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어요. 제가 다른 분들에게 뭘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가 제 삶에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알게 되었지요.”


인천정신보건가족협회(인천시 남구 관교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황선영씨(42).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의 가족이 회원으로 있는 이 협회가 예산부족과 일반인의 인식 부족으로 사무를 볼 사람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황씨는 선뜻 그 일을 맡았다.

지난 10월 중순부터니까 두 달도 채 안되었지만 사무실에 나가는 날은 괜히 즐겁고 신이 난다며 환하게 웃는다.

“원래 99년부터 여러 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었어요. 출발이야 제 신앙심에서 비롯됐지만, 여러 어렵고 딱한 처지를 목격하며 ‘내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이것이구나’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지요. 제 자신과 약속이니까 꼭 지키고 싶어요.”

황씨는 매주 목, 금요일 협회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정식 인가를 받은 단체이다보니 행정·사무적 일처리에서부터 회원들의 민원을 처리하거나 행사를 준비하는 일 등 할 일이 많지만 이틀동안 정말 온종일 움직이며 1주일치 업무를 해낸다.

게다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벌써 내년도 협회의 홍보활동 및 회원늘리기 계획을 세워 놓았다.

“미안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의 가족이라며 사회에서는 아직도 차가운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는데, 황 간사께서 저리 열심히 내 일처럼 협회업무를 봐주니 힘이 솟아요. 한 사람의 힘이 저렇게 큰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이임주 회장은 자녀들 일로 심신이 지친 회원들이 웃음을 되찾고 있다며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황 간사의 막강한(?) 능력을 칭찬했다.

황 간사는 사실 사회복지분야에서 전문직으로 일해도 손색없을 이력을 지녔다.

인천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복지사 1급)한 뒤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고, 동사무소의 행복가정지킴이·인천시의 상담요원 활동을 비롯해 여러 봉사현장을 누비고 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자원봉사자로 남은 생을 살겠다는 결심을 실천하는 중이다.

“겨울방학때는 저와 같은 전공을 하는 대학 후배들을 불러 모아 협회홍보 등 여러 일을 시킬 거예요. 그들은 현장경험을 쌓고, 시민들은 정신장애인들도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이라는 걸 알게 되는 효과가 있잖아요. 정신과 몸이 건강한데 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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