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서구 가좌2동

“주민들과 참다운 소통공간을 만들어 보자.” 2002년 처음에는 인천 서구 가좌2동의 뜻있는 주민 몇몇이 모여 의기투합했다.

머리를 맞대고 ‘마을공동체 만들기’작전을 세우고, 동참할 인물들을 물색해 모임을 꾸렸다. 그 안에서 화두로 정한 것은 ‘더디 가더라도 주민과 함께 만드는 마을 공동체’였다.

시작부터 주민과 공유하는 것. 행정기관의 주도가 아닌 주민이 주체가 되어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만들어 내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두었다. 그 구심점으로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부터 시작했다.

주민자치위원은 1년 간 설문조사를 벌이고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거쳐 밑그림을 그렸다. 도서관 명칭도 공모를 통해 ‘푸른샘’으로 결정했다.

마침내 2005년 ‘푸른샘 어린이 도서관’은 가좌2동 주민센터 3층에 둥지를 틀었고, 엄마와 아이들이 매일 드나드는 ‘방앗간’이 되었다.

주민들의 공모로 뜻 있는 모의(?)들은 계속됐다.

초등학교 미술학원 등 교육단위와 연계해 그림을 공모해 세 곳에 타일 벽화를 완성했다. 동심들은 우리가족·우리마을을 알록달록 동화(童花)로 피워내며 어울리고 즐거움을 나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4개 분과로 조직해 행정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활동들을 꾸려 나갔다.

가좌2동의 10년 미래를 내다보며 ‘아름다운 마을만들기’를 위한 준비위를 결성하고 워크숍을 열었다.

문화·복지·환경·교육·사회 진흥 분야별로 집중적인 논의를 통해 ▲나무와 풀이 어우러지는 마을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마을 ▲어려운 이웃과 소통하는 마을 ▲평생교육이 가능한 마을 ▲어린이 체험학습이 지속적인 마을 ▲재래시장을 보호 육성하는 마을 ▲주민 토론의 광장이 있는 마을 등 7개 실천의제를 정했다.

주민자치위 분과들이 주민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벚꽃이 피면 잔치를 벌이고, 휴일에는 작은 음악회를 열고 부녀자율방범대원은 하루도 빠짐없이 동네를 순찰했다.

시장 사람들은 음식 재료를 제공하고, 주부들은 반찬을 만들어 소외이웃에게 날랐다. 동네 한의원은 매주 어르신을 위해 한방 진료를 펼친다. 부녀회 통우회(통장) 등은 진료일마다 국수 대접을 한다.

가좌 2동 주민센터는 2002년부터 3년 연속 인천시 우수 자치센터로 선정됐다. 상금은 ‘가좌 주민 행복 아카데미’ 강사비로 사용했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보람있는 성과도 거뒀고, 지금까지 가좌2동의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더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재래시장인 가좌시장 활성화 방안도 더 고민하고 소외이웃과의 나눔의 폭도 넓히고, 소위 ‘침 좀 뱉는 10대’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도 궁리하고 있다. 또 주민센터 공간을 확대해 주민공간을 넓히기 위해 적극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물론 모든 과정 ‘더디 가더라도 주민과 함께’다. 참여하는 과정에서 결속이 더해지고, 활동하는 세대가 자연스레 교체되어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유승희기자 ysh8772@i-today.co.kr

동네 소식 담은 '가좌동 사람들'

가좌 2동 주민자치위 문화예술 분과가 발행하는 계간 소식지 ‘가좌동 사람들’은 2004년 봄에 창간 여섯살이 되었다. 소식지에는 주민센터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할머니도 소개되고, 초등생들의 우리동네 생태 체험기도 나온다. 주민자치 운영위원에 운영 일지도 꼬박꼬박 공개되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세세하게 제공한다. 가좌2동의 모든 일들이 소식지에 실리고 주민들은 소식지를 통해 소통한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에요.” 이혜경 주민자치위 문화예술분과장은 그간의 고충을 한마디로 털어놨다. 구석구석 찾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주민 토론회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주민 행사와 활동들도 쫓아 다니며 사진도 찍어야 한다. “하지만 참여와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내고 있어 보람은 크죠.” 앞으로도 소식지는 계속 주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계간 발행은 너무 벅차 반년간으로 기간을 조정해 더욱 알차게 꾸밀 예정이다.

샘터처럼 마르지 않는 '푸른샘 도서관'

‘푸른샘 도서관’1년 간의 토론과 논의를 거쳐 후원회를 조직해 도서 지원을 받아 2004년 푸른샘 어린이도서관을 개관했다.

시와 구, 후원회의 지원으로 도서가 2천여 권에서 7천여 권으로 늘었다. 아담하게 꾸며진 공간에는 한켠에는 만화책도 가득 꽃혀 있고 앉은뱅이 책상도 여러개 놓여있다. 아이들은 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 친구들과 속닥속닥 거린다.

도서관 관장 방인숙(45)씨는 “마음 편하게 오가고 책도 보고 낄낄거리며 뒹구는 곳”이라며 엄마들도 수시로 들러 수다떠는 곳이라고 말한다. 문 앞에 문턱 없앴고 보이지 않는 문턱도 없다고 했다.

도서관 운영팀 ‘샘’은 도서관을 알차게 운영한다. ‘자원 활동가 학교’를 열어 활동가를 양성해 도서관에 배치하고 역사·생태·미술 체험프로그램과 영어 동아리도 운영한다. 영어동아리는 인천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마을공동체의 모태 역할을 한 도서관이라 더욱 의미가 깊죠. 다양한 일들을 벌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고 싶어요.” 방인숙 관장은 ‘샘물이 마르지 않는 샘터’로 주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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