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일반인처럼 대학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때가 언제 올까요?”
올해 서른네살인 최영락씨.
뛰어난 목공예기능을 가졌지만 대학진학의 꿈은 이루기 어려웠다.

서울 소재 모 대학의 장애인특별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지난해 대학을 찾았지만 많은 계단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대학내에 엘리베이터 시설이 돼있는 건물은 적었다. 강의를 들으러 휠체어를 밀며 부지런히 옮겨다녀야 하는 그로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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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다가 막상 대학 캠퍼스에 가보고 나서는 대학에 다닌다는 것이 걱정스럽고, 포기하자는 생각만 들더군요. 장애인을 위한 교육정책이 조금씩이나마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지만,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우선 갖춰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전문대 재학중이던 지난 97년, 사고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돈을 모으기 위해 운전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두운 새벽길, 차는 4m 아래 난간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중추신경계의 마비로 두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젊음.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참담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 수천번도 더 죽음을 생각했지만 장애를 딛고 사는 이들을 보며 ‘다시 살아보자’고 이를 악물었다.

신체의 통증, 정신의 좌절을 견딜 방편으로 그림을 배우는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다가 나무를 만지는 매력에 빠지게 됐다. 거친 나무를 다듬고 깎아 조형미 뛰어난 공예품이나 가구를 만들어내는 일이 휠체어를 탄 그로서는 중노동이나 다름없었지만 일에 빠진 순간 만큼은 행복했다.

99년부터 참여한 전국기능경기대회 수상실적은 화려하다. 일반인과 겨뤄 목공예 은메달을 따기도 했고, 2004년에는 장애인대회 가구제작 금상을 거머쥐었다. 장애인대회였지만, 휠체어를 탄 사람은 그 밖에 없었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가구를 만들고 금상을 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의지력과 실력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대학에서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한 뒤 목공예분야의 전문가로 살고 싶은 꿈을 안고 사는 최씨. 자신같은 성인 장애인의 꿈이 좌절되는 것도 마음 아프지만, 살아갈 날이 많은 어린 꼬마들이 장애로 인해 교육적 피해를 입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저도 정상인으로 살 때는 ‘장애인’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그들의 삶이 어떤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막상 장애인이 되고보니, 누구나 이런 엄청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장애인을 이해하고 그들도 당당한 사회구성원이라는 걸 하루빨리 인식하기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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