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3시 인천 남구 용현4동주민자치센터 3층 다목적홀.
은은한 트로트 4분의4박자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마주 선 남녀 노인 40여명이 짝을 이뤄 앞뒤로 움직이며 춤을 추고 있다.
가볍게 맞잡은 손을 놓았다 잡았다 하며 서로 발맞춰 추는 춤에 몰입한 듯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센터가 지난 2004년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노인장수체조댄스반이 ‘그곳에 가면 노환이 낫고 몸이 가벼워진다더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남구지역 노년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입회원만 150명이 넘고, 매주 월·수요일 정기강의때 출석하는 회원이 평균 50명이다. 최고령이 83세, 최연소가 65세다.
“보약보다 더 좋아. 그렇게 속 썩이던 신경통이 없어져서 살 것같아.” “정신이 맑아지고 밤에 잠이 잘 오니까 좋아.” “나는 팔이 위로 잘 올라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주 수월해.” “이것 봐, 뱃살이 줄어서 맞는 바지가 없다니까.” 5분 분량의 한 코스를 소화한 뒤 쉬는 시간, 이구동성으로 노인댄스를 자랑하느라 땀이 밴 회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노인들은 체력이 달려서 몸을 빨리 움직이지 못해요. 또 발동작이나 손동작이 너무 복잡하면 배우기가 힘들고. 이 노인댄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개발한 거예요. 나 역시 일흔이 넘은 노인이니까 노인들에 맞게 만들었지.”
지도강사인 한경수씨(77)는 강화지역에서 교편을 잡은 초등교사출신. 정년 후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동년배들의 활기찬 노년을 도와줄 건강체조를 궁리하다가 지금과 같은 춤을 개발하게 됐다. ‘밀고 나갔다 들어온다, 밀고 나가서 손들어준다, 들어와 여자 손 놓고 돌면 손치고 같이 돈다, 강건너 서기, 뒤로 보내서 이어 돌리기…’ 한 강사가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교본에는 무려 서른번의 춤순서가 적혀있다. 남녀가 춤을 춘다고 하면 서로 몸을 부대끼거나 안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손 끝을 겨우 잡았다 놓는 건전한 동작인데다 팔, 다리, 허리 등 온 몸을 고루 움직일 수 있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처음엔 용현4동새마을금고 지하 강당에서 시작했어요. 센터가 준공된 뒤 이곳으로 왔지. 노인들이 마음껏 운동하고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역 여러 기관에서 배려하고 관심을 가지니 참 고마워. ” 노인 회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한 강사는 남구노인복지회관에서도 화·목요일 강의를 한다.
회원들은 무보수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 역시 무보수로 각 행사 등에 나가 노인댄스를 선보인다. 더 많은 동료들이 춤을 익혀 활기찬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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