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남흥우 천경해운 소장 / 인사 800 회장

인천항이 인천을 상징하기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인천은 항구도시인지, 항만은 어떤 곳인지를 깨닫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인천항이 인천의 경쟁력이라 누구든 쉽게 말하지만 이를 널리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인천항에서 ‘남흥우’라는 이름 석 자는 곧 열정이다.

꿈에서까지 곧잘 인천항이 등장할 정도다.

‘인천항에 푹 빠진 사람’으로 천경해운 소장 보다 인천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른바 ‘인사 800’ 회장으로 더 친숙한 남흥우(59) 회장, ‘인천인’ 그를 만나봤다.

남 회장에게 인천은 어떤 곳인가.

-동구 송현동 100번지에서 태어나 상인천중, 인천고를 나왔다. 인천은 내가 성장하고 꿈을 꿀 수 있었던 곳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해양대학교를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바다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인천이 고향인 탓으로 생각된다. 어린 시절에는 지금의 현대제철, 낙섬, 월미도 등이 모두 바닷가였다. 인천의 바다는 나의 놀이터였던 셈이다. 하지만 해양대에 입학하고 바다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 후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 실

습 차 호주로 떠날 때도 인천항에서 출발했고 취업 후 뉴질랜드 첫 출항도 인천에서 출발했다. 이는 특별한 인연이 아닌가. 대학 졸업 후에는 지금까지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30개국의 여러 항만들을 두루 다녔다. 그리고 인천이 그리고 인천항이 우리나라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느꼈다. 나에게 있어 인천, 인천항은 희망이자 현재요, 미래다.

인천항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인천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인사 800’이다. 어떻게 활동하게 됐나.

-‘인사 800’은 인천대교 주경간폭 확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제2연륙교 범시민 대책위원회가 설립이 되고 선주협회 인천지구협의회 위원장으로 공동대표로 참여하게 됐다. 당시 대책위 운영을 위해 항만 관계자들이 자비를 내놨고 이후 당시 해양수산부가 인천항 시설 과잉을 용역결과로 발표하며 공동 대응하게 됐다.

이후 인천항에 관심 갖는 모임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어떤 정책이 결정되기 전에 정보를 사전에 확보하고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시작한 ‘인사 800’ 모임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천항에서 어느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이유는.

-지난 1974년 해대 재학 중 실습을 위해 배를 인천 내항으로 들어온 적이 있다. 당시 선장과 선원들 모두가 한결같이 인천항이 수도권 대표이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모두가 그렇게 믿었지만 지금의 인천항은 그렇지 못하다. 홀대 받으며 마치 제3의 항으로 전락해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는 과거 연안부두 등 항 인근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배후부지에 주거가 들어서면서 항만으로의 제 역할과 유리한 조건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과거 정부와 지방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반성하고 수도권 관문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인천항을 터전으로 하는 무려 45개 업종의 수 많은 기업들은 이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정보를 공유하려는 노력이나 업종별 경쟁력 방안도 논의 하지 못하고 있다. 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배가 많이 들어와야 한다. 이는 항 관계자들이 인천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부하며 제 역할을 하려고 할 때 가능해 진다고 본다.

‘인천항에 미쳤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인천사람으로 당연한 것 아니냐. 인천사람이 인천항에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에 대해 ‘너무 고생한다’고 걱정하거나 신기하게 생각하는 인천 그리고 인천항 풍토가 이해되지 않는다. 부산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부산의 경우 부산항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활발하게 활동하며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때론 인천항이 잘되기를 바라는 다양한 활동이 너무 눈에 뜨이는 것 같아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천항에 미친’사람들이 많을 때 인천항은 잘 될 수 있다.

인천항의 현재 문제점은 무엇인가.

-북항 개장 등으로 인천항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체선, 체하 등은 상당히 개선됐다. 그러나 문제 해결에도 불구 입항 선박은 감소하고 있다. 화물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선사나 화주 모두 경쟁력을 따지기 마련이다. 요율, 서비스 등에서 인천항이 경쟁력이 있는지를 고민하고 재점검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 제조기업들의 이전도 심각하다. 물량이 줄어들면 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인천항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비싼 항만임대료와 높은 보관료, 통관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현안들을 그대로 끌어안고 가면서 제대로 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항만활성화가 가능하도록 배후부지 추가 확보, 부지 내 제조업 입주 추진 등 이런저런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인천항만공사(IPA)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보장돼야 한다. IPA가 이용자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재원확보가 필요하다.

인천항은 앞으로 평택항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 인천과 평택항의 거리는 별 의미가 없다. 다만 어느 항이 유리하냐 하는 것을 따질 뿐이다.

인천항의 강점은 무엇인가.

-컨테이너터미널의 반출시간이 길어 차량들이 줄서 있지만 지난해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증가했다.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지는 못하지만 물동량이 늘었다는 것은 인천항이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활성화의 걸림돌이었던 원양항로 개설 등이 진행돼야 한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이 허브공항으로 위치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대형여객기 유치다. 인천도 대형 모선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선이 기항하면 수입, 수출 화물은 물론 화적화물까지 발생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형선이 입항할 수 있도록 인천신항 수심이 16m가 확보돼야 한다. 향후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남항 200만TEU, 신항 250만TEU 등이 가능해 질 것이다.

회장님의 꿈이 있다면.

-올해 인천항 물류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박사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인천항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와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항만 관계자들에게 ‘공부하는 CEO’가 되자고 항상 주장해 왔다. 내가 모범을 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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