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면 국어, 영어, 수학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학, 음악, 미술도 배운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줄기차게 배우고 학원까지 다니지만 문화예술은 언제나 멀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예체능 수업 시간에 도무지 즐겁고 자유로웠던 기억이 없기 때문 아닐까.

정답으로 빽빽한 문학 자습서의 행간, 이유도 모른 채 불러야 하는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 학년이 올라가도 달라지는 내용은 없는데 여전히 뜻을 모를 한자어와 외국어로 가득한 미술 교과서. 교과서와 교실 속 문화예술은 스스로를 쓸모없게 만들어 결국 자율학습에 밀린다.

문화예술강사 이소영씨가 만나본 아이들 중의 상당수는 “나는 잘 못 하는데.”라거나 “내가 하는 게 맞는 걸까.”라며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래서 이씨는 미술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깨뜨리기 위해 ‘미술로 놀자’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흔히 ‘미술교육’하면 정물화 교실, 수채화 교실 등을 떠올리지만, 이씨가 추구하는 예술교육은 세분화된 기술을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서 잠자던 섬세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표현에 대한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것이다.

흰 도화지와 붓이 미술 도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공원에서 그려주는 인물화만 미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미술에 흥미를 느끼고 자유롭게 상상하기 시작한다.



 

백석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한 수업에서는 거울지와 필름지등 색다른 재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보며, 지금 우리의 작업이 현대미술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일러주는 이씨.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본 아이들은 “미술은 어려운 게 아니구나.”라든지,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 찬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한 학교에 3~4번의 수업만이 주어질 뿐이다.

이씨는 문화예술교육이 정말 필요한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며, 예술적 감수성과 교육 철학을 겸비한 예술강사를 배출하기 위해 국가와 문화예술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하나의 제안이지 또 다른 정답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씨.

그러므로 향유자들의 생활환경을 파악하고 이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일 때, 자발적인 ‘생활 속의 매개자’가 많아지고 이들이 문화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은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서 “쓰고 싶은 것을 쓰게 해야 한다.

쓰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글을 쓰는 데 기쁨을 느끼는 아이만이 글을 쓰는 데서 성장한다.”고 했다.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이 잔재주를 부리는 방법이나 쓸모없는 지식을 물리치고 예술을 통해 즐거움과 자유를 누리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그 여파가 기대된다.
한혜정 객원기자 hole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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