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종목 신설 방침' 복싱 지도자·학부모 반발

“얼굴에 피멍이 들도록 맞고 금메달을 따면 뭐합니까.”

26일 오후 인천문학경기장 내 인천시복싱연맹 가설훈련장에 모인 학부모와 지도자들은 응어리진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초·중·고와 대학 복싱 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와 복싱 지도자들은 인천대의 종목 신설 방침에 반발해 인천시의회 이강호 문화복지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시복싱연맹의 주선으로 이날 자리가 마련됐다.

인천대는 앞서 인천전문대학과의 통합으로 기존 운동부를 재편하면서 인천전문대학에서 육성했던 복싱과 레슬링 등을 대학 운동부 종목에서 제외, 2011학년도부터 복싱과 레슬링 종목 선수들을 체육 특기자로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예산 지원을 전제로 연차적으로 복싱과 육상, 수영 종목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학 3학년 복싱 선수 아들을 둔 학부모 김종관씨는 “인천 복싱은 전국체육대회에서 종합 3연패를 달성할 만큼 성적을 냈지만 하루 아침에 대학부가 없어지게 돼 미래를 내다 볼 수 없게 됐다”며 “인천대의 일방적인 종목 배제로 선수들이 다쳐가며 메달을 따더라도 지역 대학에 갈 수 없게 됐다. 다가오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와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은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싱 지도자들도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인천체고와 동인천중 지도자들은 “우수한 선수는 한국체대 등 다른 지역 대학에서 스카웃하지만 실력이 조금 부족하거나 뒤늦게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지역 대학에서 품어줘야 한다”며 “지역 대학 복싱부가 없어지는 것은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던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의 희망을 꺾는 일이자 복싱계의 부족한 선수 수급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레슬링협회 장유진 전무이사도 “인천대 문제는 복싱 뿐만 아니라 신설 종목에서 배제된 레슬링 등 다수 종목이 함께 겪고 있는 문제”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운동부 특기생을 종목별로 1명씩 뽑겠다는 인천대의 방침도 철회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학부모와 지도자들은 인천대 종목 신설 과정에 대한 진상 조사와 함께 대책 마련을 이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1인 시위와 시장실 항의 방문 등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인천대 측이 참석해 해명하는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아쉽다고 전제한 뒤 “인천대 종목 신설 문제에 대해 추가로 재협상 할 수 있는지 여부와 예산 문제에 대해 시체육진흥과와 시의회 문화복지위, 기획행정위와 상의해보겠다”며 “그 결과에 따라 진상 조사를 요청 할 수 있고, 직접 대책을 마련해 요구 할 수도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학부모들의 답답함이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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