가족행복도 이룰 수 있을 거라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손미경 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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