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문화정책 점검

과거 인천의 문화정책은 건축물 건립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다.

인천시와 각 구·군은 하루가 멀다 하고 도서관을 비롯한 각종 테마박물관, 문화회관 건립계획을 쏟아냈고, 심지어 시립미술관과 같은 몇몇 문화시설은 서로 유치하겠다고 경쟁까지 붙었다.

이런 문화정책은 송영길 시장 당선 이후 선회하게 된다. 전시장이나 공연장 등 하드웨어적인 문화 인프라 확충보다 소프트웨어 구축, 인천 문화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이 ‘2014 비전과 실천 전략’이다. 시는 강화·옹진군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 및 강화·옹진의 역사문화 창조지역 육성’과 배다리 등 구도심 문화 활성화를 위한 ‘역사가 숨 쉬는 활기찬 문화도시’를 앞세워 인천의 문화정책을 이끌어 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천 문화계는 이구동성으로 “문화가 사라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3대 시정원리, 3대 핵심

사업, 5대 시정목표, 5대 경제기반을 바탕으로 만든 ‘2014 비전과 실천전략’ 속에는 ‘대한민국의 심장, 경제수도 인천’을 만들기 위한 내용이 중심이 됐을 뿐 시정 목표와 핵심사업 그 어디에도 문화예술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가 내세운 20대 중점과제에 속한 ‘해양 및 강화·옹진의 역사문화 창조지역 육성’, ‘역사가 숨 쉬는 활기찬 문화도시’도 문제가 많다.

‘마리나 조성’, ‘강화·옹진의 민간투자유치 활성화기반 구축’, ‘강화 역사문화거점 역사와 세계유산 조성’, ‘옹진도서 창조관광 육성 및 접근성 개선’ 등으로 구성된 ‘해양 및 강화·옹진의 역사문화 창조지역 육성’의 경우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기보다 관광정책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나마 보존됐던 자연환경마저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 예술계뿐만 아니라 환경단체 반발을 살 만한 정책이라는 평가다.

내년에 설립하겠다는 강화역사문화재단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화계 시각이다. 현재 연구용역을 맡고 있는 인천발전연구원에는 역사를 전공한 박사들이 없어 이와 관련된 부분은 모두 외부에서 찾아야 되기 때문이다.

‘역사가 숨 쉬는 활기찬 문화도시’는 아이디어 나열 수준으로 ‘구도심 문화 창조’, ‘지역문화 르네상스’, ‘문화를 위한 1%-나눔의 문화도시 프로젝트’ 등은 전임 시장의 정책을 그대로 갖고 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나마 ‘사운드 시티(Sound City), 인천’ 프로젝트가 있으나 록 음악 마니아들에게 한물 간 것으로 평가 받는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을 세계적 음악축제로 육성한다거나 인프라조차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환영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문화계 인사들은 송 시장이 시민들과 약속한 공약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송 시장 공약은 인천 문화 인사들과 야권 정치계 인사들, 시민사회단체의 합의를 거치며 작성되고 인수위원회를 통해 재정리된 만큼 인천문화계 현안을 정확히 짚고 있기 때문이다.

송 시장의 당초 문화정책 공약은 시민 중심의 문화적 공공성을 확대하고 그 다양성을 존중하며 지역 문화의 자생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인천 문화계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창조적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인천민예총 관계자는 “‘2014 비전과 실천 전략’은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전략으로는 빈약할 뿐 아니라 문화예술인의 여망을 담은 공약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송 시장의 공약을 인수위원회에서 재정리한 결과물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지역 예술가는 “문화를 통해 파급되는 경제적 효과는 단순한 경제 성장뿐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 마인드도 키울 수 있다”며 “창조적인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선 경제, 후 문화를 주장하는 행정가 사고방식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요자 중심의 문화정책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문화전문가들이 공공기관 주도의 문화정책 실패 요인을 주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것을 꼽고 있는 만큼 문화정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문화계 인사는 “한 지역의 문화정책은 일방적으로 만들어 끌어가기 보다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기반을 닦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하루 아침에 정책을 만들고 결정짓기보다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정책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미경기자 mkchoi333@i-today.co.kr

 

"정책 실효성 의문… 활성화 방안 필요"
[인터뷰] 손동혁 주안미디어센터 소장

손동혁 주안미디어센터 소장은 “‘2014 비전과 실천전략’은 ‘경제수도 인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있으나 그 안에 담겨야 할 문화정책이 부족하다”며 “지역 문화를 고루 성장시킬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송 시장의 문화정책의 중심이 된 강화·옹진군 역사·문화자원화 방안을 지적했다.

“강화군의 경우 20여 개가 넘는 곳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관광단지를 구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자칫 투자 심리를 자극해 강화군이 갖고 있는 자연유산을 훼손할 염려가 있습니다. 옹진군의 대이작도를 중심으로 한 테마공원 조성은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구도심 문화창조’나 ‘지역문화 르네상스’, ‘문화를 위한 1%-나눔의 문화도시 프로젝트’ 등은 전임 시장의 정책을 답습하거나 아이디어 나열이라는 비판도 가했다. 이 중 ‘사운드 시티, 인천’ 프로젝트는 현재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을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키우는 방안과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인천국제악기전’에 기반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시장의 공약과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지역문화정책 방향은 시민이 중심이 된 문화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실천과제가 담겨 있다. 이 내용은 현재 ‘2014 비전과 실천전략’에는 담기지 못한 것이 많다.

“송 시장이 내 놓은 새로운 문화정책은 추상적이고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관광자원 개발에 치중한 계획이라는 것도 문제점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손 소장은 “송 시장의 공약과 인수위원회의 지역문화정책 방향은 지역 문화계와 범야권 인사,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 만든 만큼 지역문화정책 발전 방향을 비교적 명확히 짚고 있다”며 “이 부분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