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전문가에게 듣는 실천 전략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인천이 ‘경제수도’라는 비전으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인천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 동력이 항만과 공항, 제조업 등 전반에 걸쳐 제시되며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반면 구체적인 일부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경제수도 인천’은 정책 수립 및 수행 기관인 인천시 홀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경제수도 인천’을 비전으로 지역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인천 강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필수다.

민관이 비전을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류, 금융 등의 기반으로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육성책을 마련하고 인프라와 강점을 구별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기다.

‘경제수도 인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실천 전략이 마련돼야 할지 들어봤다.

 

백화점식 육성 '한계'…비전 제시를
이인석 인천학 초빙 연구원

“인천이 경제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에 끌려 다니기보다 특유의 강점을 찾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인천발전연구원장과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지낸 인천학 연구원 이인석 초빙 연구원.

인천을 고향으로 인천에 도시재생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뿌리 내리고 지역 기업들과 근거리에서 호흡해 온 이 연구원은 경제수도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인천이 진정한 홀로서기를 준비하게 됐다는 생각에서다.

“경제수도라는 의미는 인천 본래 모습에 대한 회복이라는 데 의미가 깊습니다. 인천은 개항, 산업화 이후 잠시 동안 우리나라의 관문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수도란 인천이 세계 경제와 자국 경제를 잇는 교량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바로 인천이 특유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니까요.”

그는 경제수도가 인천이 더 이상 서울에 끌려 다니는 종속된 도시가 아닌 자신의 역량만으로 도시를 이끌어가겠다는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했다. 하지만 경제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한 나라의 경제 중심을 의미하는 경제수도는 발전 기반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천이 모든 경제 분야를 품고 발전해 나가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여의도가 국내 금융 심장으로 인정받는데 무려 5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홍콩이 세계적인 금융도시로 인정받는 것과 비교하면 여의도는 국내 금융 중심지일 뿐입니다. 백화점 식 육성보다 인천의 강점을 우선 찾아야 할 겁니다.”

결국 경제수도라는 것은 단기간 내에 추진될 수는 없는 법. 그는 인천이 경제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천의 강점을 구체적인 비전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향후 정책 연속성을 확보하기 힘들 겁니다. 경제수도란 오랜 노력이 투입되는 장기적인 사업이죠.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배후로 물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등 실물 경제가 뒷받침 돼야 합니다. 인프라가 모두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그저 고철일 뿐이죠. 현재 인천국제공항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수준은 여전히 낮습니다. 또 서해안 고속도로는 지역 기업의 지방 이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는 지역 인프라와 강점을 반드시 구분하는 노력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또 어느 누구 하나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분권화와 경제 세계화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은 인천은 새로운 출로를 찾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인천은 관문 도시로 역할과 기능을 되찾고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산업 구조 고도화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해 새로운 출로를 찾아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자유구역 조성과 구도심 재생, 그리고 산업 구조고도화를 통한 산업 재생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겁니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기업이 오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이희재 ㈜우성아이비 대표

“현재 인천 모습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합니다.”

‘인천 경제수도’에 대한 이희재 ㈜우성아이비 대표의 생각은 명확하다.

그는 인천이 경제수도로 거듭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우선적으로 현재 인천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명확히 따지고 해결해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천은 산업성장 없이 도시팽창만을 이뤘습니다. 잠자리가 일자리를 밀어낸 상황입니다. 산업성장과 고용

창출이 도시 경영의 핵심인 점을 감안하면 실패 상황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기업인 입장에서 이 대표가 산업성장, 고용창출을 위해 꼽은 해결책은 ‘탈 기업화 현상 막기’다.

그는 기존에 인천에 자리한 기업들부터 우선적으로 돌보고 지원해 인천을 타 도시, 타 국가 기업이 꼭 공장을 세우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동산단이 인천을 대표하는 산업단지라지만 기업인들이 입주를 희망하는 곳이 아닙니다. 땅 값은 비싸고,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주차장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타 도시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습니다. 구조고도화를 꾀해 진실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더불어 인천시가 공장 총량제, 과밀부담금제 등 각종 규제를 개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주문했다.

그는 특히 ‘민관공동협의체’ 구성에 큰 의미를 뒀다.

공급자 위주의 현 정책 생산 시스템을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경제수도로 나아갈 초석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관공동협의체에 공무원은 최소한 참여하고, 경제와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현장인력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또 수요자와 공급자로 명확히 선을 그었던 정부와 기업이 상생 파트너십을 발휘할 공간이 돼야 합니다. 이 조직은 단순히 경제수도의 개념에 국한해 생각하는게 아니라 인천이란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놓고 심도있게 논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지원책도 민관공동협의체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해 집중 육성하고, 중소기업지원기금을 조성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이 중 정책의 현실화에 기동력이 되는 중소기업지원기금 조성은 장기적 계획을 세워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가 세운 1조 억원 기금 조성은 돈으로 가치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효율성, 효과로 살펴야 합니다. 먼저 1년에 2천억 정도씩 쪼개 기금을 조성하고, 그 중 30%는 시가, 나머지는 벤처캐피탈 등과 연계해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이 대표는 경제수도 건설을 위한 목표 중 하나인 외국인 기업 유치에도 남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지금이라도 국내 굴지 기업 유치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외국인 투자 유치는 그 다음 단계 입니다. 국내 기업에 차별을 두지 않으면 외국기업 유치는 자연스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현명한 생각과 시각 전환이 필요한 때 입니다.” 박석진기자 psj06@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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