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문화재단의 제 2기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천시민의 문화적 권익을 대변해야 할 선임직 이사진 중에 타 지역 인사가 4명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그 중에는 기업메세나를 명분으로 지역 개발에 참여하거나 지역 현안문제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랄 수 있는 모기업 간부가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한 시민단체가 이를 문제 제기하자 재단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급기야 몇몇 시민·문화단체가 합세하여 성명서를 내고 피켓시위를 벌이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민·관의 대결 구도도 아닌, 민·민 간에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일이긴 하나 그렇다고 어물쩡 넘긴다고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이 기회에 보다 근본적인 면을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대부분 아는 사실이 되었지만 이번 이사 선임 건과 관련된 사태의 발단은 잘못된 재단 정관에 있다.

임기 2년의 연임 가능한 선임직 이사는 “이사회 추천에 의한다”(제11조)라고 되어 있는 바, 이는 자신들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배척사유에 해당한다.

이번 논란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너무나 안이하게 판단하여 배척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당연직 이사 중의 하나인 대표이사에게 이사 선임을 일임한 데서 발생하였다.

물론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시민·문화단체가 재단 출범 초기에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여론을 환기시키지 못한 책임이 없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초대 이사진들이 자신들의 소관사항인 정관에 대해 그 문제점을 2년이 지나도록 모르고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데 대한 책임이 크다고 보며, 더욱이 뒤늦게나마 시민단체의 지적을 통해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임기와 연관하여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고치지 않고 차기 이사회로 떠넘긴 처사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재단 측의 태도이다.

어떠한 조직이든 구성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대변할 수 있는 구조와 제도의 마련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적인 하자를 피해가는 데 급급해 하고, 몇몇 단체나 기관, 혹은 기업의 대표를 적당히 안배하여 공정성을 내세우는 모양새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나 가능한 일이지 독립성과 전문성을 모토로 21세기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260만 인천광역시의 문화예술지원정책 및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이 보일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리한 욕심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재단에 거는 기대는 그 이상이다.

즉 관에서나 있을 수 있는 경직된 행정을 넘어서 모름지기 ‘문화’재단이라면 ‘행정의 문화화’를 앞장서서 주도해 나가고, 나아가서는 ‘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즉 재단 운영이나 사업을 단순히 ‘안전빵(?)’에 머물지 말고 법적ㆍ행정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풀어감으로써 거기에서 드러나는 새롭고 신선한 문화적 충격과 활력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이사 선임 건도 그 결과의 잘잘못을 떠나 추천이든 자원이든 시민 내지는 문화 예술 관련 주체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상호 토론을 유도하면서 다양한 쟁점과 발전적인 방향이 도출될 수 있는, 그 자체 축제의 장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었다고 보는데, 모든 가능성을 차단시킨 채 특정 개인에 의존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얼마나 이러한 제안에 대해 수용을 할 지 모르겠지만 ‘문화’재단이 ‘문화적’ 재단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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