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라는 관념의 기원을 찾는 일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우는 ‘춘향전’은 조선시대만 해도 몰래 숨어 보는 음담패설류였다.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제도사로서의 한국근대문학’(소명출판 간)에서 한국 근대문학 형성의 사회사적 조건을 탐색했다.

일반인들의 문학에 대한 관념은 문학이 제도적으로 정착되면서 형성된 것으로 파악한다.

출판, 교육, 언론, 교통과 통신, 유통 등과 같은 근대적인 제도, 혹은 만민공동회 같은 근대적인 공공영역의 형성은 계몽적 담론의 유행을 이끌었고, 애국계몽운동가들에게 문학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저자는 “문학을 근대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애국계몽운동이 좌절되고 굴욕적인 한일병합이 이루어졌던 1910년 무렵”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덧붙여 문학이 근대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근대제도와 문명이라는 토양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방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의 교육정책 과정을 정리, 대학의 국문과에서 근대문학 커리큘럼이 변화하는 과정을 제도사적 측면에서 추적했다.

아울러 ‘태평천하’로 유명한 작가 채만식이 한국 근대문학의 정전(正典)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거두었다.

1960년대까지 풍자작가 수준에 머무르던 채만식이 1970년대 풍미했던 내재적발전론에 따라 현실 비판적 민족문학론의 자장에서 재평가됐다고 푼다.

‘대한매일신보’ ‘독립신문’ ‘한말근대법령 자료집’ 등 당대 자료를 꼼꼼이 검토하는 등 실증적 연구방법론을 동원했다.

2부와 3부는 김남천, 염상섭, 김동리, 김동석을 중심에 두고 한국근대문학의 흐름을 조망했다.

특히, 저자는 인천출신의 잊혀졌던 영문학자 김동석의 생애와 삶을 처음으로 복원했다.

김동석은 1913년 인천에서 태어나 창영공립보통학교, 인천상업학교를 거쳐 경성제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해방 이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다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편의 김동석 관련 논문을 통해 지역문인을 발굴하는 한편 해방 직후의 정치적 상황과 문학적 환경 점검을 통해 ‘순수논쟁’을 재조명했다.

지역문화현장의 일선에 몸담고 있으면서 틈틈이 국문학 연구자로서의 과업을 수행한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1996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1930년대 후반 한국근대문예비평이론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역문화 정책을 다룬 책 ‘문화도시로 가는 길’을 낸 바 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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