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에 ‘백문불여일견’이란 말이 나온다. 백번을 들어도 한번 본 것만 못하다는 뜻이 되겠다.

동서고금은 물론이고 시공을 뛰어넘는 화두 노릇을 해온 이 주제가 21세기에 들어서는 무용론과 더불어 진부의 대명사로 뒤바뀌는 상황이 됐다.

앨빈 토플러의 말마따나 인류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가 개개인의 정보기계로 흘러넘쳐나고 있어 손가락 하나 만 까딱하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란다.

책상 앞에 앉아서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다는 얘기다.

누리마당(Internet)에 들어가면 온갖 누리꾼들이 꾸며놓은 즐비한 마당들이 두루 널브러져 있고, 보는 사람들은 전라(全裸)의 세상을 통째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음악, 영화, 뉴스, 하물며 초등학교 반 동창회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불편함 없이 소통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개별적이고 보편적이면서도 자유로워 보이는 이 보여줌과 소통의 상황들이 최후로 연출하고 싶은 것은 내면의 보수성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이다.

‘진짜로 보자’는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냥 보자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표정과 만져보고 꼬집어보고 희로애락이 느껴지는 삶의 숨결을 실물로 보자는 얘기다.

누리마당이 가가호호를 거미줄처럼 얼키설키 얽혀놓고 가뜩이나 꼼짝 않고 표피적으로 정보가 획득되는 이 판국에 천만다행이다. 열 번을 옳다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가는 누리마당의 이면에 대해서 슬슬 제 쓰린 심정을 고백하고 있다.

인간적 문맹 혹은 인문 지리적 문맹이라고 한다. 아는 건 많은데 할 줄 아는 게 없다고도 한다.

그래서 범 세계는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해보는 게 낫다’로 시점이 변화되는 와중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인천 곳곳에서도 용트림하고 있다. 특히 교육, 문화, 예술, 환경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움직임이란 260만 인천 시민이 바라는 양질의 생활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때 미미하기 짝이 없다.

일선 학교를 비롯해서 박물관과 도서관에서 내놓는 프로그램이거나 일련의 뜻있는 NGO단체들이 치르는 소규모의 일정들이 그것이다.

주지했듯이 직접 해 본다는 것은 표류하는 정보를 획득하는 일이다.

정보는 일방적인 전달의 의지를 자기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내포하고 있다.

즉 백번을 눈으로만 보게 만드는 상황 속에서 한 번의 실행 과정은 살아 있는 경험을 말하는 데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 실천의 값어치인 것이다. 자부심은 그 대가이다.

인천의 문화지표가 통계적으로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이 거지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눈에 거슬리지만, 악천후의 상황 속에서도 꺼뜨릴 수 없는 희망을 그려가는 활동가들의 고군분투가 그저 아름다울 따름이다.

그림은 그리움을 구체화한 능동태이고 그리움은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음의 씨앗이다.

씨앗을 인간의 가슴에 심음으로써 비로소 문화가 꽃을 피우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선진화된 나라에도 인간의 그늘은 존재하는 법이다. 후발 주자들의 공통적 특징은 선두 주자의 뒤통수만을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인류 역사가 연쇄적으로 돌진해 오는 또 다른 후발 주자에게 자신도 뒤통수를 내맡겨야 하는 사슬 구조라면 처연하고 너그럽게 자기만의 문화의 꽃을 피워야할 일이다.

이런 가운데 꽃의 그늘조차도 감싸주는 법을 체득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면 도리이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다. 앞뒤 두루두루 살펴서 삶을 누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웰빙(Well-being)이고 ‘참살이’인 것이다.

인천에서의 삶은 부지불식간에 그 지역적 특성이 내면화되고 있다는 이야기와 통한다.

지역적 특성의 전반적인 판단 잣대는 문화이다.

풍모다.

건축에서 통하는 아우라(aura)다.

여러 고장을 살펴보면 고장마다 제 품격이 있기 마련이다.

다르다는 것인데, 그 다름이 현재를 아름답게 만드는 구실이 되고 미래를 제시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인천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의 인천은 인천답게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미래는 좀 더 나은 현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소 부대끼는 방법이 최선의 덕목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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