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조재현 ㈜인천조선 전무

인천은 항만도시이자 공업도시다. 하지만 좀처럼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산업에서도 그렇다. 국내 제2의 항구도시지만 변변한 조선단지 조차 없는 곳이 인천이다. 5년 전부터 조선단지를 만들자고 그렇게 떠들어댔지만 소 닭보듯 한다. 예인선 1척은 3천만 원짜리 자동차 100대 값과 맞먹는다. 조선산업이 부가가치가 크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인천은 조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한물간 산업쯤으로 내몰고 있다. 윤활유나 버리고, 페인트 입자나 내뿜은 공해업체로 깎아내린다. 고릿적 생각만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유치를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인천의 조선업체는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전국항 일대 162만㎡에 해양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경기도와는 딴 판이다. 경기도는 이곳에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요트·보트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최근 인천 조선업체들끼리 조선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조선단지 예정지의 자치단체는 벌써부터 ‘공해업체니, 환경오염이니’하며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조선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조선의 조재용(72)전무를 만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천의 조선산업이 단지를 만들 정도로 경쟁력이 있나

“조선하면 사람들은 으레 부산 거제를 떠올린다.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을 지어야만 먹고 사는 줄 안다. 그

게 아니다. 큰 배가 있으면 작은 배가 있어야 하듯 조선도 큰 선박을 건조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작은 배를 짓는 업체도 있다. 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배가 모두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은 아니지 않는가? 척수로 보면 어선처럼(10톤미만)의 소형어선이 훨씬 많다. 인천은 그 틈새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조 전무의 말마따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천시에 등록되어 있는 선박은 총 2천23척이다. 이중 93%가 10톤 미만급이다. 대부분 소규모 선박이고 낡은 배도 많이 포함돼 있는 실정이다.

인천의 조선업계의 형편은 어떤가? 작은 선박을 건조해 승부를 걸 수 있나

“인천조선의 회원사로 있는 삼광조선공업㈜을 예로 들어보자. 1977년부터 등록해 조선사업을 벌인 이 회사는 200톤급나가는 예인선 건조만큼은 국내에서 알아준다. 지금도 10여건의 수주해 예인선을 짓고 있다. 소방구조선 건조능력도 갖고 있다. 에스애이취조선의 경우도 해양탐사선 건조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것이 인천 조선업체의 경쟁력이다. 한마디로 특화돼 있다는 것이다. 200톤 미만의 배라고 하니까 우습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예인선 한 척이 보통 30억원 한다. 고급 승용차 100대를 팔아야 하는 값이다.”

조 전무는 조선산업의 파급력을 강조한다. 엔진 등 기관과 추진체인 프로펠러, 전자·전기, 의장품인 목재까지 다양한 업종이 연계해야만 하는 것이 조선업이라는 것이다.

굳이 단지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가

“6개 회원사들 중 3군데가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있다. 인천시 계획에 앞으로 만석부두와 화수부두를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부두가 친수공간으로 조성될 때에는 계획상에 회주도로가 만들어 지는 것으로 돼 있다. 이 회주도로가 지금 영업 중인 조선업체를 치고 나간다. 그 때가 되면 만석동에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보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떠나든지, 아니면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 영종도의 케이앤씨 경우가 있지 않은가? 영종하늘도시 건설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지만 마땅히 이전할 데를 물색하지 못해 결국 폐업결정을 했다. 삼광조선공업만 해도 정식 직원35명을 포함해 130여 명이 일하고 있다. 툭하면 일자리 창출, 일자리 창출하는데 기업이 없어지는데 일자리 창출이 되겠나.”

만석동과 북성동은 조선업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수리할 배나 새로 지어진 선박을 끌어올리고 진수하기 위해선 꼭 바닷가를 끼고 있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만석동이 조선업의 적지로 꼽혔다. 게다가 또 매립을 통해 공장 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조선소로 공장을 등록한 기업은 1953년의 인천조선공업㈜다. 공장 터는 역시 북성동과 만석동 해안 일대로 매립한 터(39만㎡)였다. 인천의 조선업은 1982년 남항 준설토 투기장에 세워진 한라중공업 인천공장으로 활기를 띠는 듯했으나 1997년 문을 완전히 닫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왜 이제 와서야 단지화를 추진하고 있나. 그 전에도 단지화의 필요성은 있었을 텐데.

“단지화의 요구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벌써 2006년 12월 지금은 국토해양부지만 당시 해양수산부가 조선단지 위치를 검토했다. 전국무역항기본계획 수정계획에 반영돼 이듬해 고시까지 했다. 그곳이 서구 거첨도 앞 해안이다. 해안매립을 통해 조선단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삼광조선공업 등 인천 조선업체가 ‘인천지역조선단지조성추진협의회’를 만들고 2008년 3월 대영엔지니어링과 조선단지 조성을 위한 용역계약을 맺었다. 조선업체들이 용역비로 쓴 돈만 해도 11억 원이다. 인천항만공사나 인천해양항만청이 직접 매립해 조선업체들에게 분양을 했으면 좋겠지만 업체들이 거첨도 직접 해안을 매립해 조선단지를 조성하는 비관리청 항만공사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삼광조선공업·태항조선·경인기계·에스에이취조선·대기해양·우리해양 등 조선업체는 ‘㈜인천조선’이라는 법인체를 만들고 2010년 월 인천해양항만청에 조선단지 조성 시행허가를 신청했다. 638억 원을 들여 1천190m의 호안을 쌓고 17만5천500㎡의 조선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쓰고 있는 터가 넓게는 1만5천㎡에서 좁게는 971㎡로 워낙 비좁은데다가 500톤급 배를 들어 올려 받치는 시설조차 없기 때문이었다.

조선단지 조성은 잘 돼 가나

“투자비를 대겠다는 금융권도 있어 사업비는 걱정이 안 된다. 당장이라도 삽을 뜰 수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다. 조선단지 조성 허가신청을 할 때만해도 환경영향평가가 있는 줄을 몰랐다. 현재 넘

어야할 가장 큰 과제는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다. 용역업체를 통해 지금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고 있다. 전국무역항기본계획에 조선단지가 반영되고 고시까지 난 상태라 환경영향평가에서 적정통보를 받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협 등 재무적 투자자가 버티고 있는 조선단지 조성사업이 풀어야 할 과제는 환경영향평가만이 아니다. 관할 행정기관인 서구와 서구의회가 거첨도 해안에 조성하려는 조선단지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환경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거첨도 앞 갯골을 사이에 두고 체험형 관광지로 개발하는 세어도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인천조선이 하기에 따라 서구의 행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환경훼손과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조건 아래 고용창출과 세수증대를 가져오는 조선단지를 무조건 마다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서구가 제기하는 환경오염에 대책은 있는가

“조선소에서 나오는 가장 큰 오염원은 페인트다. 특별히 다른 오염원이 없다. ‘윤할유가 유출됐다’ 예기를 하는데 근거 없는 소리다. 수리할 배를 육지로 끌어 올린 뒤 윤활유를 깨끗이 받아 제거한다. 밖으로 세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다만 건조 과정에서 페인트를 분사해 칠하는데 페인트를 공기 중으로 날릴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돔을 씌워 페인트를 칠해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조 전무가 조선단지 조성에서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전시장이다. 전체 조선단지 터 중 10%인 1만6천500㎡ 공공용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요트를 전시해 수도권 시장을 공략할 셈이다. 이럴 경우 조선단지는 하나의 관광상품으로도 적지 않은 가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조 전무의 구상이다. 글=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사진= 황경진 기자 ssky0312@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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