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가 도입 2년이 지났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인권침해에 노출돼 있고, 한국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11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 2년을 맞는 고용허가제의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태국, 스리랑카, 필리핀 6개국의 이주노동자 34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와 베트남과 스리랑카에 대한 현지 조사 결과다.

▲인권침해의 실태

응답자의 27.7%가 사업장에서 한국 동료와의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이 신분증 압류(26.7%), 관리자의 폭력(15.5%), 강제근로(14.3%) 등의 순이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라며 “이는 이주노동자의 한국생활 만족도에도 직결된 문제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생활 만족도는 낮은 편으로, ‘한국생활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전체의 49.1%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50.9%는 ‘불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노동자들은 인권침해를 당할 경우, 담당 행정기관에 신고하는(25.6%) 것보다 인권단체에 의존(28.8%)하고 있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이주노동자들의 월평균 급여수준은 83만원 정도로 나타났다. 71만~80만원이 전체의 42.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91만~100만원(19.4%)이었다. 70만원 이하도 14.6%나 되는 등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경우가 51.1%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하루 평균 11시간을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장을 옮기고 싶다

응답자의 70%가 ‘사업장 이동’을 희망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2005년 조사때보다 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전체 응답자의 65.7%가 현재의 노동조건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매우 불만족하다’고 응답한 사람도 12.6%나 됐다.

사업장이동을 희망하는 이유로는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 ‘장시간 노동’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불이익을 염려’하거나 ‘고용주의 비협조’로 사업장을 이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장이동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는 전체의 31.3%를 차지했고, 75%가 1번 이동했고, 20%가 2번 이동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사업장이동제한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근본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 강화 필요성 제기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이주노동자와 사업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입국전 후 105시간의 교육을 받고 있고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한국어와 기술교육을 더 해 줄 것을 원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사업주에 대한 고용허가제 관련 제도 및 인권 교육을 강화해,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과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사업주에 대한 교육은 입국 후 교육기관에서 신규인력을 인수 시 1시간의 교육이 전부라며 정부는 실제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포함시켜 사업주 교육을 강화하고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 모두에 대해 교육과정 이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중기협 등을 연수추천기관에 포함하려는데 대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그동안 외국인력정책을 왜곡시키고 송출과정에서 엄청난 부당 이익을 취해온 기관들에게 새로운 인력정책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시켜주는 꼴”이라며 “고용허가제 대행 업무는 공공기관에서 전담, 입국 후 제도의 모든 절차에 정부의 지도와 관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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