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인천시의 올해 ‘자원봉사왕’으로 선정된 이정자(72) 할머니.



그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지난 1998년부터 미혼모 쉼터인 자모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씨는 24시간 자모원에 상주하면서 미혼모들과 함께 지낸다.

“처음에는 힘들다고 가족들이 반대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막내딸이 간호사로, 제가 봉사자로 함께 자모원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그는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씨의 주된 일은 미혼모들을 위해 매주 식단을 짜고,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수돗물이 잠겨 있는지, 창문이 열려있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도 그의 몫이다.

“매주 토요일 산모들과 회의를 해요.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지, 불편함은 없는지. 산모들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한답니다.”

24시간 상주하다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잠을 자다가도 산모의 진통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비상이에요. 병원에 함께 가서 분만할 때까지 지켜봅니다.

어미된 심정으로 산모와 아이 모두가 건강하도록 기도하곤 하지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제 가족입니다. 대부분 결손 가정이거나 집안 문제로 밖에 나와 살다보니 성에 무방비 노출돼 있는 상태예요.

결국 임신이라는 결과 때문에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이로 인해 힘들어하는 걸 보면 참 마음이 아파요.”

미혼모들은 그를 엄마, 할머니라고 부른다. 시설을 떠났어도 가족이 그리울 때면 연락을 해오곤 한다.

자모원에서는 10대 미혼모들에게 검정고시 준비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 등을 알선해 준다.

태어난 아이는 대부분 ‘사랑의 부모’라는 후원회를 통해 산후조리 때까지 보살핌을 받다가 입양시설로 보내진다고 한다.

“9년동안 봉사하면서 느낀건 미혼모들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거에요. 재활교육을 통해 이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매월 마지막 주 부평 문화의 거리와 동인천역 광장 등에서는 ‘생명운동’ 가두행진을 합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데 힘이 되는 한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송효창기자 jyhc@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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