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인권연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부의 이주노동자 도입제도인 고용허가제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실태조사의 특징은 이미 국내에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함과 동시에 노동 인력을 한국으로 보내고 있는 6개의 송출국 중 베트남과 스리랑카에 대한 현지조사를 함께 실시한 점이다.

국내 설문조사와 현지조사의 내용을 종합해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바로 산업연수제와 고용허가제가 함께 병행 실시되며 오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산업연수제는 지난 15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을 ‘노동자’의 신분이 아닌 ‘연수생’의 신분으로 도입하여 국내·외로부터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주범으로 비판받아오던 제도이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중기협) 등 이익단체가 도입을 주관하고 민간 기업이 송출을 전담함으로써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송출브로커를 통한 피해와 과도한 송출비용 등의 문제를 현지에서 발생시켜 온 제도이다.

이에 대한 개선을 위해 정부는 인력관리를 담당하는 새로운 인력제도로 ‘고용허가제’를 도입, 시행하였으나, 애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산업연수제를 폐지하지 않고 함께 병행하여 실시하였던 것이다.

살인적인 송출비용은 비용부담으로 인해 이주노동자의 미등록체류를 발생시키고, 인권침해상황을 감내하게 만드는 이주노동자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그 때문에 송출비리에 따른 높은 송출비용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외국인력정책 정상화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연수제와의 병행 실시는 한국으로의 노동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산업연수제’와 ‘고용허가제’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함에 따라 기존의 브로커 조직들이 여전히 활개를 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송출비리를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업연수제’의 높은 송출비용에 따라 ‘고용허가제’의 송출비용도 동반 상승하여 송출비용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년 2007년 1월 1일부로 인력도입정책을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려가 되는 점은 중기협 등 산업연수제를 시행했던 이익단체들이 여러 각도의 로비와 압력행사를 통해 고용허가제의 일원화를 무산시키려는 시도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특히 근래에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을 통해 고용허가제 일원화를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점은 그러한 우려가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한 줌도 안 되는 위 단체들의 이익을 위해 수만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계속 황폐화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외국인력정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즉시 산업연수제를 폐지하여 그동안의 폐해를 정비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중기협 등은 이권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방편으로 ‘고용허가제’에 대행 업무에 편입하기 위한 시도들을 함께 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권에 대한 이들 단체의 끈질긴 집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에 이들 단체를 참여시키는 것은 고용허가제를 국내외에서 현대판 노예제도로 비판받아온 산업연수제의 정부주도판, 즉 제2의 산업연수제로 변질시키는 일이다.

외국인력정책을 왜곡시키고 송출과정에서 엄청난 부당이익을 취해온 기관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은 국가차원의 엄중한 조사와 처벌 뿐이다.

새로운 인력정책에 참여하게 하여 기득권의 일부를 유지시켜 주는 일이 아닌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양심 있는 시민들과 인권단체들이 이주노동자정책에 있어 이루어낸 1차적인 성과이며, 그 시행과정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력 도입에 국가가 개입하여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는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제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으로 인해 고용허가제 무용론을 확산시킬 것이 아니라 제도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고, 사업장 이동제한 등 인권침해 관련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등 제도의 개선을 이루어 바람직한 외국인력 제도로 자리잡게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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