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민간인학살진상규명위원회가 정식 발족한 때는 지난 10월18일이다.

몇몇 시민운동가들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강화와 월미도 등 인천지역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지 1년 만이다.

진상규명위원회 이희환 집행위원장도 그 중 하나다.

민간인 학살 사건 접수 마지막날인 30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집행위원장은 “다른 지역과 달리 상륙작전이 있은 인천에서는 미군·한국군 그리고 인민군 양측에 의한 학살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좌익이 일을 벌이면 곧이어 우익이, 다음에는 좌익이 또다시 학살을 자행하는 등 각각의 사건이 연관성을 갖고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강화와 김포를 포함한 인천지역에서는 전쟁의 도화선이 된 38선 바로 밑 해안 지역에 위치한 까닭에 엄청난 규모의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이 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인천지역은 전란의 참화가 가장 가혹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인천이 갖고 있던 특성과 전쟁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도시화에 따른 여파로 인해 많은 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그 유족들을 찾아나서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진상규명위원회가 찾은 인천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은 이날 접수한 12건을 포함해 20여건에 이른다.

피해자는 2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주민 이탈로 피해자나 유족을 찾기에도 애를 먹었고,전쟁이후 지속된 냉전체제가 유족들의 입을 막기도 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이날 사건을 접수하며 인천지역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 집행위원장은 “시간적 제약으로 찾지 못한 피해자와 유족을 찾기 위해선 접수한 사건 이외에도 2만명 이상이 피해를 본 인천지역 전체에 대한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채 영구미제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고통스런 기억을 남겨선 안된다는 판단도 직권조사를 요청한 큰 이유다.

한편 이날 진상규명위원회는 피해자 가족과 인천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드리는 글에서 “지난 아픈 역사를 다시 헤집는 문제라고 당시의 상황과 사건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좌우익의 권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동원되고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고통을 진실로 규명해야 합니다.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자 하는 것은 이념과 무관한 일이며 인천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했던 과거 공공행정의 반성이기도 합니다.

한국전쟁 최대의 민간인 희생지역이라 추정되는 인천지역에 대해 직권조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고 부탁했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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