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로 부모나 교사, 상담사를 직접 찾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오히려 친구들에겐 말 못할 비밀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인천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가 내놓은 해답은 ‘또래상담사’였다. 친구가 곧 상담사가 된다는 간단한 발상으로 벌써 수년째 청소년들의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인일여자고등학교 2학년 이아미(18)양은 또래상담사를 맡은지 2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지난해 12월 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사업보고대회에서 그동안의 또래상담사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인천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친구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또 같이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발견하고, 그들이 그렇게 말을 함으로써 어느정도 스스로 해결점을 찾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도 봤죠. 그게 또래상담사의 역할이구요.”

이아미 양은 고교 1학년 당시 담임교사의 권유로 또래상담사를 시작했다. 한 해에도 수십명의 친구들 고민을 들어주며 같이 울고, 웃었다.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는 동안 극단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고민의 크기는 줄어 들었다. 고민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성적, 집안일, 친구관계 등이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그나름대로 무겁고 힘들다.

“누가 됐든,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민을 품고 있으면 분명히 쌓이거든요. 무슨 해결책을 콕 찝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이 양 역시, 성적과 친구문제 등으로 고민이 많은 10대다. 이제 고3이 되는 이 양은 또래상담사 역할도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고3 선배, 언니들이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것을 보며 ‘이젠 내차례 구나’하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나면 속이 시원해요. 또래상담사는 이제 못하지만, 주변의 고민있는 친구들과 얘기 들어주고 고민을 나누면서 생활할거예요.”

이 양은 아직 어렴풋하지만 심리학이나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단다.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것이 혹시 천성은 아닌지 생각해봤다는 이 양은 ‘또래상담사’로서의 지난 2년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2학년이 되는 후배들이, 1학년으로 입학하는 후배들이 또다시 제 역할을 물려받을 거예요. 잘 할거예요. 나중에 꼭 우리 인일여고 또래상담사들 활동하는 것, 기사에 써 주실거죠?” 김요한기자 yohan@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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