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의 연혁을 자랑하는 (사)한국수필가협회의 격월간지 ‘한국수필(전신: 수필문예)’.
그 연륜만큼이나 오래된 협회의 터줏대감이 이숙 사무처장(80)이다. 이 사무처장은 요즘도 집이 있는 인천에서 협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방배동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하철 출·퇴근을 하며 팔순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젊은이들도 본받아야 할 성실한 현역이다.
“몸이 허락하는 한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일해야지. 매일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야. 10년 개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건강할 때까지는 열심히 살아야지.”
협회와는 지난 72년 수필로 등단하면서 연을 맺었지만, 사무국장, 사무처장으로 협회 살림을 도맡아온 지는 20여년이 됐다. 아들내외와 살기 위해 인천에 둥지를 틀면서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통근생활이 시작됐다.
지난해 작고한 고 월당 조경희선생이 초대 회장을 맡아 기반을 다져놓은 수필가협회는 통권 142호의 ‘한국수필’ 발간을 비롯해 ‘한국수필문학상’ 제정, 1천여 명의 회원 등 국내 대표적인 문학인단체다. 해외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지난 4월초 이철호 이사장, 이 사무처장을 비롯한 문학인 40여명이 일본 미야자키에서 ‘일한문화교류회의’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각국 주요 도시에서 해외심포지엄을 열었다. 자손들 부축에 의지해야 하는 여느 80대 노인들과 달리, 수 일간의 해외 일정도 무리없이 소화하는 체력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고와 규칙적인 생활에서 온다고 그는 말한다.
인천에서 활동도 활발하다. 인천문화원과 부평문화원 이사로 있으면서 지역 문화 저변확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인천여류문학회를 통해 많은 후학들의 등단을 도왔다. “문학계 선배로서 나와 같은 길을 가려는 후배들을 끌어주고 도와주는 것은 보람있어요.”
요즘 이 사무처장은 다음달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인천문인협회와 공동으로 열 ‘제25회 한국수필가협회 심포지엄’ 준비로 분주하다. 전국 수필동호인들은 물론 일본 작가들도 참석해 ‘수필의 소재와 상상력’을 주제로 토론을 한다.
“‘나이도 있으신데 그만 쉬시죠’ 하는 젊은이들의 인사말이 혹 ‘나이 들어 일하는 것이 보기 좋지 않으니 그만 집에 있으라’는 말이 아닌가 해서 조심스러울 때도 있어. 하지만 이렇게 협회 업무로 바쁘고, 선후배들과 만나 문학을 이야기할 때가 나는 제일 좋아.”
이 사무처장은 강화가 고향인 고 월당 선생의 이름을 딴 문학관을 짓고 문학상을 제정하고픈 소망이 있다. 월당 선생이 문학 예술 등 전반에 끼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기에 문학인들의 노력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더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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