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밀가루 반죽덩어리가 몇 번 요동을 치더니 이내 기다란 끈이 된다. 긴 끈을 서로 꼬고 또 내리치며 늘리고 꼬기를 수 차례, 똑 고른 굵기의 면발로 변신 성공! 펄펄 끓는 물에 1~2분간 들어갔다 나오면 쫄깃쫄깃하고 매~끈한 수타면 완성이다.

21일 낮 12시30분 중국음식점 ‘만선(滿船)’.
이름 그대로, 갓잡은 고기들로 가득 찬 배처럼 50석 남짓한 가게안이 손님들로 북적인다.

“면발을 좀 굵게 해서 주세요” “나는 보통굵기입니다. 하하.” 기계식 면을 쓰는 여느 중국집과 달리 이 집에서는 즉석에서 자신이 원하는 굵기의 면발을 주문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손님 한 명이면 한 명분만큼, 10명이면 10명분만큼 일일이 즉석에서 손으로 면을 뽑아 내놓기 때문이다.




밀가루 반죽 덩어리를 내리쳐 면을 뽑고 나면 얼굴에는 이내 땀방울이 맺히곤 하는 주방장 최하영씨(53). 하지만 얼굴에 웃음이 감돈다. 홀 서빙을 맡고 있는 부인 김인순씨(50)도 눈가에 웃는 주름이 잡혀있을 정도로 언제나 웃는 얼굴. 단골들은 주인장 부부의 따스함과 수타면의 환상적인 맛에 이 집으로 오지 않을 수 없다며 자랑을 한다.

“아들이 어제 제대를 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만선’으로 짜장면 먹으러 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 가족이 다 왔어요. 저희는 가정동 저 끝에 사는데 중국음식 먹고 싶으면 꼭 이 집으로 와요. 다른 집 것은 맛이 없어서….” 이 음식점만의 특색음식인 매콤한 야끼우동을 비롯해 여러 음식을 시켜놓고 먹던 한 가족이 맛 자랑을 한참 한다.

농사를 짓던 경상도 청년이 새로운 꿈을 안고 서울로 향한 때가 19세때. 여러 일을 전전하다 이듬해부터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중국집 배달일을 하게 됐다. 성실한데다 눈썰미가 있는 청년을 신임한 음식점 주인(화교)은 면발뽑는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청년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너무 젊은 나이부터 무리하게 팔 근육을 쓰는 바람에 피가 뭉쳐 한 동안 큰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수타면뽑는 기술을 비롯해 중국음식 하는 일이 싫지 않았던 최씨. 이후 서울을 비롯해 고향인 울산의 대형 중국음식점에서 10명이 넘는 주방식구들을 거느리고 주방장을 하다가 십 수년전 처가가 있는 인천에 와 내 점포를 열었다.

“상호인 ‘만선’은 지금도 울산시에서 가장 큰 중국음식점의 이름으로, 남편이 그곳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던 인연이 있어요. 다행히 수타면만을 고집하는 남편의 정성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먼 곳에서도 마다않고 찾아주시니 고마울 뿐이지요.”

많게는 하루 20㎏ 밀가루 7~8포대를 반죽해 면으로 뽑아야 할 만큼 노동강도가 세다보니 별도의 체력관리는 필수.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최씨는 꼭 냉수욕을 하고, 팔굽혀펴기를 매일 50회 이상 한다. 용광로같은 불 앞에서 요리를 해야하는 한 여름에는 오히려 더운 물 샤워로 몸의 균형을 맞춘다. 싱싱한 해산물과 야채를 사기 위한 새벽 장보기부터 시작되는 힘든 매일을 거뜬히 이겨내는 것도 꾸준한 체력관리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복잡한 요리도 15분이내면 다 만들어냅니다. 기름 끓이는 동안 면발 뽑아내고, 삶고, 탕수육 튀기고…. 요리는 바로 만들어 먹어야 제 맛이거든요. 멀리서 제 음식을 드시기 위해 오시는 손님인데 가능한 한 싱싱한 재료를 넣어 맛있게 많이 드려야죠.” 손님들은 주문을 한 뒤 2~3분이면 즉석에서 뽑은 면으로 만든 순하면서도 부드러운 짜장면을 맛볼 수 있다.

대학을 다니는 두딸 중 특히 막내 희진이는 아버지의 손재주와 끈기를 닮아 도예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도예에 남다른 소질을 가진데다 노력파인 딸은 인천디자인고 졸업당시 여주대학 도예과 장학생으로 스카웃되더니 1학년이던 지난해 결국 전국대학생 도예공모전에서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부부의 얼굴에 희색이 감돈다.

“땀 흘린 만큼 버는 돈이 진짜 내 돈이지요 뭐.” 최씨는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고향으로 내려가 선산을 지키며 힘이 닿는 때까지 수타면을 뽑겠다고 했다.

인천 서구 가좌인터체인지 인근의 가좌고가교 옆 길가에 있다. ☎(032)571-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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