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생태(ecology)’란 용어를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정책지식생태계, 생태산업단지, 생태도시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용어들과 합성되어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사회 각 분야에서 개발 중심의 성장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속가능한 대안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자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각종 정책연구물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쟁점사항에 지나치게 편중되고 다른 정책과 연관 없이 동떨어져 작성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이러한 정책들은 문서로만 완성될 뿐 현장에서 살아서 성장할 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생물들이 먹이사슬이나 종(種)들의 경쟁을 통해 환경에 적응·성장해 가는 것처럼 정책에 관한 지식과 연구도 정당, 국회, NGO, 학계 등을 포괄하여 경쟁·협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물과 인적자원이 유기적으로 교류되는 한국 정책지식생태계의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생태산업단지라는 것도 산업체를 집적화시켜서 각종 생산효율을 증대시키자는 개발논리만으로는 산업단지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의 증가와 주변 주거지역의 확대로 인한 민원발생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의 EIP(Eco-Industrial Park)사례를 소개하면서 확산된 용어다.

덴마크 칼룬보르시는 산업발전위원회(우리나라의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30년 전부터 시에 입주한 사업장의 물질 정보를 공유하고 산업부산물을 다른 공장의 원료로 제공하는 순환구조를 형성하였다.

이것보다 더 주의 깊게 살펴볼 내용은 시 정부가 1990년에 20㎞의 파이프라인을 제공하여 물류비용 없이 기존의 산업부산물 순환구조를 극대화시켰다.

기업은 여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남는 열원을 주택, 비닐하우스, 양어장에 제공하였고, 일부 양질의 산업부산물은 간단한 정제과정을 거쳐 비료로도 제공하는 등 몇몇 기업의 자발적인 회의와 연구로 시작된 움직임이 이제 시민의 자랑이 되고 세계의 모범이 된 것이다.

생태도시라는 것은 건물사이로 바람통로를 조성하고 건물밀집지역에는 기온을 낮추기 위하여 녹지와 하천을 되살리며, 빗물을 재이용하고 태양열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도시, 대중교통 체계를 이용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보행도로와 자전거 도로를 우선 하는 도시다.

이런 도시야말로 사람이 살만한 도시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생태도시는 사람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식물과 동물 심지어 물과 바람까지도 자신의 생명을 보호받고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도시가 진정한 생태도시일 것이다.

생태적인 사고란 그런 것 같다.

숲속에 키 작은 식물과 높은 나무가 어울려 살듯이 다양성을 인정하며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사물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생존할 만큼만 먹고 자신도 다른 동물에게 결국 먹이로 제공되는 먹이사슬처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소비를 혁신하는 습관이 바로 생태적인 사고이다.

자연환경은 생명체에게 언제나 생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넉넉함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도 가슴 졸이게 마주하고 있는 분쟁과 고난을 풀고 성장할 수 있는 넉넉함이 이미 제공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개발과 소비 중심의 사고를 벗어 던지고 생태적인 사고로 다시 들여다본다면 말이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