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감고 자맥질하던 추억 속의 하천을 만들기 위해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댄 지 3년째다.

그 동안 숱한 역경을 헤쳐야 했고, 고난을 감수해야 했다.

하천별로 테마를 설정하기 위해 하룻 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며 논의와 토론을 거듭한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인천의 대표적인 5개 하천의 테마를 모두 정했고, 살아 숨쉬는 하천으로 꾸미기 위한 설계까지 거의 마무리한 단계다.

이제 그 첫 단추를 꿰는 작업이 굴포천에서 시작된다.

오는 24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자연과 이야기하면서 걷고 싶은 하천’이라는 기본틀을 잡은 굴포천에서 통수식인 새물맞이 행사를 연다.

민관 공동으로 구성된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의 그동안 추진과정과 앞으로 계획을 살펴보고, 최혜자 사무국장을 만나 실무자로서 보람을 들어본다.

▲인류와 하천의 역사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연자원은 물이다. 물은 우리 신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1~2%만 수분이 손실되어도 인체는 심한 갈증과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인류는 강의 범람과 극심한 가뭄이라는 자연의 도전에 대응해 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는 응전의 과정을 통하여 문명을 발달시켜왔다.

이처럼 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물을 유효하게 이용한 최초의 시도는 멀리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됐지만 당시 일부 사람들은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물이 있는 골짜기와 하천 등에 모여 살았다. 하천 역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인천의 하천

인천에는 30개의 지방2급 하천과 크고 작은 소하천들이 있다.

인천의 하천은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맑은 물이 넘쳐 흐르던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거의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화와 이에 따른 수질오염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천 주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산업 단지에서 나오는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오염과 악취를 발생시켰다.

하천은 도심 속의 커다란 하수구로 변해 우리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인천시 하천살리기운동추진단은?

2003년 9월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인천시 협력으로 인천의 하천에 관한 사항을 협의·조정하는 인천시 하천살리기운동추진단이 구성됐다.

추진단은 2004년 1월 조례를 공포 후 활동을 시작했다. 추진단은 전국 최초의 유일한 민·관 파트너십에 의한 하천살리기 추진기구다.

추진단은 현재 승기천, 굴포천, 장수천, 공촌천, 나진포천 등 5곳의 하천 특징에 맞는 종합계획(마스터 플랜)을 세워 살아 숨쉬는 인천의 하천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에는 인천시, 인천시의회, 각 기초단체, 기업, 전문가, 연구소, 언론, 학교, 하천살리기시민모임, 시민단체 등 인천의 하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하천살리기 종합계획(마스터 플랜)

하천살리기운동의 목표는 깨끗한 물이 안전하게 흐르게 하고, 푸르름이 가득하고 다양한 생물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하천을 만드는 것이다.

또 각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해 그 지역에 맞는 테마별 하천을 복원·재조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구체적 계획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첫째 하천의 기본적인 요소는 깨끗한 물이다.

수질개선을 위해 먼저 오염수의 하천유입을 차단해야 하므로 기존의 하수관망의 정비와 하수관망에 의해 차집된 하수를 적정처리해 방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점오염원이 하천에 유입되는 것은 강우시 함께 유출되기 때문에 차단하기가 어려워 일단 하천 내 유입된 오염물질을 현장에서 정화해야 한다.

물의 흐름이나 하상재료, 하상형태 등을 검토한 후 적정한 공법을 선정해야 한다.

△둘째 하천의 자연적 특성을 살리고 특히 생태계 서식처를 고려한 하천으로 가꾸어야 한다.

이는 자연보호운동을 기초로 움튼 기운이지만 생물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세계적 조류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하천에는 매우 다양한 생물이 조화를 이루며 서식하고 있다. 동식물의 귀중한 서식처인 하천으로 적절한 보전과 복원이 필요하다.



△셋째 하천으로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접근성과 활동성, 안전성 등에 대한 좀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는 예전부터 하천변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이에 적응해 생활했으며, 하천에 관련한 다양한 문화들이 존재해 왔다.

따라서 하천관리 계획에는 하천부지가 지역사회와 하천전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장래의 하천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

또 하천 유역과 하천의 특성을 파악해 정비대상 구역의 개발, 이용과 보전의 방침을 설정해야 한다.

△넷째 하천은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의 장과 건강을 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생활 속의 하천으로 활성화되도록 정비해야 한다.

하천 경관의 가장 큰 특징은 물의 흐름에 의하여 형성되는 경관의 다양성이며, 물과 함께 자연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물과 녹음, 물의 동적 움직임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경관은 틀에 박힌 우리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장소다.

지금까지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정형화된 하천단면과 콘크리트에 의한 호안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는 하천의 자연성을 높이며 자연에 가까운 색과 구조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하천살리기를 추진하는 하천

△굴포천(부평구 청천동~계양구 하야동)
길이: 13.95㎞, 폭: 35~110m
테마: 자연과 이야기 하면서 걷고 싶은 하천

△승기천(남동구 구월동~남동유수지)
길이: 6.2㎞, 폭: 45~110m
테마: 도심지에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

△장수천(남동구 장수동~서창동)
길이: 5.41㎞, 폭: 21~27m
테마: 반딧불이가 함께하는 하천

△공촌천(서구 공촌동 산 127-1~경서동)
길이: 8.83㎞, 폭: 20~50m
테마: 창포꽃 하늘거리는 하천

△나진포천(서구 마전동 당하지구~김포시계간)
길이: 4.177㎞, 폭: 12~31m
송효창기자 jyhc@i-today.co.kr

"복원 만큼 관리도 중요하죠"

인터뷰-최혜자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장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또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접니다. 정말 복 받은 사람 아닌가요?”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 최혜자(36) 사무국장은 인천지역의 하천 살리기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하천살리기추진단은 2003년 9월 전국 최초로 시민·행정·전문가가 하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더욱 내실 있게 추진하고자 구성됐다.

최씨는 지난 2002년 4월 인천경제정의실현시민연합 실무자 제의를 받고 하천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 승기천을 보고 하천인가 싶었죠. 악취와 쓰레기로 덮인 시커먼 물이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이 하천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정말 막막했습니다. 멍하니 흐르는 물을 보고 있는데 제 가슴이 찡해오더군요. 하천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린 것 같아요.”

그는 학생들과 함께 하천 주변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부터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단지 쓰레기만을 줍는 것이 아니라 하천의 소중함도 느끼길 바랐던 최씨는 다양한 교육자료와 놀이 등으로 재미있는 야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강화도 시골에서 20여년을 살았던 제 일상이 학생들에게는 재미난 놀이가 되더군요.

하천에 사는 동·식물 관찰하기, 강아지풀을 엮어 동물 만들기, 갈대잎으로 배 만들기 등 제가 시골에서 했던 활동들이 이런 식으로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습니다.

단지 쓰레기만 치운다면 의미없는 일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재미난 활동을 통해 내고장에 대한 애착심을 더욱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시민들이 함께 참여 하는 방법으로 하천마다 테마를 만들어 시민들의 의견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최씨는 시민들이 하천 살리기에 참여하도록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행정업무도 맡아 어려움이 컸다.

“처음엔 제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습니다. 분명 저는 시민단체의 실무자인데 행정업무까지 하려니 제가 누구의 입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저는 시민과 시의 의견을 서로 연결해주는 징검다리이며, 완충작용을 하는 역할임을 알게 됐죠.

두 단체의 중심에 서서 그들이 서로 신뢰하며 융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하천에 대한 다양한 민·관의 의견을 모으는데 2년 정도 걸렸지만, 최씨는 그들의 통합 의견이 사업적인 면에서 큰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천은 복원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관리가 더 중요하다.

“도심에 있는 하천은 시민들이 산책도 하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천의 복원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내고장 하천에 애착을 갖는 것이 더욱 값지다고 생각해요.

하천 살리기 사업은 단지 하천의 ‘물길’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하천의 역사와 주변 문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천 공사진행과정과 사업 후 5년까지 꾸준히 ‘하천관찰일기’를 써서 하천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하며 관리할 계획이에요.

환경에 대한 교육과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많은 홍보도 할 계획입니다.”

하천 살리기 사업이 본격적화하면서 인천에 살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는 최씨.

“조만간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을 인천시민들에게 보여 줄 수 있을테니 뿌듯합니다. 다른 시·도들도 인천시를 모델로 삼아 사업을 펼친다면 전국 하천에 맑은 물이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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