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 않는 미분양 아파트를 이용, 허위 분양계약을 통해 감정가를 부풀린 뒤 은행 등으로부터 아파트 분양 대금 이상의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대의 모기지론을 가로채 온 대출 사기조직 5개파 78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특수부(김오수부장검사)는 인천지역 미분양 아파트 11세대의 감정가를 부풀려 모두 18억원의 대출을 받아 챙긴 분양브로커 김모(36)씨, 인천 및 경기도 화성 등의 미분양 아파트 37세대의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81억원 상당을 가로챈 대출브로커 박모(33)씨, 이들 지역의 아파트에 대해 돈을 받고 허위감정을 해 준 감정평가사 최모(56)씨 등 모두 16명을 사기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고21일 밝혔다.

검찰은 또 달아난 분양브로커 김모(35)씨 등 13명을 같은 혐의로 지명수배하고 아파트 사기대출에 이름을 빌려준 이른바 ‘바지’(명의대여자)와 모집책 등 모두 49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들 사기 조직이 2004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은행권의 모기지론 대출 실적이 미미하고 관리가 부실한 점을 이용, 미분양 아파트를 섭외하고 바지 모집을 통해 명의대여자를 발굴하는데 이어 대출 과정과 전세 설정 전문 브로커, 감정평가사 포섭 등으로 각각의 역할을 나눠 조직적인 범행을 저질러 왔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은 우선 전체 100세대 미만으로 단지가 구성되지 않고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데다 국민주택 규모이하로 분양이 순조롭지 않은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분양브로커 김모 씨의 경우 인천시 중구 소재 모 아파트의 건축주에게 접근, 전체 분양 대금의 10% 정도를계약금으로 주고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넘겨받은 뒤 준비해 둔 바지와 정상 금액보다 2~3배 높은 가짜 아파트 분양 계약서를 만들어 이 계약서를 근거로 역시 감정평가사와 짜고 부풀린 감정가를 은행에 제출하는 수법을 통해 세대 당 1억~2억원 정도의 모기지론 대출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에 개입된 감정평가업체는 4곳으로 4명의 감정평가사가 적발돼 2명은 구속기소, 1명은 불구속 기소됐고 나머지 1명은 달아났다.

또 시중은행 2곳과 모 신용카드 회사가 이들 대출 사기 조직의 범행에 걸려들어 아파트 205세대를 대상으로 모두 348억 원의 부실 대출을 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모기지론 대출 허점

모기지론 대출은 지난 2004년 3월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 주도로 도입된 제도다.

주택 수요자가 10년 이상 고정금리로 장기주택자금을 대출받아 집을 산 뒤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하게 되어 집값의 20~30%만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 저금리기조로 주택수요자들이 지난해부터 모기지론보다 금리가 더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하면서 연간 4조원에 달하던 판매실적이 뚝 떨어졌다.

사기꾼들이 노린 허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금융기관의 판매실적 중압감, 모기지론 대출에 대한 어설픈 사후 관리, 아파트 분양 및 등기서류, 감정평가서 등만 구비되면 서류심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부실 대출로 이어졌다.

더욱이 범행에 이용된 아파트가 모두 한국감정원이나 국민은행 제공 시세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나홀로아파트라는 점이 대출 심사에 나선 금융기관의 실수를 유도했다.

사건의 얼개는 사실 간단하다.

미분양 아파트를 갖고 있는 건설회사나 건축주는 자금회전이 안 돼 답답한 처지다.

분양브로커가 접근해 내가 도와줄테니 협조하라고 했고 그는 모집해 둔 명의대여자 이른바 ‘바지’와 분양가 1억원 정도의 아파트를 2억5천만원 정도로 부풀린 허위계약서를 작성한다.

감정평가사는 이 계약서를 근거로 약 2억2천만원 수준의 가짜 감정평가서를 만들어 주고 은행은 분양계약서와 감정평가서를 근거로 감정가의 60~70% 정도인 1억4천~1억5천만원을 대출해 준다.

이 과정에서 바지는 1인당 200~700만원을 받았고 바지 모집책은 1인당 1천500만원을 받거나 미분양 아파트의 임대차 권한을 넘겨받았다.

감정브로커는 평가서 1장당 900만원을 받아 감정평가사와 나눠가졌고 대출브로커는 1건당 300~500만원 상당의 대가를 챙긴다.

최종적으로 분양브로커는 건축주에게 건축원가에다 약간의 이윤을 계산해주면 자신은 아파트 1세대당 3천만원 정도씩을 챙겼다는 것이다.

모든 손해는 금융기관이 떠안았고 가담자 모두는 ‘사기’라는 범죄를 빼면 남는 장사를 벌인 셈이다.

검찰에 적발된 이번 사건 관련 아파트는 인천 지역 3개 아파트 48세대, 서울 지역 11개 아파트 85세대, 경기 지역 7개 아파트 72세대다.
권혁철기자 micleo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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