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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자들의 맏형
재활치료 분야에서만 20년을 근무한 전문가가 있다.
김평호 인천중앙병원 특수재활차장이다. 재활치료는 장애를 입은 환자들의 신체적 재활 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과 상처까지 보듬어가며 치료를 해줘야 하므로 치료담당자의 연륜과 전문지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에는 재활교사로 업무를 시작했어요. 장애를 입은 환자들에게 여러 기능을 가르쳐 사회적 활동을 재재할 수 있도록 하는 임무지요. 초기만 해도 저는 재활교육을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재해를 입으면 육체적 고통 및 장애와 싸워야하기도 하지만, 마음의 재해 다시 말해 정신적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따라서 단순히 기능을 가르쳐서는 안되고, 그들의 심리상태를 알고 함께 해주는 것이 병행돼야 합니다. 여러 환자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요.”

건강하게 일하던 어느날 갑자기 신체 일부를 다쳐 장애인이 됐을 때 심정을 누가 알까.
장애인이 되고 나면 거개는 생을 포기하려고 할 정도로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어둠속에 빠져든다.

“그들의 닫힌 가슴을 열고 들어가는 것부터 시도했습니다. 환자들하고만 떠나는 1박2일 여행이 그것이지요. 그들과 먹고 자고, 가슴을 열고 살아온 얘기를 하다보면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기능을 익히고 배우는 사제지간도 어쩌면 그런 후에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모형제보다 더 친밀한 사이가 될 때 진정한 재활치료전문가가 될 수 있지요.”

그는 후배 재활교사들에게 ‘재활교사는 교육자와 교역자 두 가지를 병행하는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점을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여러 기능과 기술을 가르쳐야 하니 교육자요, 환자들의 정신적 안정과 치유를 이끌어야하니 교역자라는 의미다. 그 소중한 두 가지 일을 통해 상처받은 이들 한 명 한 명을 다시금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니 선택받았다는 것이다.

“재활치료는 약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만큼 힘이 크다는 것이지요. 그 보람과 가치 때문에 20년을 오직 한 길로 걸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더 아픈 이들이 있는데 내가 지치면 안된다, 지친 기색을 내보이면 안된다 하면서 내 자신에게 다짐을 하곤 했지요. 이 길에 후회는 없습니다.”

인천중앙병원이 곧 새로운 시스템의 재해치료프로그램을 전국 처음으로 도입하는 것과 관련, 책임자로 분주한 요즘에도 그가 휴일이면 조용히 찾는 곳이 있다. 묘목을 심어놓은 자그마한 터다.

“퇴직후에는 환자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 운영하고 싶은 작은 꿈이 있습니다. 그들과 오래 함께 하다보니 그들이 흙, 나무가 있는 자연속에서 지내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재해자들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고, 마음 아파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찮으나마 그 터전이 되었으면 하는 저의 꿈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력은 해봐야지요.”

손미경기자  mimi@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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