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4) 다양한 실험모델서 미래를 찾자 외국근로자나 결혼이민여성의 안착을 위한 원스톱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현 정책이나 제도 안에서 공적비용을 늘리지 않고는 어렵&

전문가들은 다문화시대가 요구하는 행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은 머지않아 다문화거주지 슬럼화나 게토화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그런 조짐들이 곳곳서 일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의 이민자 폭동 등 반정부 소요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문화인구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지원은 소통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지자체나 거점기관을 중심으로 연계만 이뤄진다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구·군 단위 다문화가정 지원센터를 비롯해 민간지원 기관 활동을 전문화할 수 있다.

다문화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들은 행정의 변모를 시작하고 있다. 다각적인 방법으로 제도를 보완해 밀착지원에 근접한 행정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의미있는 시도들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 다문화특구에 행정 원스톱서비스

안산시는 2007년 거주외국인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64개국 출신 3만5천여명의 다문화인구와 공존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원곡동을 중심으로 밀집 거주지를 형성하고 있다. 원곡동 거주민 10명중 6명이 다문화인이다. 거리 곳곳은 외국어 간판이 즐비하고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거리를 오간다. 시장에 가면 각국의 음식들과 야채들을 먹을 수 있다.

다문화특구 사람들은 계절마다 이국적인 축제를 열고 외국인들이 모임을 결성해 봉사활동도 벌인다. 2009년 정부가 원곡동 일대를 ‘다문화마을 특구’로 지정한 이후에는 다문화 지원은 완성도를 더해가고 있다.

원곡동에 있는 외국인주민지원센터는 다문화인을 위한 행정거점이다. 단순한 행정지원뿐만이 아니라 복지·치안 영역까지 ‘다기능 지원본부’ 역할을 맡고 있다.

몽골 여성 에르게젤씨는 안산에 사는 남편과 결혼해 입국했다. 인천공항에 입국해 안산으로 이동한 에드게젤씨는 안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부터 들러야 했다. 출입국관리소에서 출입국등록증을 안산에서 받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에드게젤씨는 안산지원센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행정서비스를 받는다. 1층 현관부터 시설안내와 이용법이 5개국어로 표기돼 있다. 한국어를 못해도 사무국에 들어가면 통역지원과 함께 한국적응교육안내를 받는다. 외무·교육·인권 등 분야별로 행정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한국생활과 행정· 법률 가이드북도 받았다. 컴퓨터강좌 등을 수강하기도 쉽다. 일단 자국어로 표기된 신청서류가 비치되있기 때문이다.

짬이 나면 센터 도서관을 들러 책을 보기도 한다. 도서관에는 14개국 도서 6천100여권이 구비돼있다. 가끔은 몽골어로 된 잡지나 책들을 대출해 간다.

며칠 전에는 통역지원센터에 들렀다. 통역지원센터에는 15개 국어 통역창구가 있다. 통역을 통해 고향에 돈을 부치려면 1층에 있는 은행에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센터는 도움을 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1층 은행으로 가니 통역이 친절하게 송금과정을 도와줬다. 이 은행은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 안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의 서비스는 1년 365일 24시간 제공된다. 센터는 주말과 휴일이 더 바쁘다. 외국인근로자들도 모여들기 때문이다. 센터내 보건소(단원보건소 원곡보건지소)도 부산하다. 공중보건의 3명이 진료를 지원하고 주말에는 안산시의사회 서울대병원이 이동진료를 온다. 한방 내과 치과 등 영역별로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다.

에드게젤은 애기를 낳으면 센터내 글로벌 아동센터에 아이를 맡기고, 운전면허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아동센터는 다문화자녀를 위한 건강 복지 교육 보육 등 통합 서비스를 위해 간호사와 복지사 보육교사가 상주하고 있다.

안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치안과 예술문화 영역까지 담당하고 있다. 외국인과 내국인 계약직 9명을 채용해 다문화마을 특구를 순찰한다. 8개 국어로 소식지도 발간하고, 다문화 국제 포럼도 주최한다. 각종 문화예술 강좌도 열고 있다. 유단자를 배출하는 세계태권도 아카데미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복합적·전문적인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이주민 관련 실무자 교육을 분야별로 진행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행정도 서비스입니다. 다문화밀집지에 그들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합니다. 그들도 주민이니 행정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김창모 센터장의 설명이다.

▲ 소통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안산다문화가족 사례관리 네트워크센터의 역할은 다문화 거주민들의 문제와 고충들이 접수되면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하는 곳이다.

“복합적문제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들을 기관들과 연계해 처방하고 상황을 지휘하는 곳입니다.” 네트워크 센터 한소정 센터장(37)의 설명이다.

베트남인 후안마이(25)씨는 1년 전 결혼해서 원곡동에 살고 있다. 50대인 남편은 알코올중독과 의처증 증세를 보였다. 과도한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달 전 남편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식당주인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식당주인을 찾아와 폭력을 행사했다. 하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했다.

후안마이씨는 남편과 관계 개선도, 다시 취업도 하고 싶다. 도움을 청하고 남편의 문제를 상담할 곳을 찾던중 안산네트워크와 연결됐다.

네트워크측은 컨소시엄을 맺은 지역의 12곳과 솔루션회의를 거쳐 맞춤처방을 내렸다. 남편은 시 정신보건센터에 의뢰해 상담과 치료를 받게 하고, 후안마이씨는 잠시 쉼터에 머물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한 뒤 시 여성개발인력개발센터에 의뢰해 취업교육을 받도록 조치를 취했다. 솔루션회의에서는 진행상황을 점검하며 상황에 따라서비스를 조정하기도 한다.

9살 미경이의 엄마는 필리핀 출신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엄마는 미경이의 양육을 거의 방치하다 시피 했다. 지난 학기까지 초등학교에 다니다 중단했다. 한글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수업도 힘들었고 친구들의 따돌림이 싫어서 였다. 보다못한 할머니가 네트워크를 통해 상담을 청했다.

네트워크는 어머니에게 상담기관을 연결해주고 미경이는 멘토를 연결해 줬다. 멘토는 학습지도를 곁들이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부부사이에서 태어난 장애아동도 네트워크를 통해 의료와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네트워크는 2009년 공동모금회 지원으로 개소했다. 안산지역 다문화 행정과 관련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문화문제를 공조하는 것이 위상과 기능이다.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관끼리 연결되고 문제를 공유하게 되면, 한국어 교실 문화체험 등만 남발하는 기관들의 역할도 조정해 재배치할 수 있고, 집중적인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걸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다. 사례관리도 접수도 많지 않은 편이다. 네트워크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산에는 다문화관련기관 20곳과 사회복지관 40곳이 있다. 네트워크 참여기관은 현재 12곳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만족도나 효과는 높은 편이라고 자평한다.

네트워크는 2012년까지만 존치하는 한시적 단위기구다. 지역의 관련기관끼리 거미줄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일단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2012년까지 네트워크를 강화해 소통들이 원활해지면 네트워크는 해체된다.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유기적 공조체계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솔루션들이 진행될 것이다. 유승희기자 ysh8772@i-today.co.kr

한국학생과 통합수업…차별없는 배움의 길
안산 대안학교 '들꽃피는 학교'

“배움에 차별을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문화도 우리가 안고 가야할 문제로 생각합니다.”

안산의 ‘들꽃피는 학교’는 청소년 대안학교다. 종교단체에서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하는 비인가 시설이다. 정규교육의 울타리 밖에 있는 청소년들이 정규학교에 편입하거나 검정고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는 지난 9월 부터는 의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통합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 다니는 청소년은 34명중 21명이 다문화가정에 편입된 중도입국 자녀다. 엄마의 재혼 등으로 한국으로 건너온 청소년이다. 이들은 문화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학교 수업과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못하다. 학교를 포기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편입 시도조차 하지않는 경우도 있다.

이곳의 학생 21명은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겪다 사례관리 네트워크를 통해 들꽃피는 학교에 둥지를 틀었다. 별도로 한국어 수업시간이 배정됐고, 나머지 교과는 한국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수업은 텃밭가꾸기부터 연극 영상 등 다양하게 진행된다.

통합수업 한달째. 통역선생님이 수업지원을 해도 수업 진행이 힘들다. 한국아이들도 서먹해 하고, 다문화 자녀들도 화합하지 못하고 따로 어울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미영 교감은 “첫 시도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쳐 당황하는 일도 있고, 머리를 싸매기도 하지만, 시행착오도 하나의 과정”이라며 “고비와 단계를 넘은 후 교육의 질을 고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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