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극단이 해외 명작 정통극에 무게를 둔 적이 없지 않았나 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다음으로 ‘시련’이라는 작품이 사회적으로 시사성이 있다는 점에 끌렸습니다.

이기집단이 저마다 자기 대변에 열을 올릴 때 소시민들은 이에 치여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닮았죠.

한편으로는 그동안 극단이 내부적으로 앓아왔던 반목과 갈등을 작품을 통해 치유해보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이종훈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이 취임 데뷰작으로 아서 밀러의 대표작 ‘시련’을 고른 이유를 설명한다.



고품격 정통극을 내걸었다. 오는 22일부터 10월1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올린다.

연습 초기부터 내부 오디션을 거쳐 주역을 발탁하는 등 특유의 방식으로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고 있는 이 감독이다.

“대본 리딩 열흘만에 곧바로 연기로 들어갔는데 배우들이 벌써 대본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내심 깜짝 놀랐습니다. 모두들 기대이상으로 열성적입니다. 너무 고맙죠.” 단원들 칭찬부터 꺼낸다.

작품이 좋아서 스스로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반 극단 ‘성좌’가 한번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일반 극단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작품입니다. 스케일이 클 뿐더러 내용면에서 마지막 감동이 특별합니다.” ‘

시련’ 무대화 소식을 들은 서울 극단들이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연출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이 감독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솜씨가 녹아 있다.

“연기자의 구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보는 각에 따라 움직임에 대한 원근감이 달리 느껴질 겁니다. 극 전체가 무겁고 종교적이라는 점에서 음악은 클래식을 선택했습니다. 고품격을 표방했다고 할 수 있어요.”

기존의 연습시간도 변경했다.

오후 2시에 시작, 밤 9시까지 이어진다.

이유인 즉은 오후 7시30분에 올리는 실제 공연 시간에 맞춰 신체 리듬감을 미리 만들어두기 위해서다.

“연기자들은 밤이 돼서야 끼가 돌잖아요. 밤에 연습하다보면 자신의 끼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거든요.”

마케팅에도 신경을 썼다. 유료 관객에게 인천지하철 티켓을 증정하기로 했다. 초대권에 익숙한 인천 관객들의 고질적인 인식을 이번을 계기로 바꿔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가능한 한 초대권을 없애려고 합니다. 무대에 섰을 때 관객이 썰렁하다면 힘이 빠지죠. 그럼에도 새로운 매표문화를 일구겠다는 심경입니다. 단원들도 표를 팔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감독은 당부를 잊지 않는다. “인천시민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보고 평가를 내려주십시요.”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월요일 공연 없음). 일반 1만5천원, 청소년 1만원. ☎(032)438-7775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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