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반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즐겁습니다. 평생 연극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늦었지만 연기를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지 몰랐습니다.”

용현2동 대우아파트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김금화 여사(68)는 최근 재미가 하나 늘었다. 월요일이면 경로당에서 이른 점심을 챙겨주고 남구학산문화원으로 발길을 서두른다. 문화원이 이달초 개설한 ‘젊은 노인들의 희망연극 만들기’ 프로그램을 수강하기 위해서다.

학산문화원은 전국문화원연합회가 복권기금을 받아 지방문화원 지원사업으로 실시중인 ‘땡땡땡! 실버문화학교’프로젝트에 노인연극반을 제안, 올 상반기 선정됐다.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연극을 아이템으로 잡은 것이 주효했다.

50대 이상 젊은 노인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극으로 만들어 공연하는 실버극단 양성을 목표로 한다. 노인들에게 익숙한 전통 연희를 활용한 연극놀이로 잠재된 ‘끼’를 발산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운영방안이다. 이들이 만들어 낸 창작물을 들고 노인회관, 경로당,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을 찾아가 즐거움을 나눈다는 계획도 있다.

학산문화원은 모두 1천500만원을 지원받아 ‘젊은 노인들의 희망연극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지난 9월3일 개강, 12월까지 진행한다.
“광고전단지를 본 순간 마음이 끌렸어요. 회장으로 경로당을 꾸려가다보면 회원들 취미 생활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이것저것 배웁니다. 노래나 율동, 건강체조도 배워서 가르쳐 주었지요. 연극은 좀처럼 접할 수 없잖아요. 그 길로 문화원에 달려가 신청서를 냈습니다.”

수강생 18명중 김 여사가 가장 연장자다. 의욕은 누구 못지 않다. “내가 기억력과 암기력은 좋거든요. 대사 외우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 오늘이 세번째 수업인데 역할극으로 즉흥연기를 했거든요. 전혀 떨리지 않더라구요.” 말끝에 신명이 묻어난다.

11월초 전국문화원연합회가 대전에서 여는 ‘실버엑스포’에 이들 수강생도 참가할 예정이라고 문화원측은 귀뜸한다.
“10월부터는 한주에 3일씩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즐겁죠. 이곳 수업을 기반으로 연극이 활성화돼서 실버극단이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