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라는 것이 나한테는 멀기도 하고, 먹고 살자고 하는 장사꾼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싶어서 친분 깊은 분이 전해준 얘기가 낯설었습니다. 수상식 날까지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런데 상을 받으러 간 곳에 모인 이들에게서 한없는 따듯함이 느껴지더군요. 소감을 얘기하라고 했는데, 인천에 이렇게 따듯한 흐름이 있어 감사하다는 말 밖에 못했습니다.”

(사)해반문화사랑회가 인천에서 열심히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주는 ‘풀뿌리문화시민상’의 여섯번째 주인공이 된 곽현숙(56) 아벨서점 대표. 지난 27일 수상식에 다녀온 그를 만나 축하인사를 건네자 자격이 안된다며 손사레부터 친다.



해반문화사랑회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인천 동구 창영동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고서 자료 수집·전시를 통해 지역문화를 일궈나간 공로를 높이 샀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그저 하루의 시작이 책과 싸우는 것이에요. 다행스럽게도 책방이라는 것이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좋은 것을 터득하게 해줍니다. 스물네살부터 해온 일이 책방이거든요.”

그의 말대로 30여년 삶의 터가 바로 배다리 헌책방거리다. 70년대 중반 창영교회 옆 기독교사회복지관에서 아벨서점으로 출발, 한집 한집 내려오며 책방을 열고 닫고 또 열었다.
“그 시절 종교와 책방안에서만 살다보니 세상을 전혀 몰랐습니다. 2년정도 세상을 둘러보았죠. 다시 삶을 시작하자 결심하고 보니 제자리였습니다.” 이때가 1981년. 이후 지금까지 아벨서점을 이어오고 있다.

곽 대표에게 책은 특별하다.
“책방을 열게된 것도 아버지의 유산이 책이기 때문입니다. 한번도 뵌적이 없는 아버지이지만 책을 무척 좋아하셨다는 얘기를 줄곧 듣고 자랐지요. 아버지는 정신을 찾아가는 걸음을 내딛었고 나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느꼈던 거죠. 만져보지도 못한 그분이지만 나의 정신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6.25둥이인 그가 태어나자마자 부친은 납북, 생사조차 모르고 지낸 세월속에서도 존재감을 지니고 살아왔다고 말한다.

“책과 더불어 지낸 삶이 곧 행운이에요. 책을 만지다보면 가슴벅찬 순간이 많거든요. 특히 옛날 책에는 이 나라를 발돋움하게 한 에너지가 담겨있습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도 책을 통해서 긍정받기도 하구요. 때에 맞춰 만나는 친구도 책이 있어 가능합니다.” 말하는 눈빛이 한없이 맑다.

전시관을 꾸민 얘기를 들어봤다. “내 책방에 오는 사람이 가능한 인천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출발했어요. 책이 희롱당해서는 안되고, 또 헌책방을 싸구려 취급하는 것이 싫어 전시관을 마련하자 했습니다. 3년전 소박하게 시작했는데 지난해 여름 문을 닫았죠. 다시 꾸미고 있어요.”

확장의 개념이다. 전시관과 매장을 겸한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시집 전시관 한켠에 60∼80년대 책을 취급하는 매장을 들인다는 구상이다.
“들어왔을 때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는 토·일요일만 열었는데 이젠 상설전시로 가려고 해요.”

아벨서점이 존재하는데는 주위에서 응원해준 이들의 힘이 컸다고 말한다. 이름은 모르지만 단골손님들의 따듯한 가슴은 언제나 곽 대표에게 힘이 됐다.
“내가 책을 제공한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아요. 그분들의 성원을 받침으로 아벨이 서 있는 거지요. 그래서 더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