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중국의 남부지방을 다녀왔다. 대만과 위도가 비슷한 지역이어서 아열대로 생각했는데 날씨는 무척 쌀쌀했다.

현지인들의 말로는 비가 온 뒤에 기온이 10도나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해마다 9% 안팎의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갈 때마다 급속히 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선 젊은 여성들의 복장부터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서울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멋쟁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웃나라가 잘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실제로 중국이 고도성장을 하면 우리의 수출이 늘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경영상태가 좋아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돈에 관심을 높이 가질수록 중국의 대외정책도 평화주의쪽으로 더 기울기 마련이다.

중국의 발전이 놀랍더라도 아직도 뒤진 구석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남의 나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삼가하는게 좋으리라.

그러나 친구의 기분에서, 그리고 오랜 역사적 유대감에서 호의로 얘기하고자 한다.

중국정부와 중국인들은 이제 중국이 세계 주요 국가의 하나로 등장했으니 중국의 자존심을 지켜야겠다.

대국(大國)이니 중화(中華)니 하는 거창한 호칭에 맞게 행동해야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공항 구내매점에서 버젓이 가짜(짝퉁) 핸드백을 팔고 관광지에서 “프라다 5천원!” 하고 소리치며 가짜 상품을 팔 수 있는가.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이런 가짜 상품을 몰래 파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파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설명될 수 없는 행위이다.

여기에다 각종 소프트웨어의 복제도 거침없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식당 앞에는 거지들도 꽤 많았다. 천원! 천원! 하길래 한 거지에게 주었더니 몇명이 따라붙는다.

그들이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필자는 “대국의 체면 좀 살려라!” 하고 소리치고 말았다.

중국은 개방 이후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고 중국인들 스스로가 자인하고 있다.

이 변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물질적 수준의 향상과 국민의 문자해독률의 상승이다.

20~30년 전만해도 글자를 모르는 국민이 절반이나 됐다고 했지만 지금은 노년층을 빼고는 문맹자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이런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중국인의 도덕 수준은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 중국은 촌락 공동체를 중심으로 상부상조와 평화롭게 사는 나름의 질서와 평화가 있었다.

공산당 시절에는 엄격한 통제에 의한 강요된 질서가 있었다.

그러나 개방 이후에는 정치이데올로기 대신에 돈이 우뚝 올라서게 됐고 촌락공동체 의식은 개인의 이기주의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중국인은 예로부터 법이라는 관념이 희박했다. 따라서 개방과 자유라는 널따란 공간에서 불법과 비리가 마구 활개치기 시작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개인의 비행을 억제하는 것은 종교이다. 종교가 있었다면 중국인은 남이야 먹어서 병들거나 죽거나 상관않고 불량식품을 만들어 당장 돈이나 벌면 그만이라는 비양심이 그렇게 널리 퍼지지는 못했으리라.

한국인과 일본인은 중국인에 대해 공자와 맹자의 후손이라는 관념을 갖고 호의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중국의 지식인들 자신이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오랜 전제정치 아래에서 개인의 권리나 의무, 명예나 양심이라는 도덕 의식이 성장하지 못했고 유교윤리는 실제로 ‘책으로 읽고 귀로 듣는’ 구이학문(口耳學問)으로 퇴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공산주의 혁명으로 농촌의 유대감이 깨졌고 문화대혁명은 상호불신과 증오감을 키웠다고 한다.

이런 정신적 조건에서 ‘돈이면 최고’인 사회가 됐으니 개인들이 어떤 인생관을 갖게될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중국은 필자가 보기에는 일당독재가 있어 그나마 천하대란을 피할 수 있는 것 같다.

만약 이런 정신적 피폐에다 정치까지 권위를 잃고 우왕좌왕하면 중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달음질칠 것 같다.

중국의 지도층에게 말하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국민의 도덕교육을 강화하라고.

지금 강력한 정부가 있을 때 국민교육도 철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그동안 도덕교육을 소홀히 한 끝에 끝없는 비리로 계속 악취를 풍기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잘못에서 얻을 교훈이 많을 것이다. 타산지석이란 말은 당신네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만약 도덕적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후퇴할 경우 중국은 덩치는 커도 속병을 가진 거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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