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3) 다문화가정의 자녀

인천에 거주하는 현재 결혼이민여성은 1만5천여명이다. 이중 3천500여명은 귀화했고, 외국 국적자는 7천여명이다.

다문화가정 학생은 총 1천900여명(유치원 포함)이다. 이중 초·중·고생은 1천600명이다.

취학인원은 아직 많지 않지만, 다문화가정 대부분이 한자녀 이상 미취학 자녀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문화자녀는 어림잡아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다문화자녀 1세대다. 공교육 현장은 권역별 다문화거점학교를 중심으로 다문화자녀 교육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성과를 내기에는 이른 단계다. 대부분의 정책들이 시행초기라 진행과정에서 효과를 검증하고 오류를 보완하는 절차를 거쳐야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교육권 안에서 이탈하거나 소외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외국의 경우처럼 폭력·범죄집단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역아동센터의 한 교사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껴안지 않으면 곧 이들의 문제는 핵폭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말이 서툰 엄마가 자녀를 양육하면 어휘 표현력이 부족해요. 또 대부분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성도 부족하고, 자연스럽게 습득해야 할 예절이나 한국문화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동구 송림2동주민센터 다문화가정 담당 복지사는 이들이 취학하게 되면 당연히 부적응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부모와 같이 살거나 자주 왕래하는 자녀들은 다행히 정도가 덜 한 편이다.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이 내가 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죠.”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다문화자녀 대부분이 친구들의 놀림에 위축되고, 학습 부진에 고충을 겪는다고 말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어휘에 대한 문제다. 예를 들면 ‘밥’ ‘진지’ ‘식사’의 개념이 같은지를 식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밀착지도를 맡아야할 엄마의 한국어 실력은 ‘소통하는 정도’다.

다문화엄마들은 알림장에 적힌 ‘물체 주머니’ ‘콩 주머니’ 같은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담임교사에게 전화로 문의해 준비물을 챙겨주는 엄마는 많지 않다. 빈 손으로 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빈번하다.

결혼 직후 집에서 육아에 전념하던 엄마들은 아이가 진학하게 되면 대부분 ‘돈벌이’에 나선다. 남편 대부분이 저소득이기 때문이다. 자녀의 학비와 고국의 친정에 보태기 위해서다. 이들의 직업은 제조업체 생산직·식당 보조다. 손이 필요한 저학년 초등생들이 방목 상태로 방치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문화자녀들은 집단에서 도태되고, 학습능력은 부진할 수 밖에 없다는게 교육현장의 목소리다.

교육현장은 다문화학부모·자녀 입학 준비교실 한국어 강좌 학부모 통역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초등학교 3·4학년만 되면 자기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요. 엄마가 학교 오는 것도 극히 싫어해요. 친구들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확인시키는 것 같아서죠. 심지어는 아빠조차도 엄마가 학교에 가는 것을 꺼려해요” 교사는 안타까워 했다.

고학년이 되면 자기 정체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다름을 인정하고 동화하거나, 부정적인 행동으로 반감을 표하는 양상을 보인다.

“외가에 간다는 이유를 대고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거나, 진학후 중도 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요.” 학부모와 자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겠지만, 다문화자녀 1세대의 모습은 불안해 보인다.

“문제를 극단적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해요. 사회의 편견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죠. 사춘기 접어들면 누구나 다 사회와 부모에 반감을 갖게되고 행동으로 표출하잖아요.”

한 고교교사는 오히려 학생들은 ‘엄마는 달라도 한국인, 피부색 달라도 우리’라는 마음이 있는데 기성세대들의 편견이 개입해 경계감을 조장한다고 우려했다.

예를들면 ‘저아이랑 놀지 말아라’ ‘쟤 엄마는 돈 받고 시집왔다’ ‘우리랑 다른 사람이다’ 등 차별을 두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불쌍한 아이’라는 동정의 시각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다문화자녀들을 아시아시대 활동주역으로 삼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한국과 엄마의 나라 양국의 언어와 문화양식을 습득한 만큼 정치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로 키우자는 설명이다.

다문화자녀 1세대들의 미래는 인천 미래의 한부분이며 나아가 한국사회 미래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하게 표출되는 현상들과 부작용은 공적인 제도안에서 다각적으로 해법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민간차원의 지원도 단순 지원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 진출을 돕는 거시적인 지원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유승희기자 ysh8772@i-today.co.kr

대화 꺼리던 딸 멘토 후 달라졌어요

중국인 이순옥(한국이름으로 개명·36)씨와 진경(14)이 모녀의 갈등은 심각했다. 물 설고 낮 설은 한국살이는 처음부터 힘겨웠다. 남편은 가난했지만 다행히 아내를 아껴줬다. 하지만 시댁은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혼 2년 만에 진경이가 태어나고는 육아법 때문에 시댁과 실랑이를 벌어야 했다. 이유식 먹이는 시기부터 머리 매는 것까지 사사건건 부딪쳤다. 진경이가 입학하는 날은 순옥씨 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입학식에 가겠다고 나섰다.

진경이의 학교 숙제와 준비물 챙기는 것은 무척 까다로웠다. 특히 독후감 지도를 하면서 자존심을 많이 다쳤다. ‘콩쥐 팥쥐’ ‘어사 박문수’ ‘별주부전’등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순옥씨가 당황스러워 하면 진경이는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했다. 모녀사이는 점점 멀어져 갔다. 엄마가 학교 오는 것을 워낙 싫어해 딸 아이의 학교를 가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중학교에 진학한 진경이는 대화를 꺼려했다. 순옥씨가 꾸준히 부업을 하며 학원에 보낸 덕에 괜찮았던 성적이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순옥씨는 고민하다 상담을 청했다. 상담사는 진경이에게 대학생 멘토를 연결해줬다.

멘토와 일주일에 한번 수업을 하면서 진경이는 달라졌다. 성격도 밝아졌고 엄마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에 관해서도 물어왔다. 성적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멘토의 상담과 조언이 진경이의 마음을 변화시켰던 것이다.

“학교에서 중국튀기라고 놀림받는 것이 싫었대요. 중학교에 가서는 비밀로 했었나봐요. 괜히 엄마가 미웠대요.” 순옥씨는 딸의 얘기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올 겨울에는 방학때 모녀가 친정인 산둥성에 갈 작정이다. 유승희기자 ysh8772@i-today.co.kr

다름에 '상처' 도움도 싫고 엄마도 미워

중2 남석이는 누나와 동생 둘 엄마와 함께 산다. 엄마의 모국은 페루다. 엄마와 아빠는 작년에 이혼했다. 현재 남석이네 식구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고 있다. 남석이는 ‘어느나라 사람이냐’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지는 않느냐’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받을 때면 화가 난다.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하지만 상처는 쌓인다.

올해 3월부터는 공부방에도 나가질 않는다. 공부방 선생님이 남석이의 가정형편을 알고 후원자를 연결해 한달 10만원씩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피부색도 다르고 가난해서 도움을 받는 자신도 싫고 엄마가 밉다. 엄마는 한살배기 막내 때문에 자신에게 무관심 하다. 이혼한 아빠는 이따금 찾아와 통닭을 사주고 간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PC방을 가거나 집에 틀어박혀 게임만 한다. 컴퓨터 때문에 동생과 주먹다짐하는 것은 예사다.

구청의 담당 복지사가 남석이를 돕기 위해 멘토를 연결해 주려했지만 거부했다. 복지사는 엄마에게 아이가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사춘기를 맞아 성장통을 겪고 있으니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하지만 엄마도 ‘아이가 싫다니 할 수 없다’ ‘페루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큰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양육·가정·한국어 방문 지도 등 지원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집에 드나들어 귀찮기도 하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남석이의 상황을 지켜보는 복지사만 애가 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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