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책위를 구성해 계양산 골프장 건설 저지에 나선 시민운동이 지칠줄 모르고 막바지 강도를 높혀가고 있다.

나무위 시위, 천막농성, 삼보일배 등 대책위의 ‘총력 투쟁’에 롯데측은 최근 27홀에서 18홀로 골프장 및 근린공원을 축소하는 안을 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에 반대해온 시민들은 축소안에 오히려 코웃음 친다. 축소안이 원래 계획했던 안이라는 것이다.

축소안을 제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근린공원 계획부지가 개발이 불가능한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해당하기 때문인데, 이 사실을 롯데측이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축소안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물론 따로 있다.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축소된 71만평의 골프장 및 근린공원이 계양산 생태계에 미칠 치명적인 영향이다.

계양산도 이미 지속적인 주변의 개발로 생태질서가 위협받고 있다.

롯데측이 규모를 축소해 건설하는 ‘친환경적인 골프장’이 인천시가 작년에 생태계 보전 대상지로 지목한 목상동과 지선사의 동식물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계양산 골프장과 관련해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것이 인천시의 태도다.

그간 안상수 인천시장의 골프장과 관련한 언행이나 최근 급하게 추진해온 계양산 골프장의 허가 과정을 지켜보았을 때, 인천시의 자세는 롯데의 계획에 맞장구 치는 것으로 비춰져왔다.

서울의 언론들은 계양산 골프장 추진 여부를 인천시를 넘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결과에 주목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지방정부의 실상에 다시 한번 실망을 감출 수 없다.

새삼 인천시의 시정 철학, 아니 시정의 기본, 국토 이용에 대한 공공기관으로서의 기본 양식을 심각하게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왜 인천시는 환경적 피해가 적은 수도권 쓰레기매립지의 골프장 계획은 불허하면서, 인천의 진산을 훼손하며 서둘러 추진하는 재벌의 골프장 추진에는 침묵하는가. 인천시는 왜 롯데측이 축소안 제출 전 계획안이 군사시설보호구역(탄약거리) 안에 있었음에도, 신문이 이 사실을 적시할 때까지 침묵하며 그들의 의도대로 기회를 주고 있었는가.

그런데, 녹지 부족에 허덕여온 인천시가 골프장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을 열어 훼손케 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그것도 인천의 역사를 간직한 진산으로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으며, 시 스스로 2년간의 환경조사 끝에 생태보전지역으로 지목한 계양산이다.

‘지역경제활성화’라는 명분도 진정 주민의 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닐진데,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계양산 골프장을 허가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기업의 활로를 걱정해서인가, ‘골프장도 공원’으로 생각하는 일부 계층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과감하고 배타적인 결단인가.

롯데 신격호 회장은 지난 74년 농지와 산지로 이뤄진 골프장 예정부지를 매입했다.

외지인으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불법적으로 소유해온 땅이다. 부동산 투기를 해온 것이다.

올해 초 롯데측은 이곳의 수십년 된 나무를 베어내 불법산림훼손, 무단형질변경으로 계양구에 의해 고발당했다.

여기에 골프장을 허가했을 때, 다수 시민들이 생각하는 법 정서와 사회기강은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자연이 되살아나는 생태도시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없는 것도 만들어내기도 하는 판이다. 인천시도 2020 계획에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정주도시, 균형있는 공원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계양산 골프장 건설에 갈피를 못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시는 계양산 생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것인가.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단호하게 결단을 내려라.

계양산은 인천시와 인천시민들이 함께 지키고 가꾸어야 할 몇 안남은 소중한 생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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