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보다는 해반갤러리 관장으로 지역에서 문화운동을 이끌어온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최정숙씨가 오랫만에 작가 자리로 돌아왔다.
몇년간 일체의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작업에 몰두해 온 그다. 열정으로 만들어 낸 작품을 들고 중국 칭다오에 간다. 칭다오시박물관 초대를 받아 작품전을 열기 위해서다. 3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박물관을 채운다.
“해반갤러리를 12년동안 운영해왔어요. 멋모르고 판을 벌리다보니 길을 찾아나오기는 커녕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지요. 2003년말 해반문화사랑회 1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시를 끝으로 이제는 나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동안 기운을 너무 발산해서 이젠 수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작가의 자리로 돌아가자 결심했습니다.”
붓보다 사진에 눈길이 갔다. 오랜세월동안 자연의 형상을 앵글로 담아오던 그였다. 컴퓨터로 이들 사진에 작가적 감각을 입혀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작업으로 넘어간다. 인화지로 출력된 이미지는 원판 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예서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그림을 수백, 수천의 정방형 조각으로 자른다. 그리고는 퍼즐을 맞추 듯 구상해 놓은 형상을 완성하기 위해 판넬 위에 붙여 이미지를 만들어나간다.
“무의식적으로 도출하고자하는 본능적인 이미지가 있어요. 한 조각 한 조각 맞추어 가다보면 형상이 드러납니다. 그것은 우주가 되기도 하고 태초의 바다가 되기도 합니다. 내안의 울림이지요.”
디지털의 간편함에 만족 못하고 멀쩡한 그림을 조각조각 쪼개버리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힘든 노동의 과정을 작가는 육화(肉化)라고 말한다. “가로 세로 2㎝ 크기로 잘라냈습니다. 자르고 붙이다보면 손가락이 마비되기도 해요.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면 연이어 다른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대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전시를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뜻밖에 기회가 왔다.
칭다오시박물관이 중국에서 인천작가 판화전을 열자고 제의해 온 것이 시발점이다. 해반문화랑회·해반갤러리와 2002년부터 이어오던 판화교류전을 올해는 인천작가 초청전으로 열고 싶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해서, 해반측이 여러 작가 작품을 보낸 결과 박물관은 최 작가 작품을 찍은 것이다.
“결정된 것이 올 4월이었어요. 이후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하고 작품만들기에 몰두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50여점을 들고 간다. 120호(176x120㎝) 대작도 5점이 있다. 전시제목이 ‘울림’이다. “무엇인가를 우주에 던지면 파장이 생기면서 울림이 만들어지죠. 이는 사람과의 소통입니다. 그 울림은 다시 내게 돌아옵니다.” 전시명에 대한 설명을 건넨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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