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도 인천! '도시 경쟁력을 키우자' 5. 가야할 방향과 필요 조건

6·2 지방선거 당시 송영길 후보는 '경제수도 인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천이 내적 발전을 통해 한국 경제를 이끈다는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영길 시장이 취임한지 한달을 넘었다.

송 시장은 최근 인천시 조직 개편을 하면서 경제수도 추진본부를 새로 만드는 등 본격적인 경제수도 인천 만들기에 나섰다.

그러나 먼저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경제수도 인천의 목표는 무엇이고, 가야할 방향은 어디인지, 그리고 성공을 위한 필요 조건은 무엇인지를 정해야 한다.

◇ 경제수도 인천은

송 시장이 선거 때 ‘경제수도 인천’, ‘합하는 인천’, ‘통하는 인천’이라는 테마로 공약을 정했다. 이중 ‘경제수도 인천’의 공약은 모두 3가지다. ‘인천을 세계 3대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겠다’, ‘3조원 도시재창조기금을 조성, 소외된 구도심을 살리겠다’, ‘일감과 일손이 넘쳐나는 중소기업 인천을 만들겠다’ 등이다.

나머지 테마의 공약도 엄밀히 따지면 경제수도 인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인천과 서해안을 통하게 하는 경제대동맥 건설’, ‘역사·문화·예술이 생활 속에 흐르는 품격있는 인천 만들기’, ‘친환경 녹색도시, 상쾌한 청정도시 만들기’도 경제수도 인천과 동떨어진 공약이 아니다.

송 시장은 이 공약들을 대부분 포함한 취임사를 발표했다. 특히 송시장은 ‘대한민국의 심장, 경제수도 인천’은 선거용 구호가 아닌 평소 한국의 장기발전 전략이라는 확신을 갖고 제기한 구호라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경제수도 인천에 대한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공약과 취임사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경제수도 인천의 개념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엿볼 수 있다.

부동산·건설 중심의 산업정책에서 탈피다. 대신 제조업 및 신성장산업, 중소기업 육성, 외국인 투자와 대기업 유치, 경제자유구역 사업의 변화와 지속, 국내·외 광역 경제권 형성 추진 등을 통해 인천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경제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경제수도 인천의 목적과 방향

1883년 조선은 자의가 아닌 타의로 개항됐다. 조선의 문이 열린 직후 교역은 인천을 통해서 이뤄졌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문물과 산업, 문화 등은 인천에서 먼저 꽃을 피웠다. 또 조선 각지로 퍼져 나갔다. 당시 인천은 조선 관문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공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천은 점차 독자성을 잃었다. 서울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성 도시라는 인식이 깊이 박혔다.

2000년 들어 인천은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시작으로 다시 한국의 관문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도 인천 내부의 역량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경제수도 인천의 핵심은 인천 스스로 관문이 되는 것이다. 현재 인천은 19세기 말과 달리 이 일을 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췄다. 많은 기업들이 인천에 있고, 인천과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3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수도 인천은 예전 인천이 수행해온 한국 관문 역할의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 경제만의 관문이 되면 안된다. 정치, 문화 등 다른 분야의 관문도 돼야 한다.

특히 경제수도 인천을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지역의 변화를 중앙까지 영향을 미칠 필요가 있다. ‘지역 혁신을 통해 국가 혁신을 이끈다’는 전략의 포함도 중요하다.

◇ 경제수도 인천을 위한 필요 조건

경제수도 인천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인천의 위치와 내부 역량을 찾는 것이다. 그동안 인천은 내부보다는 외부를 향해 뛰었다. 동북아 중심도시 등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이제는 인천이 외부만을 추구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을 하면서 IT, BT 등 첨단 산업을 키우겠다는 정책이 계속 나왔다. 또 부동산과 건설이 크게 부각됐다.

이 속에서 인천 경제의 뿌리인 전통제조업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금형, 주물, 부품 등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탈인천을 하고 있다.

지역 경제의 발전이 없으면 경제수도 인천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인천 경제의 장점과 단점을 점검하는 한편 유지와 버릴 것, 새로 육성할 것의 점검이 필요하다.

송 시장은 공약에서 부품소재, 바이오, 의료, 물류, IT를 5대 신성장 산업으로 정하고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수도 인천을 위한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이들 산업이 인천과 맞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달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비전위원회 경제수도위원장을 맡았던 이인석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여태껏 인천에서 어떤 산업을 키울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며 “이 산업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 최대 난제가 될 수 있지만 반듯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천 발전 걸림돌 중 하나가 금융산업의 부재다. 인천은 IMF 이후 10년 넘게 금융산업이 없는 도시였다. 경제자유구역, 5대 신성장 동력 산업 집중 육성이 성공하려면 금융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송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국내·외 일류 기업 유치에 나섰다. 일류 기업이 인천에 들어오려면 도시 브랜드를 활용한 도시 마케팅과 함께 창조적 인재들이 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개방적이면서도 유연한 국제도시로서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인천만의 힘으로 경제수도 인천을 만들 수 없다. 거대 도시 서울의 자원을 이용하고, 인천 인근 지역을 경제권으로 묶어 함께 발전하는 광역경제권 형성도 고려할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경제수도 인천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이다. 시민들이 피부로 경제수도 인천의 성과를 느끼지 못하면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이인석 부회장은 “경제수도 인천은 산업을 통해 도시의 균형 발전을 하겠다는 뜻이 포함된 것”이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인천의 유일한 것, 다른 도시와의 차이점 대신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구기자 h1565@i-today.co.kr

도시 변혁 장기전략 … '국제도시' 변신
'항구도시' 일본 요코하마가 주는 시사점

일본 수도인 도쿄에서 약 30㎞ 떨어진 요코하마(橫浜). 블루라이트 요코하마라는 노래로 유명한 이 도시는 1859년 미국 페리제독에 의해 개항됐다. 이후 일본 근대화의 창구역할을 맡았다.

개항 당시 가구수가 100호에 지나지 않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요코하마는 150년이 지난 지금 인구 370만명의 국제도시로 일본의 근대화를 주도하고, 세계를 이어주는 소통의 창구로 변화무쌍하게 발전 중이다.

오늘날 일본 내 요코하마의 이미지는 국제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도시, 역사적 자원을 가진 도시, 다양한 문화가 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요코하마는 인천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1955년경부터 본격 시작된 일본의 경제성장은 도쿄의 급속한 거대 도시화와·인구 증가를 촉진했다. 도쿄와의 연계가 강한 요코하마는 경제력 약화와 함께 주택이 도시 외곽부를 잠식해 들어가는 스프롤(Sprawl) 등에 의한 지역의 급격한 변화, 생활환경의 격변을 겪었다.

이 도시는 1965년 요코하마 도시만들기 장래계획의 구성과 도시구조를 장기적으로 변혁하는 전략적 사업으로 6대 사업을 발표하고, 도시의 변화를 시도했다.

또 ‘신사업·산업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지역경제의 창출’이라는 비전을 만들었다. 이 비전 달성을 위한 기본방향은 ‘벤처기업 등 전략적 기업 유치’, 신성장산업의 클러스터 구축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 창출’, 산업단지 지원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기반 사업혁신’, 임해부 재활성화를 기반으로 하는 ‘활발한 혁신 전개’ 등 4가지다.

최근 요코하마시는 시민의식 조사를 했다. ‘요코하마를 잘 나타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바다와 항구’라는 응답 다음으로 이국적 정서를 지닌 국제도시가 2위를 차지했다.

요코하마는 국제도시라는 이미지가 시민들에게 깊게 형성돼 있다. 국제성은 요코하마시의 도시 브랜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자료:세계도시정보 일본 요코하마(인천발전연구원·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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