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세기 전의 민족적 비극, 즉 6·25 이후 Korea의 이름이 최근처럼 자주 세계 언론에 오른 적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North Korea, 그리고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 따른 South Korea.

만약 핵실험이 아니고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여 진정한 세계국가의 일원이 되겠다는 극적인 선언을 했다면 Korea의 이름은 축하와 축복의 이중주가 되었으리라.

정말 북한은 동포라는 우의를 가지고 본다해도 망나니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의 곤란한 입장. 그네가 조금만 이성을 갖고 현실을 본다면 자신의 살길을 찾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고 남쪽 동포의 애를 태우는 일도 그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자위를 위해 핵을 갖는다고 했다.

그리고 핵의 보유는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형식논리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들의 주장은 이솝 우화를 연상시킨다.

동물회의에서 동등한 권리를 주장한 토끼. 토끼의 말에 대해 사자는 “네가 이런 발톱을 갖고 있느냐”라고 소리쳤다. 사자의 외침은 능력에 맞는 실질적 평등을 말한 것이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맹목의 평등주의는 파멸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사회주의는 사회를 침체케하고 공산주의는 사회를 붕괴시킨다.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북한은 걸핏하면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비난한다.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자신은 국내 통치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가.

북한이 골칫거리라는 사실은, 그리고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모르는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은 국내에서 극단적인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이미 전시작전권 환수문제로 여론이 양극화하고 있다. 북한이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면 작전권 문제가 왜 불거지겠는가.

핵실험 이후 여론은 더욱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자신을 위기에 몰아 넣을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신중한 분별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무엇이 신중함인가.

현재 국내 여론은 금강산관광도, 개성공단사업도 모두 중단하라는 쪽과 반대로 현재 진행 중인 대북지원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 두 가지 견해 중 우리가 선택할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두 가지 모두가 적절치 못하다고 느껴진다.

과거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때 구 소련과 이른바 ‘스타즈 워’라는 군비경쟁이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도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여론 분열이 있었다. 한쪽에서는 레이건식 강경정책 즉 소련을 군사적 경제적으로 압박함으로써 소련의 공산주의체제를 붕괴로 몰아가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화정책이 보다 실효성이 있을 것이므로 ‘스타즈 워’는 긴장만 고조시킨다는 주장이었다. 결과는 압박정책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레이건식의 강경정책이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또는 대북 유화나 지원이 망나니를 순치시킬 수 있다는 보장이 있을까. 어느쪽도 확실한 전망이 서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다시 말해 확실한 전망이 없는 한 우선 극단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삼가해야 한다.

며칠전 청와대 회동에서 한 전직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북한의 변호사인가”라는 극언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이래서 진리인 모양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엄청난 위험요인인데 이때 불난 집에 기름붇기식으로 대북지원을 즉시 중단한다면 북한의 난동이 예상되지 않는가.

북한측이 도전적 행동을 취한다면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우리가 최대의 피해자가 된다.

한 방의 총소리가 외국투자가를 떨게 만든다.

반면에 항상 끌려가는식으로 북한지원을 계속한다는 것도 재고할 여지가 있다.

우리는 대외정책에서 ‘강·온을 적절히 구사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 말처럼 현재 상황에서는 유엔과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연함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극단주의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일단 집권당의 방침을 존중하면서 지켜보는게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어느 쪽이 옳은가’라는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에는 관망하다가 선거때 자기의 최종입장을 표시하는게 정당정치에서의 유권자의 바른 태도일 것이다.

만약 대북 햇볕정책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는 쪽에 표를 던지면 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은 사태가 유동적이고 판단하기가 어려울 때이다. 그러므로 집권당의 처방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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