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의 폭풍이 한반도와 전세계를 강타했다.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은 침착하고 우리 사회는 매우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부 언론들이 제기하는 ‘안보불감증’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이 북한핵사태의 전말과 원인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을 유발한 가장 큰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여론조사들의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북한핵문제가 어떻게 진행돼 왔고, 무엇이 문제이고, 북한이 왜 핵실험이라는 초강수까지 두었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보수언론들의 사실왜곡과 선동적 보도, 그리고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놀라운 것이다.

이번 북한 핵실험은 북한의 군사모험주의와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이 정면충돌한 결과다.

핵실험을 통해 국제사회의 핵비확산체제를 위협한 북한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책임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있다. 협상을 통한 해결을 거부하고 비타협적인 자세로 일관해온 미국의 ‘벼랑끝 몰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부시의 대북강경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유력 언론들이 일제히 북미 양자협상을 거부해온 부시의 대북강경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또 민주당 뿐만 아니라 아버지 부시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 같은 공화당 인사들까지 나서 북미 양자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핵실험은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 실패의 산물이자 비타협적인 대북강경정책의 종착점인 셈이다.

부시 행정부 매파들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면서 대북강경론을 부추겨온 국내 보수언론들과 보수세력들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억제력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일부 진보진영의 시각도 옳지 않다.

유엔 안보리는 비군사적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 유엔헌장 제41조를 원용해 북한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군사적 제제까지 담은 강력한 제재를 추진해온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탱크 같은 중화기와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와 관련된 물품에 대한 금수조치에 한정하고 있다.

정상적인 무역통상관계는 허용하고 있어, 개성공단사업이나 금강산관광은 법적 제한을 받지 않게 되었다.

또 북한 선박에 대한 검문은 허용하되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미국이 추진해온 PSI(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검문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제주해협처럼 영해라 하더라도 유엔해양법협약 제17조가 보장하고 있는 ‘무해통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아직도 있다.

그 방법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것이다. 그 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압박을 가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북한핵실험에 대한 책임을 대북포용정책에 돌리면서 대북포용정책의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보수언론들과 한나라당의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고 사실왜곡이다.

대북포용정책 덕분에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충격에도 그나마 우리사회가 이처럼 안정을 유지하고 남북간에 긴장이 크게 조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사업에 따라 북한 근로자 7천여명에 지급하는 1년 동안의 총임금이 5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작은 중소기업 연매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재벌기업 등재임원 몇 명의 연봉에 불과한 액수다.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여전히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11일의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라고까지 밝히고 있다.

이보다 더한 협상에 대한 의사 표시는 없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진지한 자세로 양자협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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