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인천공연계 스포트 라이트는 단연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발레’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한 호흡으로 보여준 클래식 음악회다.

전세계 클래식 마니아가 열광하는 이들이 6년만에 한국을 찾아와서는 지난달 19일 인천시민을 위해 유려한 선율을 풀어놓았다.

인천공연 자체도 화제거리지만 일찌감치 예약이 쇄도하더니 표가 동이났다는 점에서 ‘텅빈 객석’ 몸살을 앓아온 이 도시 공연계에 기록될 만한 사건으로 남았다. 양질의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목마름을 그대로 보여준 단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장 손들어 반겨야할 문화·시민 단체는 오히려 입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걸리는 지점은 인천시가 국제도시 인천의 위상을 알린다는 기치로 지난해 8월부터 이어가는 국제예술제 ‘인천 & 아츠’ 프로그램이라는 대목에서다.

공연부문에 드물게 100억원이라는 예산을 쏟은 ‘인천 & 아츠’는 출발부터 문화예술계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대외적 이미지 구축을 위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예술이벤트이며 시민 문화욕구 충족을 내세워 경제자유구역 홍보에 거액을 쏟아붇고 있다는 비판이 따랐다.

즉 시가 NSC(송도신도시개발 유한회사)를 후원사로 끌어들여 50억원을 매칭펀드로 조성한 대가로 자본의 논리로 무장된 외국기업을 만족시켜주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그 무엇보다 문화예술계의 여하한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고 있는 점을 아연해 했다.

특히 프로젝트의 한 축인 ‘시민문화프로그램’과 관련, 기획·섭외·유치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전적으로 CMI라는 단일 외부기획사에 일임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시선을 의식하기라도 한듯 시와 인천종합문예회관측은 지난 9월 중순 지역내 예술단체를 불러모아 논의에 나섰다.

해서, 나온 결론이 ‘인천 & 아츠’ 사업을 인천 예술단체가 공동기획·추진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실행에 들어간 회관측은 곧바로 예술단체에게 프로그램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한편으로는 지역내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15인 내외의 자문위원단 구성에 들어갔다.

10월말까지 이들 단체들로부터 프로그램을 수렴하고 자문위원단의 논의를 거쳐 내년 공연 차림표를 확정한다는 구상에서였다.

결과, 회관이 정한 시한내에 원하는 답을 준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에 대해 회관측은 “CMI도 인천지역 예술단체에 자리를 내준다는 의지로 최소한의 기획안을 제출한 상태에서 의견을 낸 단체가 없어 갑갑해졌다”고 토로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문화예술단체들은 너나 없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껏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생산적인 결론을 내놓고는 생뚱맞게 좋은 공연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올릴 만한 공연 정보를 모으는 것은 당연히 회관이 해야할 몫이며 ‘인천적인’ ‘문화가 중심이 되는’ 사업방향을 논의하는데 이제부터는 함께하자는 것이 그날의 결론이었다고 지적한다.

한 단체 관계자는 “향후 프로그램 방향성 논의에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실무단, 혹은 추진위원회 구성 등 방법적 접근은 전혀 배제한 채로 뜬금없이 공연을 추천해달라는 것은 지역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단순한 요식 행위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지점에서 ‘인천 & 아츠’에 대한 지역 문화예술계의 근원적인 반대 이유에 대해 환기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문화사업이 어느날 갑자기 수립되더니, 밑그림을 그리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지역 문화예술계를 배제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난 ‘9월 논의’는 시가 이러한 태생적인 오류를 시정하겠다는 약속이기에 분명 의미가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원하는 것은 프로그램을 찾아내는 기획사로서의 역할이 아니다. 다름 아니라, 남은 2년 동안의 전체적인 사업방향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이 도시에서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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