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소극장이 계속 늘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운영난에 부딪혀 무너져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구민 문화향수권 확대를 내걸고 소극장 건립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개관후 운영 지원에 소극적, 이름뿐인 시설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연극전용극장은 이미 고사 상태다. 유료 관객개발과 대관수입을 이끌어 낼 수익구조가 부재, 버텨낼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역연극계에서는 행정기관이 시설과 운영을 지원해 줄 것을 한 목소리로 제안해 왔다.

남구와 부평구가 선두에 섰다. 부평구는 문화사랑방을, 남구는 학산소극장과 시민교육연극센터에 이어 마임전용극장 돌체소극장을 개관할 예정이다. 인천시도 올 여름 인천예총이 위탁운영하는 인천문화회관 소극장을 전면 개보수, 연극전용극장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문제는 대부분 시설 건립에만 치중, 전문인력 유치와 창작지원 등 운영에 대한 지원이 인색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돌체소극장의 경우 이례적으로 민간위탁 방식을 도입, 운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도 일정정도 재정적인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관의 의지가 요구된다. 더이상 반쪽뿐인 지원으론 소극장 부흥은 요원한 일이다.

▲늘어나는 공연 공간

기초자치단체가 주민과의 문화·예술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연 소극장으로는 부평구가 지난 2004년 1월 갈산동에서 개관한 ‘부평문화사랑방’이 1호다. 부평구는 시설 건립후 부평문화원에 운영을 위탁했다.

남구는 더욱 적극적이다. 장르를 연극에 맞춰 연극전용소극장과 연극교육센터를 각각 개설했다.

같은해 9월 학산문화원을 개원하면서 학산소극장을 개관, 운영권을 맡겼다. 곧바로 용현성당이 내놓은 공간을 시민교육연극센터(이하 시연센)로 꾸며 12월 문을 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10월 예정으로 문학동 인천도호부청사 인근에 마임전용극장 돌체소극장을 건립중이다. 다른 소극장과 달리 민간극단에게 운영을 위탁하는 것이 이례적이다.

▲시설만 지어놓고…

연극교육센터를 내건 시연센은 남구와 용현4동성당의 파트너십으로 출발했다.

용현4동성당은 지하 공간을 남구에게 제공하는 한편, 시설 유지를 위한 전기료 등 기본 공과금을 충당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남구는 문화관광부로부터 시설지원금 1억4천만원을 지원받아 소극장을 개관했다. 전문운영인으로 박은희 전 시립극단 감독을 위촉했다.

개관 공연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극장은 열었으나 개관기념 공연에 대한 예산은 상정하지 않은 채였다.

더구나 다음해 예산으로는 봄·여름·겨울방학 연극교실 강사비 2천만원이 전부였다.

소극장 공연 등 창작 지원예산과 감독 인건비, 사무실 운영 경상비 등은 단 한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박 감독의 나홀로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격월로 예술인 초청무대와 시민이 참여하는 아마추어 열린무대를 열었다.

연극교실 활성화를 위해 시민 참여프로그램을 늘리고 개관기념 공연도 올렸다.

프로그램을 개설할 때마다 매번 구청에 가서 손을 벌리는 일이 되풀이 됐다. 그 결과 2005년 한햇동안 8천여만원을 지원받았다.

개관 2주년을 맞는 올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그마저 구의 지원 의지가 후퇴, 예산이 4천500만원으로 줄었다.

연극교실과 초청공연만 올리기에도 빠듯한 규모다. 여전히 감독인건비와 경상비는 제로상태다.

박 감독은 “계약 당시 보수얘기는 전혀 안했으므로 그 부분을 해결해 달라고 말할 상황도 아니었다”며 “연극이라는 장르가 지역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들의 희생이 밑받침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보수는 차치하고 공연을 위한 조명·음향 담당 인력이 없는 데다 사무실 직원마저 배치가 안돼다 보니 홍보에서부터 사소한 일까지 혼자해나가기가 버겁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은 전문인 한 사람의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지금까지 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인천예총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인천문화회관 소극장은 개관 14년만에 처음으로 시설을 개·보수, 지난 7월25일 재개관했다.

무대와 조명, 음향에서부터 객석의자, 벽면과 천정, 바닥, 냉난방시설까지 전부 뜯고 새로 들였다.

예총은 어린이 발표회를 위한 대관은 연극공연 비수기인 12월부터 이듬해 3월로 한정, 연극인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럼에도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기획공연을 올릴 수 있는 예산이 없다보니 여전히 대관사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지역 극단들은 한정된 좌석수와 장소접근성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대관을 기피하는 실정이다보니 시설 개·보수가 이들을 끌어올 요인으로 작용할 지 의문시 된다.

임영철 인천문화회관 관장은 “몇년전부터 기획공연비와 인쇄물 발행을 포함한 홍보비 지원,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무료대관제 시행 등을 올렸으나 전혀 반영이 안되고 있다”며 “소극장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기획·홍보 전담인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꿈도 못꿀 일”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운영 지원이 관건

학산소극장과 부평문화사랑방은 각각 구청이 건물을 지은 후 문화원에 수탁, 운영주체가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이끌어가고 있다.

학산소극장은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연극전용 극장을 내걸고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2004년 9월 개관후 연말까지 눈길 끌 만한 작품을 초청하면서 7천290만원을 지원했다.

이어 2005년에는 조명기사 인건비와 경상비, 기획·초청 공연 등 사업비를 합해 1억4천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다소 줄긴했으나 1억800만원을 내려보냈다.

더불어 그 해 공연수익금은 다음해 초청공연비나 문화원 자체사업비로 쓰도록 했다. 유료관객이 늘어날수록 공연 사업비가 증가하는 순환구조를 만든 셈이다.

그러나 외형상으로는 바람직한 구조임에도 내부적으론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차기년도 사업예산지원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12월 시점에 가서야 다음해 본예산이 확정되다보니 연초 기획·초청공연을 세우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최혜은 사무국장은 “연극의 경우 극단이 작품을 올리는 시기에 맞춰 섭외해야 하므로 다음해 사업계획을 미리 짜야하는데 내년 예산 규모가 불확실해 애로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어려움은 전문기획자 부재에서 발생한다. 전반적인 공연기획을 맡을 예술감독 위촉이 절실한 실정이다.

개관 당시에는 예술감독과 비상임 기획위원회 체제로 꾸려갔으나 현재는 공백 상태다.

최 사무국장은 “문화원 사무국에 소극장 운영을 전담할 인력이 없다보니 장기적인 기획이 어렵다”며 “예술감독과 기획을 함께 할 수 있는 전문인 영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반해 부평문화사랑방은 초기부터 관장과 전문기획자, 홍보담당 직원 등 3명을 배치했다. 위탁을 맡은 부평문화원이 별도의 조직을 두고 있는 것이다.

장르도 연극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취했다. 주민에게 문화 마인드를 고양시키기 위한 공간을 내걸고 국악, 무용, 풍물, 재즈, 어린이 연극 등을 유치했다.

더불어 개관 첫해에는 무료공연으로 갔다. 지난해부터 유료로 돌렸으나 최소한으로 낮추고 회원관객에는 50%할인해주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공연마다 예매가 쇄도,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성진 팀장은 “한 해 예산지원 규모가 2억원으로 구에서는 예산 지원은 하되, 일체 운영에 대한 관여는 안한다”며 “이곳을 모델로 사랑방을 더 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민간위탁도 지원 전제돼야

중구 인현동 시절을 접고 남구에서 다시 태어날 돌체소극장은 행정자치부와 남구청이 매칭펀드, 민간에게 운영을 위탁한 경우다.

돌체소극장측이 자체적으로 행자부로부터 재개관비용 10억원을 지원받자 남구가 매칭펀드를 제안, 6억원을 내놓음으로써 성사됐다.

극단 돌체는 3년간 위탁운영을 맡게 됐다. 계약조건은 남구가 전기료 월 1천400만원과 작품보조비 일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단 공연 수익에 대해서는 극단이 가져가도록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연극계에서는 일제히 우려섞인 눈길을 보낸다. 시설운영비와 인건비 등 경상비와 개관초기 작품 경쟁력을 일궈낼 수 있는 프로그램 지원비가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김병균 극단 동이 대표는 “남구와 위탁업체간 자기부담률 협약시 경상비와 창작지원비 지원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현재 상태로는 개관후 내년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남구 기반시설인 여타 소극장들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위탁자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며 “시민과 전문가, 관이 참여한 공청회를 통해 대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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