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미션: 인천의 젊은 건축가 리포트 - 최종

지난 2007년 5월 24일자, 본지 문화면 <전진삼의 건축탐정 AQ>란 타이틀로 시작한 연재 글이 금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햇수로 4년, 총 36개월의 대장정이었다. 격주로 총 75회에 걸친 글쓰기 내내 한 차례도 마감시간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필자로서도 잊지 못할 개인 기록이 될 터이다. 공치사 같지만 시종 신문사 문화부 데스크가 본 연재물의 담당자가 되어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차린 셈이다. 그 새 두 사람의 데스크가 자리를 이동했다.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간간히 본란의 글을 잘 읽고 있다는 주변인들의 치사와 응원을 들을 양이면 기쁘기도 했지만 늘상 부족함이 깃든 글이었기에 미안함도 컸다. 최초 6개월 12회 분량으로 출발한 연재물이 1년으로 연장되고, 다시 2년, 그리고 3년으로 해를 넘기며 주제가 확장되었으니 달리면서 옷을 갈아입은 꼴이 되었던 탓에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분들이 졸고를 기억해주시고, 종종 힘이 되었다는 말씀을 들었으니 부끄럽지만 필자로서 그만한 기쁨이 없었다. 오늘은 최종회이니 만큼 왜 이 같은 연재물을 시작했고, 글을 통하여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제1부 52화는 인천의 현대건축과 도시환경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탐사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현대건축의 1세대 건축가로 분류되는 김중업, 이희태, 김수근 선생의 건축작업을 인천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중업 선생의 인천해무청사(제13, 15화)는 이미 사라진 뒤였지만 공사단계의 자료사진과 멸실 전 사진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서 그의 초창기 건축경향을 연구하는 자료로 정비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희태 선생의 송림동성당(제16, 17화)의 경우는 그 건물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교회 사용자들조차 건축가의 존재감을 모르고 있는 터에 확인해주는 기회가 되었으니 그 또한 작은 보람이었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연재 도중 연수구 내 솔밭마을 아파트 단지와 이웃한 아파트 단지를 구분 짓는 가시철조망의 경계선을 추적, 주민과 행정당국의 조치를 제안한 바 있는데 현재까지도 방치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 간의 소리 없는 전쟁(제25화)을 고발했던 글이 무색하게도 아무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던 것이다. 담장을 허물고 녹색의 공간을 외부인들과 공유하는 세태가 인천시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눈감고, 귀닫고 사는 우리의 이웃들이 건재하다는 것에 속이 많이 쓰리다.

반면 제2부 제1미션으로 수행했던 배다리역사문화마을의 <건축제안> 총 10회의 연재 글(09년 5월 28일자∼10월 8일자)은 모종의 결실이 파악되어 ‘리얼(real)신문’의 효과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산업도로건설로 반 토막 난 근대역사문화동네 배다리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민들의 힘겨운 저항과 투쟁에 매체의 글쓰기가 얼마나 허약한 구조인가를 체감하면서 끝까지 고삐를 놓치지 않고 있는 ‘바보 같은 삶의 주체’들을 바라보면서 함께 행동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며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의기를 밑천삼아 그분들의 메아리 없는 외침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 주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로 말미암아 동인천역재개발촉진지구에서 헌책방거리를 포함한 금창동 일대의 대지가 제척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필자는 늘상 새벽까지 이어지는 글쓰기의 피로감을 지울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현재 6백여 팀이 신청서를 접수하여 대략 2천여 명이 넘는 전국의 건축, 도시, 조경, 디자인 관련학과 대학생 및 대학원생과 디자인 사무실 스태프들이 공모전을 진행중에 있는 제7회 도코모모 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 전국디자인공모전을 인천의 배다리(주제: 또 하나의 인천, 삶의 가치와 맥락을 잇다)로 유치(제2부 제1미션 10화)함에 있어서 미약하나마 작은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크다. 이번 결과는 6월 초 공개되며, 이미 파헤쳐진 배다리 산업도로 일대의 공간회복 및 주변 동네의 보전방향을 도시, 조경, 건축, 디자인, 역사문화의 제 분야에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제안될 터다. 인천시와 지역주민들은 대학 교수진의 지원을 받는 학생들의 다양한 제안들을 이 지역의 보전과 개발방향의 생생한 자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다.

제2부 제2미션은 인천의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여, 지역사회에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11인에 대하여는 지난 4월 1일자 지면에서 결산한 바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관심 있게 읽어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취재 도중 중앙에서 인천의 건축 상황이 주목되지 못하는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그중 차세대 건축인재 발굴과 양성에 역부족인 정황(인구 불균형적 대학의 수와 프로그램의 부재)을 포착할 수 있었다. 특히 팽배해 있는 고교와 대학의 학연 구도는 향후 인천의 건축문화 성장에 반드시 극복해 나갈 과제로 비춰졌다. 또한 시로부터 지역건축사들의 독립적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인천건축의 미래를 위해선 필요불급한 조건임을 예시하였는바, 규모와 형식의 매너리즘에서 일탈하여 작더라도 자생적 건축전시 및 문화제 등의 자력행사를 이끌어가 주기를 재차 제언한다.

새삼 인천의 건축과 도시, 건축인물들을 추적하고, 대화해보면서 탄탄한 디자인 철학으로 무장된 건축가를 지역 내에서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당장 눈에 띄는 대부분의 건물 디자인은 서울중심으로 활동하는 국내건축가들 또는 외국 설계회사의 작업들이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지역 건축가들이 수행한 프로젝트는 공장 또는 근린생활시설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디자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성격의 설계에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역 내 건축사들이 함께 모여 건축과 도시, 공공디자인 등에 관한 지속적인 스터디와 포럼의 부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본 연재를 통해서 공언한 것 중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독자건축탐정단의 공개모집이다. 그들과 함께 인천 도시건축문화 현장을 발로 밟으며, 의견을 나누고, 결과를 지면에 옮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출발은 건축탐정단의 발대식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이제 연재를 끝내면서 그동안 열독해주신 독자제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필자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고 지역 내 건축인사들과 함께 준비해야 할 일들이 여럿 있음을 가슴에 새긴다. 그 사이 결성된 인천건축재단과 같은 지역 안에서의 새로운 건축리딩그룹이 안착하여 큰일을 도모해주기를 바라고, 다른 한편 지역 건축사회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획들을 제시할 생각이다. 우리 고장, 인천의 건축문화가 그 안에 살고 있는 건축가들의 손으로 기품 있게 된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은 없을 것이기에. 전진삼(건축비평가, <와이드> 발행인, 광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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