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인천의료원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200억원을 들여 병원시설현대화 사업을 계기로 심볼 마크를 새로 만들었다.

변화의 핵심은 지난해 10월 부임한 조승연원장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늘 강조하는 조원장은 그동안 의료원의 발목을 잡아 왔던 노사갈등관계를 소통과 신뢰로 개선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병원시설 확충, 토요일 진료제 실시, 지자체, 시민사회단체와 네트워크강화 등 공공의료기관의 역할과 모델을 제시하며 발로 뛰고 있는 조 원장을 지난달 30일 만났다.

인천의료원이 최근 200억 원을 투입해 병원 리모델링을 하고 새로운 심볼마크도 마련해 행사를 가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인천의료원은 지난 1997년 동구 송림동으로 이사 왔다. 당시 시설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으나 이후 시설 투자가 없다보니 낙후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의료원이 지역 외곽에 자리 잡고 있어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점점 시민들에게 삼류병원으로 인식돼왔다. 그래서 2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현재 4분의 3 정도 공사를 마쳤다. 응급실을 287㎡에서 680㎡로 2배 이상 넓혔다. 병상을 300개에서 406개로 확충하고 6인실이었던 병동을 5인실로 고치며 각 방마다 화장실을 설치했다. 인공신장실을 신설하고 인천 최초로 다중전산화단층촬영기(MDCT)를 도입했다.

병원의 새로운 심볼마크 채용은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 중 하나다. 인천의 ‘인(仁)’을 본따 만든 것으로 녹색으로 그려진 획은 환경피해와 질병을 막는 방패를, 파란색 획은 사람과 인천 앞바다를 뜻한다.

인천의료원은 그동안 고질적인 노사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런데 요즘 노사관계가 순풍을 타고 있다는 입소문이 나고 있다. 어떻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는가.

= 인천의료원 경영진과 노조는 모두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추는 것 없이 서로에게 오픈된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감추지 않고 다 보여주려 했다. 서로 양보해야 할 것이 있으면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노조에서도 마음을 열어줬다. 그 결과 토요진료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 눈치를 봤지만 김병철 노조위원장이 노조원들을 설득해줬다. 덕분에 평일에는 병원을 찾을 수 없는 분들이 토요일에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료원의 사업은 경영진의 생각과 직원들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 성과를 내기 힘들다. 인천의료원이 가진 공공의료기능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노사화합은 중요한 문제였다.

인천의료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의료라는 것은 교육과 부동산시장처럼 시장경제에만 맡길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소외계층은 정부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집행하지 않으면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의료원은 서민들이 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시민들이 내는 세금을 운영비로 사용하며 환자들을 진료하는 만큼 개인병원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우리는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힘없는 서민을 돌보지 않는다면 이들은 치료의 손길조차 느끼지 못한 채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것을 방지하는 것이 바로 우리 의료원이 해야 할 역할이다.

인천의료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나름대로 운영방침을 세운 것이 있는가. 의료원은 그동안 적자 운영이란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 경영 문제를 도외시 할 수 없다. 그러나 의료원은 경영보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지 감시하는 게 더 중요하다.

몇몇 사람들 중에는 의료원이 장례식장 운영을 통해 병원 적자를 메우려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장례식장 운영이 경영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일반 민간 병원처럼 사업의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원의 장례식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시민들이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

인천의료원은 인천대 법인화 문제와 맞물려 통합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 않아 잘 모를 뿐 아니라 찬반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인천대와 인천의료원을 통합시키는 것은 지역 의사단체와 시민단체에서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의료원을 인천대에 통합시킨다는 것은 인천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공공의료기관을 포기하는 것이다.

인천대 법인화와 인천의료원 통합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최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조 원장을 인천의료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자신이 한 인사 중 가장 잘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직함은 인천의료원장이지만 그 이전에 의사다. 예전에도 환자를 봤고 지금도 환자를 보고 있다. 여기에 온 것은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나름대로 이상을 펼치고 싶었기 때문이고 현재 이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인천의료원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인천의 인구는 280만 명이다. 그런데 공공의료기관은 단 하나 밖에 없다. 게다가 의료원이 동구라는 지역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 많은 서민들과 만나기 힘들다. 임기기간 안에 실현하기 힘들겠지만 인천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을 부평, 주안 등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최소한 3~4개는 더 세워야 한다.

이곳에 부임한 뒤 공공의료사업실을 두 배로 확장했다. 최근 동구, 남동구와 MOU를 맺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중구와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인천은 수도권에 있는 대도시이긴 하지만 빈부격차가 무척 심하다. 실제로 우리는 한 해 동안 수백 건씩 무료 수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아동센터나 외국인근로자 진료를 위해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서기도 했다.

인천의료원은 장기적으로 인천 공공의료서비스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 현재 민간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 지금은 단절된 보건소와 연계해 환자를 돌보는 일도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한다.

아직 인천의료원의 힘이 약하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을 하더라도 공공의료부분을 확대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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