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주민이 지역을 바꾼다!” 아주 단순한 말이지만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구기홍(44)씨를 보면 실감난다.

그는 15일 계양구청에서 열리는 ‘바람직한 서부간선수로 조성을 위한 민·관 협약식’에 참석, 유수의 정치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안상수 인천시장을 비롯해 지역구 국회의원인 송영길·신학용 의원, 이익진 계양구청장 등 협약식 참여자 가운데 주민자격으로 구씨가 참석한다.

충남 서천이 고향인 구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부천에 둥지를 틀었고, 1997년 계산택지가 조성될 무렵 계양구로 이사왔다.

“집값이 왜 낮은지만 관심을 가졌을 뿐, 지역문제는 전혀 염두에 두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을 계양구에서 보냈던 구씨는 2006년 개설된 인터넷카페인 ‘계양구구민연합(http://cafe.naver.com/gyesan)’을 계기로 지역문제의 ‘전사(戰士)’로 거듭났다. 카페의 메니저를 맡았던 그는 서서히 지역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구청에 각종 민원을 넣는 것은 기본이요, 각종 선거 때마다 후보들에게 지역공약을 검증하자는 제안도 했다.

계양산 골프장 논란을 놓고도 롯데측 관계자들을 불러들일 때도 있었다. 시민단체 회원도 정당의 관계자도 아니었던 평범한 가장이요, 회사원에 불과했던 그다.

“시나 구는 물론 더 이상 정치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에 운하나 골프장 등 커다란 갈등도 수년째 야기됐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도 행정이나 정치권은 ‘나 몰라라’ 였다. 대표적인 문제가 공터로 방치된 터미널부지였고, 서부간선수로였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가을 주민들과 함께 서부간선수로 청소활동을 시작했고, 급기야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 만들기 운동본부’까지 꾸리게 됐다. 회사에서 월차를 내는 횟수도 늘었고, 퇴근 후 회의도 숱하게 열었다.

이들이 벌인 토론회와 연날리기행사, 그리고 15일 협약식은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다. 자연스레 운동본부의 집행위원장도 그가 맡게 됐다.

“인터넷카페에 7천여 명의 회원이 있는데, 많은 주민들을 오프(일상활동)로 끌어내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주민자치는 참여하는 주민들이 이끌어 낸다는 생각을 배웠단다. 또한 주민들의 관심사인 저평가된 집값도 누가 대신 올려주는 게 아니라 결국 주민들의 의식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한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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