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김원옥 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시지회장

시인, 번역, 대학 출강, 계간지 발행 등 문화 예술분야에서 활발하게 움직여 온 김원옥 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시지회장은 계간 '아트리그' 발행인이자 편집장으로 일하다 뜻하지 않게 인천연수문화원장을 맡아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 문화원 활성화에 심혈을 쏟아왔다.

최근 인천지역 8개 문화원을 대표하는 인천문화원연합회회장이라는 혹을 하나 더 붙여 눈코뜰새 없이 바쁜 그를 만나 문화원 등 지역 문화발전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시지회장으로 선출됐는데 축하한다. 소감은.

-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지역에서 열심히 문화 활동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줘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시지회는 모두 8개 문화원을 이끌고 있는 곳으로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큰 사업을 해야 하는데 운영비가 부족해 현재 상황으로서는 어려움이 많다. 내실 있는 지역의 문화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라도 자본 확보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될 것 같다.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알리기 위해 책을 발간하는 경우를 봤다. 이런 사업보다는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인물과 관련된 공간을 찾아 그곳을 기념관처럼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 그곳에 유물도 전시하고 작은 공간을 마련, 카페로 운영한다면 지역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도 만들고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에는 많은 돈이 들 수 있지만 이것을 잘 꾸려 나간다면 지역의 문화도 향상시키고 경제적인 효과 역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문화원연합회 단독 또는 지역 내에 있는 8개 문화원과 연합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문화 사업은 자본과 연결되다 보니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특히 문화 사업은 자본을 집어넣는 즉시 결과를 보여주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을 하든 아니면 각각의 문화원에서 각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말만 무성하고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아쉬움이 많다.

인천을 ‘문화 불모지’라는 외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이에 대한 극복방안이 있다면.

- 인천에는 뜨내기 인구가 많다. 심지어 지역 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들 중에도 집이 서울에 있고 이곳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 이처럼 뜨내기 인구가 많다는 것은 인천을 애정을 갖고 바라보기보다 이용만 하려고 하는 시각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나.

인천 문화에 대한 한 대안으로 프랑스 파리 남부에 있는 몽파르나스를 예로 들고 싶다. 프랑스는 세계 곳곳에서 예술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몽파르나스는 이런 예술인들을 위해 집을 주고 생활비를 지원한다. 이곳에서도 지역민이 아닌 외국인을 지원한다고 해서 수많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힘들게 낸 세금이 외국인들이 편히 살 수 있게 돕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세계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피카소가 탄생됐다. 그리고 도시에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 프랑스의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으로 떠올랐다.

인천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지 않는 한 이 지역은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해 살 수 있는 것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인천아트플랫폼은 몽파르나스와 비슷한 정책을 펴는 곳이다. 이곳에 입주한 이들이 마음 편히 자신의 예술 활동을 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시민들에게 알려 문화와 관련된 정서가 높아지면 이는 문화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문화정책과 관련해 사용되는 예산은 빈 항아리에 물 붓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인천은 하늘길과 바닷길을 갖고 있는 도시다. 문화와 문물이 소통하는 곳이다. 이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만큼 인천의 문화정책이 잘 운영된다면 지금의 오명은 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문화 활동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을 하나 꼽는다면.

-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이 바람직했고 보람됐다고 기억하기 힘들다. 굳이 어느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다 방면의 사람들과 친밀한 교류가 있었다는 게 보람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연수문화원장을 맡기 전까지 발행했던 ‘아트리그’를 만들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문학, 미술, 음악, 전통예술 등 다방면을 다룬 잡지다. 이 일을 하며 원고청탁, 편집, 표지디자인 등 1인 다역을 했다. 그 내용도 인정받아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고 외국에서 이 책을 원하는 사람들 때문에 국외로도 보냈던 잡지다. 이 일을 더 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인천이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 지역 행정가, 시민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인천에 대해 흔히 ‘문화가 뒤떨어진 도시’라고 말한다. 20~3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의 이 평가는 너무 가혹하다. 현재 지역 내에 뜨내기가 많아 안정적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시가 시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마련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인들도 주도권 싸움에 몰두하기보다 좀 더 창의적이고 예술성 높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요즘은 특정 장르를 고집하기보다 서로 넘나드는 것을 고려할 때 타 장르와도 교류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런 태도만이 지역 예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곳에서 서로 비슷한 문화 사업을 벌여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될 경우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비슷한 테마와 주제로 열리는 행사에 지원을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각자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시에서는 이런 인프라를 갖추는 데 염두에 두어줬으면 좋겠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사회·문화시장’이 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최근 송 당선자가 사회·문화 부시장을 임명해 올바른 문화행정을 펼칠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듣기 좋은 말이다.

문화예술정책은 시민을 아끼는 사람이 잘 펼 수 있는 정책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봐도 세종대왕과 정조처럼 백성을 아끼는 왕이 지배하던 때가 가장 문화를 꽃피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시에 위치한 ‘화성’을 그 예로 들고 싶다.

문화예술공약 만큼은 꼭 지켰으면 좋겠다. 만일 이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270만 인천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설령 임기 내에 하지 못한다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된다. 시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화정책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대담=양순열기자 syyang@i-today.co.kr 정리=최미경기자 mkchoi333@i-today.co.kr 사진=안영우기자 dhsibo@i-today.co.kr

김원옥 지회장은

1945년 평양 출생

학력

서울 숭의여자고등학교 졸업
숙명여대 불문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프랑스 문학석사
프랑스 루앙대 문학박사 학위과정 수료

경력

한양대, 숭실대 출강
격월간지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
한국 번역가 협회, 한국 국제 펜클럽 회원
‘실존주의’, ‘사랑은 이름표를 묻지 않는다’ 등 번역
계간 ‘아트리그’ 편집장

현재활동

연수문화원장
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시지회장
인천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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