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재건축·재개발 대안 모델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 때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전국적인 부동산 붐에 따라 정비사업구역 지정이 잇따랐다. 인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6년 8월 ‘2010 도시·주거환경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 147개 정비예정구역이 지정됐다. 이미 지정된 28개 구역 외에 4배 이상 뛴 것이다.

이듬해 26개 구역이 추가됐고, 지난 해 32개 구역이 또 지정되는 등 모두 212개 구역이 재개발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점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사업이 완료된 구역은 2개에 불과하고, 102개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17개 구역은 추진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 등 외적 요인과 지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일부 지역은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는 등 재개발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원주민 재정착률 문제를 비롯해 마을 공동체 붕괴현상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황금 알’이 되레 주민 피해만 속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비단 인천시만의 고민이 아니다. 국토해양부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똑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경제수도 인천’이란 위상에 걸맞은 대안이 필요해졌다.

▲인천시 정비기금 규모는

인천시는 노후도 40%만 충족하면 정비예정구역에 포함시켰다. 서울시의 정비 조례는 노후·불량 건축물 3분의 2 이상 지역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는 이 보다 완화된 60% 이상을 기준으로 적용했던 점을 보면 지정 요건을 낮춰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인천시는 도시정비기금도 적립하지 못했던 터였다. 정비기반시설 설치비 지원금이나 임대주택 매입(17%)비 등 인천의 공공적립액은 142억원에 불과하다. 서울시 1조470억원, 경기도 4천752억원, 부산시 2천10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다.

지정 요건 강화, 공공관리제도 도입 등을 검토하더라도 공공지원비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비사업은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102개 구역에 기반시설 설치비(상한 30억원)를 모두 지원할 때 1천370억원이 필요하다.

또 83개 구역에 대한 임대아파트 매입금도 1조4천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선 1조5천억원 이상의 정비기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경기 침체 등 외적 요인을 제외했을 때 산출된 금액이다. ‘10조 부채’ 상황에서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주민제안형 공동체 인천 만들기

인천시는 최근 ‘2014 비전과 실천 전략’을 통해 ‘주민제안형 공동체(Community) 인천 만들기 사업’을 소개했다.

난맥에 빠진 정비사업의 대안 가운데 하나다. 이 계획은 특히 고층 아파트 계획이 야기하는 문제에 천착한 결과에 따라 제기됐다.

획일적 개발은 재정착률을 저하시키는 동시에 마을 공동체 해체를 가속화시켰다. 고밀·고층 주거지는 또 인근 주거지에 조망·일조권 침해, 기반시설 부족 등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특히 주민제안형 공동체 인천 만들기의 핵심은 주민 주도의 개발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일본의 마찌쯔구리 사업(세타가야구 마을만들기), 행정안전부의 ‘참 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 경관법에 따른 경관협정사업과의 연계 등 관련 사례(서울 성미산 마을, 부산 물만골 공동체 마을)는 충분히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소통과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 시설 도입도 검토 대상이다. 체육, 문화, 여가, 교육, 복지 등 분야별 시설의 수요를 고려해 생활권 단위의 공동 이용시설을 도입해 놓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저층(Human Scale) 주거단지 모델도 고려 사항이다. 사업 지구의 공간적·물리적 형태를 고려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으며, 건축 후 주민 대부분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관에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종합하면 ▲주민제안 공모사업 ▲커뮤니티시설 공급사업 ▲저층 주거단지 모델 개발 등을 통해 충분히 주거환경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는 더 이상 재산 증식의 통로’가 아니라는 믿음이 확산될 경우 이 같은 계획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구역 해제도 검토대상 돼

478개 예정구역이 있는 부산시의 모델도 재개발·재건축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부산시도 전면 철거방식으론 더 이상 사업 진행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구역별로 그리고 사업 여건에 따라 지구를 분류해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한다는 게 부산시의 구상이다.

부산 역시 사업성이 낮은 구역은 해제하고, 커뮤니티 주도의 마을 만들기를 제시하고 있다. 주민공동체 의식을 높여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경우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업성은 높지만 주민 참여도가 낮을 때는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민간 참여 거점확산형 주거환경개선사업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온 구체적인 계획은 두 가지. 거점 개발을 기반으로 주민들의 자발적 주택 개량을 촉진하는 주민참여형 정비사업이 하나다. 또 민간이 순환용 임대주택이나 주민들의 사회·경제 생활지원시설을 공급하고, 중·저층 공동주택, 단지형 단독주택지, 도시형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사업모델이 있다.

무엇보다 부산시는 추진되지 않고 있는 정비구역의 해제에 주목하고 있다. 190개 재개발 구역 중 27개는 추진위원회 승인도 이뤄지지 않았고, 43개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조합 설립도 안 됐다. 이들 70개 구역은 사업 진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부산시는 지역적 피폐만 야기한 만큼 주민 합의를 통한 구역 해제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이밖에 정부 지원의 특별법 제정이나 국·공유지 무상 제공, 사회복지프로그램과 개발을 연계한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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