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의 대표적인 종합병원이 최근 증축한 건물을 음식백화점으로 운영하고 있어 주변 상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가천의대 중앙 길병원은 지난 2003년 6월27일 건축허가를 받아, 옛 지상 주차장이 있던 본관 앞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의 ‘본원 주차장 지하화 공사’를 시작했다.

용도는 의료시설과 근린생활시설.

공사가 끝나고 지난 5월10일 남동구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얻은 이 건물 지상에는 인공폭포와 함께 쉼터로 조성됐고, 지하2층은 주차장이 들어섰다.

근린생활시설로 허가가 난 지하 1층은 한식과 중식, 카페, 빵집 등 음식점이 10여곳에 이르고, 편의점과 인터넷 카페, 의료기기 판매점까지 들어서 있다.




가천의대 부속 길병원이 본관 주차장을 신축하면서 한식과 중식, 카페, 빵집 등 음식점이 들어선 근린생활시설. 김기성기자 audisung@i-today.co.kr

이 곳에 입점한 업체들은 롯데플라자와 임대계약을 맺고 있다. 에스칼레이터로 길병원 본원 1층과 연결돼 있고, 외부 출입문은 뇌과학연구소와 여성전문센터쪽으로 나 있다.

같은층에 구내식당이 자리하고 있지만 점심시간 주 고객은 길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와 가족들이다. 1층과 연결된 에스칼레이터 주변에는 유명 백화점의 이동 판매장에서 구두와 의류, 카드 가판대도 들어서 있다.

식사에서부터 만남과 대화가 가능한 커피숍까지 고루고루 갖추고 있어 궂이 길병원 종사자와 이용자들이 병원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시설을 갖춘 것이다.

문제는 이 건물이 영업을 시작한 이후 주변 상가들은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14일 점심시간대, 예전 같으면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들로 북쩍이던 주변 식당가는 여전히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지만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음식백화점으로 이어지는 뇌과학연구소와 여성전문센터 사이 골목의 사정은 더했다. 많으면 3~4개 테이블만 채워졌거나 손님이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인근 치과골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음식점 업주는 “경기탓도 있지만, 지난해 보다 매출이 30%나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임대홍보물을 걸어 놓은 음식점 및 상가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다른 음식점의 한 업주는 “인천을 대표하는 병원에서 대형 음식점까지 내면, 그동안 길병원만 바라보고 산 주변 소 상인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주희 조자영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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