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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적응 이상무 "제2의 친정 생겼어요"亞이주여성들의 다문화공동체 '아이다마을'

"그렉안나, 올해 막내 선주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면서! 손타냐도 손민이 덕분에 학부모가 됐네~ 축하해."

"고마워요. 근데 아무래도 엄마가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학교 운영을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돼요. 공부에 대한 걱정도 크고요."

"개인적으론 1학년부터 학원을 보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랑 같이 시간 보내면서 책도 많이 읽으려고요. 저도 한글 공부도 하고 아이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근데 왕따가 될까봐 걱정돼요. 다른 아이들이 엄마가 외국인이란 걸 알면 놀림 받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켜줘야해요. 전 친구들이 물어보면 자신있게 '그래 우리 엄마는 카자흐스탄이라는 큰 나라에서 왔어!'라고 대답을 하라고 했지요. 좀 웃기지만 저도 아이도 그런 자신감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한국말이 서툰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아이다마을에 둘러앉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최근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결혼 이주 여성들의 교육과 양육에 대한 고민거리다. 아이다마을에선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궁금증과 걱정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취업을 위한 교육, 취미 활동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주민들은 자국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고 마을의 주인으로서 마을을 가꾸어가고 있다.

 

   


▲마을 주민인 이주여성들과 이들의 친정 ‘아이다마을’

‘아시아이주여성 다문화공동체’의 줄임말인 ‘아이다마을’은 이주여성들이 교류하는 공동체다. 한국의 제도와 틀, 기준에 맞춰 생겨난 조직이 아닌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주도하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이주 여성들은 친정에 온 것 같은 마음의 안식과 편안함을 느껴 아이다마을을 ‘친정’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아이다마을 주민은 16개국 502명으로 이 중 어른이 335명, 아이들이 167명이었다. 기존 이주여성의 손에 이끌려온 다른 이주여성이 또 다른 이주여성을 마을에 데려오면서 수백 명의 마을 주민이 모였다. 마을 주민인 이주여성들이 주축이 된 소규모 조직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를 통해 서로 왕래하며 거대한 마을을 만든 것이다.

▲아이다마을의 태동

지난 2003년 콜롬비아 교포여성이 ‘인천 여성의 전화’를 찾았다. 한국에 일자리를 구하러 왔던 이 여성은 사업 알선자와의 동거하다 임신이 되면서 버림을 받았다. 아이를 낳았지만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중 주위에서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여성의 전화에 데려왔다. 하지만 여성의 전화엔 이주여성 지원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었고,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이주여성에 대한 쉼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이후 필리핀 결혼 이민여성들이 여성의 전화 쉼터를 찾으면서 한국어반을 개설하고 교육 활동을 벌였다. 여성의 전화는 필리핀 이주여성들이 강사가 돼 영어반을 만들어 한국 자원봉사자들을 가르치는 등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의 경계를 허물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러던 2007년 7월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의 폭력으로 숨진 ‘후안마이사건’이 터졌다. 19살 베트남 신부인 후안마이는 결혼 두 달 만에 갈비뼈 18개가 부러져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녀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편을 만나 신혼방을 꾸렸지만 매일 술을 먹고 손찌검을 했다. 말도 통할 리 없었다. 후안마이는 한 달 만에 귀국하려 했지만 남편은 ‘사기 결혼’이라고 비난하며 그녀를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죽기 하루 전날 후안마이가 남편에게 쓴 편지가 공개되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당신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건강은 어떤지 알고 싶어요. 제가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도록 당신이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길 바랐지만, 당신은 오히려 제가 당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법이 있다 해도 그녀를 지켜줄 수 없었다. 어찌 보면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여성의 전화는 이주여성과 근처 슈퍼·정육점·약국 등과 서로 왕래가 있었다면 적어도 속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여성의 전화는 한국인 자원봉사자 1명과 쉼터 여성들을 동네별로 4~5명씩 묶어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기반이 돼 주는 동시에 동네 탐방을 벌인 것이다. 동네 주민들과 인사하기, 시장 장보기, 은행 계좌 만들기, 우체국에서 고향에 소포 보내기 등 정보를 익히며 조직 간 친밀성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쉼터를 찾는 여성들이 늘면서 아이들도 함께 늘었고 2008년 10월 한국여성재단과 생명보험사 사회공헌위원회의 후원으로 지금의 부평4동 성당 옆으로 이사하면서 ‘아이다마을’을 꾸릴 수 있었다. 여성의 전화는 2·3층을 합해 총 300여㎡ 공간이지만 주말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인다.

▲주민 네트워크

기존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계속 지원하던 아이다마을은 같은 국가 이주여성들끼리 모여 만든 자조모임이 함께 뒤섞이면서 본격적인 마을이 형성됐다.


2005년 만들어져 활동을 벌이던 필리핀 자조모임인 ‘다마얀(서로돕기)’이 자녀들의 생일파티를 해주기 위해 공간을 찾던 중 여성의 전화와 연결이 된 것이 시초가 됐다. 딱한 사정을 들은 여성의 전화는 3층 열쇠를 내주며 그들의 활동에 신뢰감을 표했고, 다마얀은 마을에 더 많은 이주여성들을 불러 모았다.

이후 베트남 이주여성 자조모임인 ‘궁남따이(다같이 손잡자)’, 중국 자조모임 ‘슈퍼우먼’ 등 각국의 모임이 만들어졌고 아이다마을은 모국 센터의 개념으로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자국민들의 모임을 통해 타 국가 모임들과 서로 연대하고 확대하며 이들을 지지해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공동체를 만든 것이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진 주민들이 프로젝트를 짜면 여성의 전화에선 참여하는 역할만 한다. 한글 공부도 한국말을 잘하는 이주여성과 같은 나라 여성들이 모여 운영된다. 정보습득은 물론 보육 및 양육, 음식 나누기 등 일상의 소소한 생활이 이뤄진다. 컴퓨터 교실, 다문화강사 교육, 중국어·베트남어 통·번역과정 등 취업 강좌와 홈패션, 나라문화체험, 열린심리극장, 부부카메라 일기, UCC 제작 등 자아를 인식하고 표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올해는 자조모임의 비전을 찾기 위한 리더십 트레이닝 강좌를 만들었다. 그룹 안에서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며 주민들의 활동과 역할,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다음 달 5일엔 인천대공원에서 지역 내 6개 단체와 함께 ‘아시아여성축제’를 열 계획이다. 지난해 동네 주민들과 ‘아이다마을 축제’를 벌였던 것을 올해는 규모를 확대해 교류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활발한 네트워킹… 안정정착 도와요"
[인터뷰]김성미경 촌장

“이주여성들의 능력과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 지 겪으면 겪을수록 새록새록 느끼고 있습니다.”

인천 아이다마을(아시아이주여성 다문화공동체)을 이끌고 있는 김성미경(49) 촌장의 말이다.

   
김성 촌장이 아이다마을을 꾸려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11월부터다. 이를 위해 같은 해 10월 부평구청 옆에 있던 사무실을 지금의 건물로 확장 이전, 2층은 여성의 전화, 3층은 아이다마을을 위한 공간으로 각각 사용하고 있다.

김성 촌장의 아이다마을 운영방침은 명확하다. 다채롭게 구성된 이주민들 간의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상호 존중하는 정신과 이들이 우리사회에 굳건히 뿌리를 내려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장기적인 차원에서 내성을 길러주자는 것이다. 아이다마을 모든 프로그램이나 행사의 내용도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각 모임의 리더들에게 사무실 보조열쇠를 제공했어요. 필요하다면 아무 때나 이용하라는 취지에서지요.” 아이다마을의 운영이 얼마나 자율적이고 개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이 전해지면서 아이다마을의 문을 두드리는 이주여성들의 발길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김성 촌장의 귀뜸이다. 지난해 10월 현재 마을 주민은 16개 나라에 모두 502명. 이후 정확한 통계를 내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이 수치보다 많이 늘었으리라는 것.

지난 1년6개월여 동안 이주여성들과 한 식구처럼 몸을 부대끼며 생활해오면서 이들의 매력에 푹 빠진 김성 촌장은 요즘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체능력은 충분한데 공간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의 확보가 가장 큰 문제네요. 아이다마을을 정상적으로 꾸려가려면 월 800여만원 가량 들어가는데 출범 당시 나섰던 후원단체의 지원도 올해면 끊기고…” 자체 제작 상품 판매와 후원자(기관·단체) 물색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지만 쉽지 않단다.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금요일과 토요일만 되면 이 곳 3층 아이다마을은 물론 2층 여성의 전화 사무실까지 이주여성들과 그 자녀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인수기자 yis@i-today.co.kr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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