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 박규홍 인천교통공사 사장

지난 2월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를 기록했다.

다행히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공공요금을 잡고 있지만 현 정부들어 지난 3년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1.75%나 증가했다는 한 시민단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분석자료도 있다.

서민이 느끼는 체감 물가지수는 최근의 고금리 행진에 편승해 가계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매월 혹은 분기마다 각 소비자단체와 기관에서 쏟아내는 물가지수가 발표될 때면 시민의 발 노릇을 하는 인천교통공사는 좌불안석이다.

공공요금 동향을 주도하는 것이 시내버스 요금이고, 이는 고스란히 시민 교통서비스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시내버스 요금이 인천교통공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순수한 교통서비스의 질만 따지자면 이는 순전히 인천교통공사의 몫이다.

권한은 없고 의무만 있는 셈이다.

버스 승강장 청소부터 노선조정, 오지에 대한 시내버스 공영제 운영, 버스·택시업계 종사자 교육, 시외버스 터미널 운영 등이 공사의 고유업무다.

여기에 개통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월미은하레일에서부터 장애인 콜택시 운영, 신개념 교통수단인 BRT운영까지 지하철을 제외한 육상수단의 교통서비스분야를 도맡고 있다.

국내 최대항공사인 대한항공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8일 인천교통공사 8대 사장에 취임한 박규홍씨(54)를 만나 인천의 교통문제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월미은하레일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8일 오전 약속장소인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터미널을 찾았다. 인천최대의 교통밀집지역인 만큼 오전인데

도 차 대기가 쉽지 않았다. 터미널 고객 대기실을 가로질러 4층 공사 사무실에 마련된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인천교통공사’심벌과 글귀가 선명하게 박힌 짙은 카키색 점퍼를 차려입은 박규홍 사장이 반갑게 맞는다.

10여년간의 대한항공 근무를 끝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6년 주도했던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줄곧 정계에 몸담아온 그다. 그런 만큼 교통공사 CEO란 명함보다 ‘정치인 박규홍’이 더 낯익다.

‘오늘(8일)로 딱 취임 4개월인데 인천교통의 현안 파악은 다 됐느냐’고 물었다. 그는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90%이상은 파악한 것 같다”고 답했다.

정계에 있을 당시 젊은 나이에 사람좋기로 소문난 그다. 그래서 그의 주변엔 늘 사람이 붐볐다. 인천 민주당 조직을 얘기하는데 그를 빼놓고는 안된다는 말도 이 때 나왔다.

‘4개월 간 뭘 했느냐’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동안 공사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왔지만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비스 개선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서비스 개선이란, 우선 터미널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티켓판매 방식의 변화를 말한다. 물론 인천터미널은 그가 취임하기 전부터 무인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었지만 터미널에서조차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지 않아 무용지물이다시피 방치되다보니 시골 터미널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행선지를 말하고 티켓을 구매하는 창구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는 “버스터미널하면 일단 대합실 환경이나 서비스 시스템 측면에서 공항이나 기차역과 경쟁이 되지 않는 인식부터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전적인 창구 판매 시스템을 과감히 청산하고 무인판매시스템을 도입했다. 결과는 당연히 터미널 내부의 서비스 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창구 인력을 재배치하다보니 남은 인력은 또 다른 서비스 방면에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터미널 1층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이달 말 개관될 ‘북 카페’도 이를 통해 거둔 결실이다.

박 사장은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개선해 나간다면 직원들도 보람있게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인천터미널의 서비스 질을 인천국제공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버스 출도착을 알리는 전광판도 LED시스템으로 개선하고, 고속버스 기사들의 친절도 향상을 위해 각종 아이템 공모에 나선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그가 취임한 것을 대내외에 알리게된 이슈는 공교롭게 월미은하레일사업이다. 이 사업은 인천역에서 출발해 월미도 문화의 거리를 한 바퀴 도는 일종의 관광열차로 전임 시장이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해 4월과 7월 시범운행 중 잇달아 열차 바퀴의 레일 이탈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정성에 치명적 하자가 드러나 개통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결국 시민검증위원회가 발족됐고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시장이 바뀐 이후 책임공방을 벌였던 인천시와 교통공사, 시공사인 한신공영 등은 검증위 결과가 나오는 6월까지 속수무책으로 기다려할 판이 됐다.

해법을 물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철거하고 트램을 설치하면 속이 시원하겠지만 그렇게도 못하고…”라며 답답한 속내 먼저 드러냈다.

이 사업은 교통공사와 인천시가 턴키베이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추진한 것이어서 한신공영측이 모노레일을 건설해 시에 아직 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만큼 현 소유권은 한신공영에 있는 터다.

그는 “검증위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경우 지루한 법정공방에 휘말릴 공산이 적

지 않다”며 “모노레일에 대한 법적 소유권이 한신공영에 있고 공사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족히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제를 다시 터미널 운영으로 옮겼다. 1992년 인천터미널이 개장한지 20년이 되면서 터미널 주변이 인천최대 교통혼잡지역으로 자리잡은 것을 인식한 듯 그는 대뜸 터미널 이전계획으로 말을 이어갔다. “현재의 인천터미널 이용객을 분석해보니 주로 연구수와 남동구, 남구 주민들이 대다수였다”며 “인천시민들의 평등한 이동권 확보를 위해 일단 서부지역에 제2의 터미널을 2014년까지 새로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상지는 서구 가정오거리 인근 루원시티 사업부지가 검토되고 있단다.

이 곳에 서부버스터미널이 완공되면 서구와 계양구, 부평구, 강화군 등 인천서북부 지역 시민 160만여명이 이용하게 된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구월동 현 인천터미널도 인천지하철2호선 차량기지가 건설될 남동구 운현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현재 인천터미널에 하루 556대의 고속버스가 드나들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한 구월동 일대 교통체증은 고속버스 고객이나 시민들에게 상당한 피해”라며 “대중교통수단을 통한 접근로만 확보돼 있으면 터미널은 시 외곽에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당분간 터미널의 질적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거듭 말했다.

“우선 올해안으로 현재 118대를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를 증차해 120대로 확대운영하고, 수익성이 없어 버스업체가 운행을 기피하는 논현동∼송도 및 구도심 노선에 대해 공영노선버스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서비스사업의 일단을 공개했다.

항공사 직원에서 정치인으로 다시 공기업 CEO로 거듭 변신한 그에게 “내년 19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우문을 던졌다.

그는 “이제 막 왔는데, (민주)당에서 필요하다면 생각해 볼 문제지만 당분간은 송영길 인천시정이 안착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데 진력할 작정”이라며 “인천교통공사의 서비스의 질이 국제공항 수준으로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으면 정치재개도 빨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현답으로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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