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 붉게 타는 가을산, 층층암봉마다 초록이 지쳐 치장한 단풍들의 붉은 유혹은 산꾼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여기에 정상에서 운해라도 만나 산중턱에 걸치게 되면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그래서 산꾼들은 일년중 가을을 가장 많이 기다린다.

날씨가 선선해 지면 서둘러 각 지역의 단풍 절정기를 알아보기위해 기상청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거나 일찌감치 가을 등산복을 챙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상청에 의하면 올해 기온이 평년에 비해 약간 높았기 때문에 단풍시작이 평년에 비해 1∼3일 늦을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3일경 물들기 시작한 설악산 단풍은 오는 15일경 절정을 이루며 지리산과 내장산은 오는 11일과 14일 단풍이 들기 시작해 26일과 내달 초 절정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북한산과 계룡산 단풍은 오는 8일과 14일 시작해 25일과 내달 3일경 가장 고운 빛깔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설악산 대청봉에서 불붙기 시작한 단풍은 화채봉을 지나 오대산과 계룡산을 거쳐 내장산 지리산 등 중부 내륙으로 내려오면서 단풍시즌의 절정기를 맞게된다.

이러다 보니 단풍 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명산들이 있기 마련. 국내에서 가볼만한 단풍산행지를 단풍이 시작되는 순서대로 소개한다.



 

# 점봉산 흘림골

2년 전 개방된 곳으로 한계령에서 잠시 내려서는 것만으로도 기암절벽과 오색 찬연한 단풍의 어우러짐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흘림골.

한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숲 아래는 수정처럼 맑은 계류가 흐르며, 암봉을 휘감아 도는 단풍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여성 신체의 특정부분을 닮았다는 이유로 한때 신혼여행의 필수코스로 알려졌던 여심 폭포를 거쳐 발아래 설악을 거느린 흘림골 정상인 등선대에 올라섰다가 단풍이 곱기로 유명한 주전골로 내려서면 등선폭포.주전폭포.십이폭포.용소폭포가 연이어진다.

용소폭포 직전에서 금강문으로 들어서면 선녀탕을 거쳐 만경대에 올라서거나 오색약수로도 갈 수 있다.

지난 수해로 큰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20년 동안 숨겨진 흘림골의 붉은 속살이 등산인들을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아직 수해복구가 아직 덜 이루어 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설악산국립공원 ☎ 033-636-7700.


#오색 주전골

외설악의 천불동계곡, 내설악의 백담계곡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단풍이 빨리 든다는 설악권 최고의 단풍관광코스.

점봉산(1,424m) 북쪽기슭에 위치한 주전골은 옛날에 엽전을 주조하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색약수터 주변을 일컫는 속칭 ‘남설악’에서 가장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하며 특히 선녀탕과 금강문 일대는 단풍과 기암절벽, 그리고 계곡의 운치가 한데 어울려 절경을 자랑한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沼),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여름피서지로도 인기.

산행을 목적으로 하면 성국사-선녀탕-만물상-주전폭포-흘림골-부부암으로 이어지는 3시간 가량의 등산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단풍구경만을 원할 경우엔 한계령 아래 부부암에서 출발해 오색으로 내려가는 1시간30분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설악산국립공원 ☎033-636-7700


# 북한산

수도권 최고의 명산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만큼 산꾼들에게는 친숙한 산이다.

높이 837m의 최고봉인 백운대를 중심으로 북쪽에 인수봉, 남쪽에 만경대가 있어 삼각산이라고도 한다.

주봉을 이루는 백운대는 양옆에 인수봉과 만경대를 거느리며 빼어난 자태와 위엄을 자랑하고 온전히 화강암으로 이뤄진 삼각산을 중심으로 단풍이 펼쳐진다.

주홍치마를 뒤집어 쓴 듯 곱고, 온갖 화려하고 수려한 색동옷 입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듯 그 맵시는 여느 산에 비할 데가 아니다.

북한산은 서울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모든 길은 백운대로 통한다.

거대한 바위군을 둘러싼 그 화려하고 무성한 가을 단풍의 정취에 흠뻑 빠져 볼만한 명산이다.

서울에 근접해 있고 자연 경관이 뛰어나 1983년 4월 경관의 보존과 합리적 이용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봉산 일대와 함께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북한산국립공원 ☎02-909-0497~8.




# 속리산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만산홍엽의 단풍이 화사한 햇빛을 머금고 다가오는 속리산 단풍.

속세를 떠나 산으로 가는 관문 말티재를 넘어가면, 이 산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정2품송 벼슬을 가진 600년 된 노거수가 있으며, 초입에 자리한 법주사는 각종 국보와 문화재가 즐비하다.

최고봉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비로봉, 길상봉, 문수봉, 보현봉, 관음봉, 묘봉, 수정봉 등 8개의 봉과 문장대, 입석대, 경업대, 배석대, 학소대, 신선대, 봉황대, 산호대 등 8개의 대가 있다.

세심정에서 세조가 약으로 알고 마셨다는 복천수가 있는 복천암을 지나면 단풍나무 잎이 터널을 이룬다. 천하제일의 전망대다운 조망이 일품인 문장대에서 신선대에 이르는 산세는 부드럽고 수려하며 단풍잎이 길을 덮는다.

금강골로 하산, 임경업 장군이 무예를 익혔다는 경업대에 서면 바위 덩어리들이 산세를 이룬다.

관음암 석문 입구에는 시뻘겋게 단풍이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세심정이 지척이다. 속리산국립공원 ☎043-542-5267~8.


# 고창 선운산

고창에서 20km가량 떨어져 있는 선운산(336m)은 동백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산행 마니아들에게는 오히려 단풍으로 더 유명하다.

산이 낮은데 비해 골이 깊고 기암들과 수림이 울창해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릴 정도. 좌우로 둘러싸인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산행의 들머리에서부터 울긋불긋 단풍이 이어진다.

특히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와 놀고 갔다는 선학암과 봉두암, 사자암, 용문굴, 천왕봉, 여래봉, 인경봉, 노적봉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함께 한다.

이곳의 단풍은 다른 지역보다 1주일가량 늦은 편인데 진홍빛은 아니지만 색조가 부드러워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단풍절정기에는 인근 내장산의 번잡스러움을 피해 선운사를 찾는 것도 바람직하다. 선운산도립공원 관리사업소 ☎063-560-2508
이원구기자 jjlw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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