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간선수로가 앞으로 정식 하천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서부천’이라고 호칭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8일 계양구 주민들의 인터넷커뮤니티에 ‘평범한 계양구민이 생각하는 서부천 이야기’ 1편이 올라왔다. 이후 23일까지 서부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 등이 담긴 5편의 글이 게시되면서 커뮤니티는 후끈 달아 올랐다.

고질적인 악취 민원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와 농어촌공사는 핑퐁게임으로 일관했다. 생태공원화 등 국회의원들의 약속도 부지하세월이었다.

주민들은 이내 답사와 청소활동에 나섰고, 서명과 기금을 만들기 위한 기부운동을 시작했다. 나아가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 만들기 운동본부까지 꾸렸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은 ‘평범한 계양구민’인 임정수(59) 계양봉사단 단장의 글 5편에서 촉발된 것이다.

그가 서부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5·18’과 삼산동 농수로대책위에서 활동했던 이매리 공동대표 덕분이었다고 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의 개념조차 몰랐던 임 단장은 2000년 광주 5·18묘역을 방문한 뒤 ‘나눔, 자치, 배려’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가슴에 새겼단다. 이후 계양구에서 ‘5·18민주화운동 후원회’와 ‘계양봉사단’을 만들면서 기금마련에 나섰다. 그러면서 서부간선수로에 보트를 띄워 청소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환경이나 하천 등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인근 삼산동에서 이매리 대표가 찾아왔다.

“무엇때문에 청소하시느냐?” 이 대표의 질문에 그는 달랑 “너무 지저분하니까”라고 답할 뿐이었다. 이어 ‘생태하천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그는 공부하기 시작했다. ‘물은 왜 흘러야 하는지’ ‘원수(原水)를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계양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할 수 없을까’ 등을 염두에 두면서 서부간선수로를 꼼꼼히 챙겼다.

부평과 계양지역의 단체와 주민들이 모이면서 탄력을 받는 듯 했지만 이매리 대표가 외국으로 떠나면서 2006년 봄부터 서부천 생태하천 만들기 활동은 시들해졌다. 임정수 단장은 동력을 잃었으나 ‘우리마저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생태하천이 만들어질 때까지다’는 각오로 청소활동만큼은 손에서 놓치 않았다. 그가 지난해 올린 글이 주민들의 공감을 샀고,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행정이나 지역정치권에서 나온 인사들도 그 앞에서 입론을 내세울 수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을 터이다.

5·18을 강조하다보니 고향이 호남인가라는 시각도 있었고, 출마 등 정치권에 진출하느냐는 오해도 받은 적 있다. 하지만 그는 황해도 해주가 고향이고, 줄을 서야만 하는 정치는 체질에 맞지 않는단다. “살아가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실천하는 일에 충실할 뿐입니다” 그가 강조한 한마디다.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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